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주, 꽃피는산골농원
[하룻밤 꼭 묵어보면 좋은 집] 숙박, 식사, 체험까지 모두 해결되는 농가 민박에서 하룻밤 묵어보면서 나만의 감성이 충족되는 포인트와 지역의 매력을 발견해 보세요!
<주거로운 로컬생활> 매거진 1호로 소개드릴 곳은 2024년 5월~11월까지 '농촌치유관광 활성화 콘텐츠 개발 컨설팅'을 진행한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적상면에 위치한 '꽃피는산골농원'입니다.
경기도 파주에서 전북 무주로 2013년 2월 1일 전입신고 후 꽉 채운 귀촌 12년 차 사례입니다. 농장주 부부는 결혼하고 자녀를 키우면서 항상 입버릇처럼 나이 들면 시골에 가서 살자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막연하게 시골 민박집을 꿈꾸다가 '어쩌다 농부'로 12년을 보낸 부부의 사연으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귀촌을 꿈꾸는 분들께 [하룻밤 꼭 묵어보면 좋은 집]을 꼽으라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집이에요.
막연히 꿈꾸던 민박집 주인 되기까지 11년 걸려
"딱 11년이 걸렸네요!" 제가 꽃피는산골농원 농장주 부부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5월이었어요. 당시 농가의 매출 구성은 농산물(사과, 블루베리) 60%, 체험 25%, 가공 15%의 6차 산업 인증 농가로 '치유농장의 체류형 콘텐츠 개발'을 위해 컨설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농가에서는 기존 매출구조에서 가공의 비중은 줄이고, 체류형 치유관광 콘텐츠 개발로 숙박업 매출을 늘리고 싶은 의지가 분명했습니다.
직전 3년 매출을 살펴보니 매해 20~45% 사이 꾸준히 성장해 온 농장으로 야외 정원뿐 아니라 실내 온실을 들어가 보니 매우 정성스럽고 규모 있게 관리된 살뜰함이 돋보였습니다. 컨설팅을 시작하면서 체류형 콘텐츠 상품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숙박 공간에 대한 이슈가 있었습니다. 농장주 부부가 살고 있는 기존 농가 주택의 방 1개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상품개발을 할지, 단독형 게스트하우스를 신축할 것 인지 논의 끝에 신축으로 방향이 정해지면서 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에 '꽃피는산골농원의 힐링스테이'가 완공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민박집주인으로 지내신 지 6개월이 되었네요.
건물을 새로 짓고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면서 첫 고객을 받는데 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무주 힐링스테이'를 방문한 고객분들의 후기에는 호스트님의 정성과 공간의 매력이 한껏 담겨 있습니다. 저도 친한 친구들과 함께 지난겨울에 1박 2일을 보냈는데 칭찬 많이 받았습니다.
Q. 6개월 정도 해보시니까 어떠세요?
"처음 시작했던 겨울이 다행히 농한기였잖아요. 그래서 게스트하우스에 매달려서 해도 되니까 연달아서 손님이 오셔도 그때는 처음이라 아.. 바쁘다 하면서도 했는데 지금은 계속 다른 일들이 맞물려 있으니깐 평일을 닫아두고 있어요. 5월엔 특히 예약을 받을 수 없는 날이 많았어요."
"지난 주말에 오신 분들은 터미널까지 픽업 서비스를 해드렸어요. 후기랑 방명록을 진짜 정성스럽게 쓰고 가셨답니다! 오셨던 분들이 감사한 게 이분도 친구랑 왔다가 이 공간이 올케랑 취향이랑 맞는 것 같아서 올케랑 다시 오고 싶다고 해요.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신바람 나게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어쩌다 농부'라지만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아
민박집주인이 되기 전까지 10년 동안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았다고해요.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어지간해서 취득하기 어렵다는 6차 산업 융복합인증은 물론이고, 무주군농업기술센터 강좌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농촌체험학습지도사 자격증과 가공기능사, 다육아트기능사, 팜파티플래너 자격증까지 취득을 했어요.
처음엔 귀농이 아닌 귀촌을 목적으로 무주에 정착했는데, 매입한 밭에 있던 사과나무를 키우시던 동네 어르신께서 “내가 그동안 키우던 사과나무를 이제는 당신들이 키워봐라. 농사짓는 법은 내가 알려주겠다”라며 떠맡기는 바람에 계획에 없던 농사꾼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혀 후회는 없고 오히려 농사를 시작한 것에 감사하고 하루하루 행복한 마음이었다고 해요.
