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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퍼 Mar 08. 2021

고양이야, 부탁해!

워킹맘, 궁여지책으로 만난 고양이

내가 고양이 집사가 될 줄 몰랐다

지난해 6월 18일, 목요일에 급히 연차를 냈다. 애초 주말에 약속했던 고양이 입양을 서둘러 진행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반려동물에 대해 관심이 없는사람이다. 고양이든 강아지든 생명체를 집안에 들이는 일은 사람을 들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생각했고, 또 다른 책임감이 생기는 게 두려웠으니까.


딸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원했다. 딸에게 반려동물을 집안에 들이는 것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솔직하게 엄마는 자신이 없다고, 책임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설득해야 했다.


대신 1년에 한두 차례 정도 친한 언니가 키우는 강아지들과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거나 반려묘를 키우는 단짝 친구 집에 1박 2일을 보낼 수 있도록 품앗이 돌봄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친구도 없는 동네에서 새 학년 맞이

2019년 12월, 딸이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에 새 아파트 입주 시점이 되어 이사를 했다. 하필 코로나 여파의 시작과 맞물려 친구도 없는 동네에서 5학년을 맞았고, 새 에 딸아이 방을 꾸며주고 나니 이사 온 첫 주를 제외하곤 이제 각방을 쓰는 사이가 돼버렸다. 이사 오기 전까지만 해도 매일 내 품에서 조잘거리다 잠들던 아이였는데.. 갑자기 훅 커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 날은 개학은 했지만 일주일에 하루정도 등교하는 방학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던 시기였다. 물론 그 시간이 1년이 되고 2년 차로 접어들 거라고까지는 상상하지 못하던거니까..


직장 동료의 조언, 집사의 세계로

처음엔 돌봄 서비스의 선생님도 붙여보고, 아파트 커뮤니티를 통해 시간제 돌봄을 이용해 보기도 했지만 이 조차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실 직장 동료 중에 외동딸을 키우는 엄마의 조언으로 고양이 입양에 용기를 냈다. 동물을 키우는 일이 힘들긴 하지만, 고양이가 생각보다 깔끔하고 아이 정서에는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사춘기로 뾰족해진 아이와 원만한 소통을 위해서라도 뭔가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니까.


고양이 입양 준비로 말문이 트이다 

처음엔 애완동물 샵을 통해 입양할 것인지, 가정 분양을 받을 것인지, 유기묘를 입양할 것인지... 가족을 맞이하는 일이다 보니 쉽게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웠다. 고양이가 가족이 되면 딸에게 돌봄의 책임을 줄 계획이라서 시작부터 모든 것을 상의했면서 소통이 시작되었다.


딸은 유튜브 동영상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방법을 학습한  내게 이것저것 알려줬고, 나는 생전 활동해 본 적 없는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정보를 수집하면서 가정 분양을 받는게 합리적이란 결론을 냈다.

엄마, 고양이를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돈이야.
내 용돈에서 5,000원은 저축할게!


1년 내내 방학 같은 시간

딸에게 믿고 맡겨 보기로 했다. 2만 원 용돈 중에 선 듯 5천 원을 양보한 결정도 기특했다. 무엇보다 동물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되면 생활 패턴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가장 컸다. 그래서 그 주말 토요일에 합정동에서 가정 분양을 받기로 했는데 이틀을 더 못 기다리고 다급한 의사 결정을 한 데는 나름 속사정이 있었다.


부쩍 퉁명스러워진 초등학교 5학년 딸이 그즈음 지나치게 모바일 게임과 컴퓨터 유튜브 시청하는 시간이 길길어지고 있었다. 일주일에 하루만 등교를 하고 나머지 요일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적절한 통제 방법이 사실 없는 거나 다름없다. 내가 출근하고 없는 시간에 딸이 혼자서 자유로운 게임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내 딸이 게임 공식 카페 헤비 유저?

나는 원래 아이 몰래 폰이나 PC를 점검하지 않는다. 미성년자니 엄마가 가끔 폰을 점검하는 것을 아이도 알고 있고 간혹 폰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살펴보긴 했었다. 게임도 본인이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해도 좋다고 맡긴 상태였다. 스스로 통제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연차를 내기 전날 밤은 뭔가 아이 행동이 예전과 달리 이상한 태도? 약간 과장된 행동을 했다. 아이의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딸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딸이 쓰던 노트북을 끄지 않고 네이버에 로그인이 돼 있는 상태여서 각종 카페 활동기록을 살펴보게 되었다. 


3개의 게임 공식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까지 정규 수업시간에 온갖 딴짓을 한 흔적들이 가득했다. 특히, 최근 일주일 사이 집중적이더라고. 잠든 아이를 깨워야 하나... 당혹스러움과 분노를 가라 앉히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했다.


일단 깊게 심호흡을 하고..

서둘러 고양이를 집안에 들이기로 했다.

2020년 6월 18일 우리집에 온 솜이
2021년 3월 6일 거만해진 주인님 솜이

나는 오늘도 고양이에게 부탁해.

언니 잘 챙겨주고, 잘 놀아주고.

음.. 너무 어지럽히지 말고..

엄마랑 저녁에 만나자!

아.. 오늘은 언니 학교 가는 날이야.

솜이 집 잘 보고 있고.


워킹맘, 궁여지책으로 만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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