그런 부지런함 덕분에 평일은 체험 요청으로 스케줄이 꽉 차 있습니다. 올해는 11월까지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고 해요. 농사도 그렇고 원예체험 수업요청이 계속 들어옵니다. 주간보호센터의 수업이 주중에 꽉 채워지고, 주말엔 게스트하우스 손님이 오시니 일주일을 부지런히 살아야 해요. 휴일은 일정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웬만하면 오픈해 두려고 해요.
무주에 정착하기까지 3년 정도 여행 삼아 돌아다녀
"12년 전 아무 연고도 없는 무주에 정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얼마나 돌아다니셨는지 물으니.. 전국을 다 돌아다니지는 않았고, 처음엔 강원도 쪽을 많이 찾아다녔다고 해요. "사는 곳이 수도권이다 보니 경기도에서 가장 가까운 철원 쪽으로도 갔었는데 시골 느낌이 안 나니까.. 강원도 인제도 가고 많이 다녔죠." 그 당시에는 강원도 쪽에 산불 도 많이 나고 눈도 많이 오고 장마로 수재민도 발생하는 뉴스를 접한 자녀들이 강원도 말고 다른 지역을 알아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답니다.
"남편의 고향은 경기도 파주였고, 제 친정이 대전이었어요. 강원도 다음엔 대전 인근의 금산을 알아보기 시작했죠. 그 당시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있었어요. 그 지역에 주소가 돼 있는 사람만 토지를 살 수 있는 거죠. 부동산 업자가 '무주'랑 '영동'은 토지거래에서 빠져 있다고 해서 무주를 알아보게 된 거예요. 관광으로 알려진 무주가 낫지 않을까 싶어서 매물을 알아보게 된 거죠."
"부동산 업자를 통해 무주에서 딱 두 군데 보고 그중에 한 군데를 바로 계약했어요. 사실 첫눈에 반한 거죠. 귀농귀촌 카페라든지.. 많이 알아보고 건축박람회도 다니고 했는데요. 그때 봤던 거나 주의사항은 머릿속에는 아예 안 들어오고 바로 계약을 해버렸죠. 그래도 운이 좋게 조심해야 될 부분이 하나도 없었어요. 정말로 운이 완전 좋은 거예요. 축사라든지 고압선이나 그런 게 없어요. 저희는 농사가 아니라 처음부터 이 터를 살 때는 민박을 하고 싶어서 샀어요."
탐색기간은 여행 삼아 다닌 것까지 다 합치면 한 3년 정도 다니셨다고 해요. 무주에서 두군 데를 보자마자 바로 결정했다지만... 3년 동안 무수하게 둘러본 데이터에 기반해서 아 여기는 결정해도 좋겠다는 결론을 내셨을 것 같습니다. 귀촌한 분들의 연고지 관련 통계를 보더라도 70% 이상이 연고가 없는 곳으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선호하는 그런 경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바다를 좋아하면 바닷가에 사는 거고, 산을 좋아하면 산이 가까운 곳에 호수가 좋으면 호수 근처로 가서 살고 싶은 거죠.
사과밭 2천 평을 매입하고 농가주택을 신축
"저희가 사과밭을 구입을 한 거잖아요. 터를 그래서 사과 농사를 어쩌다 보니 짓게 됐는데요. 매입한 밭이 2,000평이었어요. 대지는 아예 없었고 밭을 매입해서 일부를 대지로 전환한 거예요.
토지를 분할해서 집을 짓고 또 가공공장 할 때 또 분할하고, 요번에 게스트하우스도 200평 분할해서 지었답니다. 2,000 평 중에 500평은 대지예요. 밭을 대지로 전환해서 농가주택을 짓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요즘은 손주들이 놀러 와서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 되니 농촌살이가 참 좋습니다."
Q. 수도권 아파트 정리는 얼마나 걸리셨나요?
"마음에 드는 땅을 만나 덥석 계약을 하고 나니 빠르게 이주를 준비하게 되었어요.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놓으니 그조차도 빠르게 전세 세입자가 들어와서 집을 비워야 해서 난감했지만 어찌어찌 해결책을 만들었습니다. 집을 건축하는 동안 살림살이를 보관하기 위해 밭에다가 하우스를 지었어요. 그리고 마을에 원룸을 하나 얻고 머물렀죠. 전세기간 끝나고 매매를 했는데, 전세로 들어와서 살던 분들에게 팔게 되었어요."
Q.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5월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주 수업이 꽉 차있어요. 요즘은 새벽 5시에 일어나요. 그런데 계절에 따라 조금 달라요. 저는 참 이상하게 생겨 먹어가지고... 그러니까 자연에 따라 바뀌어요. 여름에는 해가 일찍 뜨잖아요. 모닝콜도 필요 없어요. 해가 밝아오면 5시에 저절로 눈이 떠져요. 그리고 겨울에는 좀 해 가 늦게 뜨니까 6시 정도 눈을 뜨죠. 그렇게 일어나서 뭐 하냐 싶지만... 농촌 아침에 관한 재미있는 말이 있어요. '해장거리'라고 이 말이 잊히지가 않아요. 동네 어르신들이 새벽에 같이 일어나서 식사하시기 전에 하는 일을 '해장거리'라고 해요. 그게 일의 능률이 제일 좋더라고요. 그때 일어나서 새벽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 일을 하고 밥을 먹는 거죠. 밥을 먹고 나면 한 9시쯤에 다시 또 밭으로 나가거나 체험이 있는 날이면 체험 준비를 한다든지 그렇게 해요."
"밭에서 일할 경우에는 저희는 늦게까지는 하지는 않아요. 저도 도시 물이 안 빠졌는지 벌레가 너무 싫어요. 모기는 벌레 축에도 못 끼죠. 깔따구라는 아이한테 물리면 막 구멍이 나요. 벌레는 특히 해 뜰 때는 해질 때 많아요. 그래서 저희는 6시면 은 밭에서는 칼퇴근하죠. 그리고 화단을 돌본다든지 물을 준다든지 정원관리를 해요. 하루 일과 중에 되게 큰 자리를 차지해요. 사람들은 보는 건 좋은데 가꾸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 건 잘 모르죠. 정원 가꾸는 일은 좋아야 하는 일이지 시켜서는 절대로 못하는 일입니다."
Q. 은퇴한 동생 부부도 이웃이 되었다고요?
"저희 동생도 여기 한 동네로 왔어요. 농가주택을 지으려면 경영체 등록을 해야 다양한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어요. 농가주택은 집을 지을 때 어려움보다는 오히려 혜택이 있죠. 그러나 농촌생활은 환상을 깨고 현실적인 관점을 가져야 해요. 도시가 주지 않는 것이 분명하니까요. 농촌생활을 선택했을 때 잃는 것과 얻는 것을 비교해 봐야 합니다. 양쪽 저울에 내가 잃는 것은 무엇인지? 얻는 것은 무엇인지? 나열해 보고 얻는 게 많으면 선택하는 거죠."
"동생네가 4년 차예요. 지금 동생네 집은 동네에 속해 있으면서도 살짝 위로 올라간 독립적인 공간인데요. 제가 소개하자마자 바로 계약했어요. 동생네는 무주군이 제공하는 일 년 살기 후 이주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사한 지 1~2년은 힘들어 힘들어하더라고요. 직장 다닐 때는 아침에 나가고 저녁때 들어왔는데 부부가 24시간 붙어 있어야 되고 그런 게 좀 적응이 안 된다고 해요. 단독주택은 끊임없이 만져야 될 일들이 많거든요. 아파트 누가 다 해주잖아요. 그러니까 성향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은 무엇일까요?
"저도 잘못짚은 것 중에 하나가 처음부터 무조건 동네랑 떨어진 곳을 찾았어요. 홀딱 벗고 다녀도 마주칠 사람 없는 곳이 좋겠다 했는데... 살다 보니 그거는 진짜 환상이에요. 외진 곳에 살다 보니 그건 아니더군요. 읍내에 속한 귀퉁이 정도가 좋습니다. 동네랑 웬만히 붙어있고 주민들하고도 오며 가며 눈인사라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좋아요. 솔직히 참견 같은 거 그거 싫어서 꺼렸는데요. 요즘 어르신들은 그렇게 참견도 안 하셔요."
누구나 꿈꿀 수 있지만 현실이 되기까지 예상치 못한 일들은 계속 벌어질 수 있습니다. 로컬에서 안정감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 활동을 탐색하면서 인생의 절반을 새롭게 그려보세요. 여유 있게 둘러보고, 한 달 이상 살아도 보고 매일 눈을 떠도 좋을 그런 공간을 잘 찾으시는 데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주거로운 로컬생활 with 유진
이 매거진은 편집자의 순수한 취재 기록물입니다. 귀촌을 꿈꾸는 도시민들이 주거를 염두에 두고 지역을 탐색할 때 필요한 정보로 실제 귀촌 사례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또한 여가의 활용이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슬기로운 여가생활'에도 관심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자연과 만남이 가장 좋은 여가의 시작이라 도시민들과 지역의 연결을 촉진하는 다양한 컨설팅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주는 매력을 넘어 그 공간을 살뜰하게 운영하는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 노유진 컨설턴트 약력
-現 전직지원 강사/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
-現 컨설턴트/ 농촌 체험 관광상품 개발 컨설팅
-前 노는법 운영팀 팀장/ (주)바바그라운드
-前 중장년 관광일자리 PM/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 사장 표창장 (2020년)
-'모두의팀장', '모두가플레이어' 공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