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1년 차,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드론산장
[나도 이렇게 살고 싶은 집] 귀촌의 꿈을 이루기까지 생생한 경험과 현실적 조언으로 미래를 준비해 보세요.
<주거로운 로컬생활> 매거진 13호로 소개드릴 곳은 산맥이 파도치고 '방태산'을 전망할 수 있는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가리산리에 자리 잡은 '설악 송림 드론산장'입니다.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윤광준 명예교수님 소유의 개인산장으로 지난 주말 제가 참여하고 있는 모임 멤버들을 초대해 주셔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집주인 소개
설악산의 매력에 푹 빠져서 23년 전에 이 멋진 공간의 부지를 매입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3월 건축을 시작해서 올해 8월 완공했습니다. 자연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살자'가 인생의 모토인 '설악 송림 드론산장' 윤교수님의 귀촌 스토리 시작해 보겠습니다.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다닐 때부터 설악산에 매료되었어요. 은퇴하면 여기로 와서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20여 년 전부터 설악산 주위를 다 샅샅이 뒤졌어요. 등산을 좋아해서 오솔길도 상관없지만 노후에 살 때는 차가 접근이 돼야 하니까 차로 갈 수 있는데 한적하고 전망이 좋고 가장 자연스러운 곳을 찾았죠. 그러다가 이곳이 운 좋게 나한테 보인 거예요. 사실 그런 자리를 찾더라도 땅 주인이 팔지 않으면 안 되는 거거든요. 다행히 운대가 맞았죠. 그전에는 땅을 팔지 않겠다는 땅 주인 할아버지가 내가 그때 땅을 봤을 때는 팔겠다고 마음을 먹어주신 거죠. 인연이 되려는지 시간 같은 게 딱 맞아떨어졌어요."
Q. 부지 매입이 23년 전인데요. 그때 이미 귀촌을 결심하신 거죠?
네, 그렇죠. 40대 초반에 귀촌을 결심했어요. 그때는 제 뜻을 이해해 주는 이가 별로 없었죠. 가족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이해하는 사람은 열에 한두 명 정도였죠. 워낙 자연을 좋아해서 내 모토가 자연스럽게 살자는 거예요. 풀벌레와 새들이 있고 소나무 숲이 멀지 않은 자연스러운 공간의 삶을 원했으니까요. 내가 워낙 산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족이 큰 반대는 없었죠. 33년간 교수로 일 하면서 시간 나면 가능한 서울을 벗어나려고 했어요. 지금은 서울 공기가 많이 좋아졌지만 90년대 초부터 2000년대까지는 서울 공기가 좋지 못했어요. 그래서 드라이브도 많이 하고 산행도 많이 했어요. 이곳을 처음 발견한 것도 아내와 함께였어요. 남설악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동네였죠. 내린천길에 있는 동네인데, 84년에 산꼭대기에서 보고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2002년쯤 다시 찾아갔어요.
Q. 은퇴 후 정착지 탐색 기준은요?
설악산이 아니더라도 내가 마음에 드는 산 주변을 찾았죠. 워낙 산을 좋아해서 지리산도 많이 가 보고 덕유산 쪽에는 집도 연습 삼아 지어보고 뭐 여러 가지 시도를 다 해봤어요. 일찍 결심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고 시행착오도 줄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설악산은 1년에 두 번 이상 계속 갔었고 그게 30년이 넘었으니까요.
Q. 산을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나는 산골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때부터 자연을 좋아했죠. 곤충하고 새가 있는 곳이 좋은 거예요. 내가 대도시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지만 결국은 돌아갈 곳은 자연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늘 마음 자리하고 있었죠. 곤충과 새 다음에 좋아하는 것은 소나무예요. 부지 주변이 소나무숲인 점도 이곳의 매력입니다. 소나무가 많아서 '설악 송림 드론산장'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Q. 귀촌을 실제 하면서 애로사항은 없으셨나요?
저는 마을 안쪽 끝에 있는 한적한 곳을 원했기 때문에 마을 어귀에 집들이 많으면 텃세를 많이 부린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여기는 그런 문제는 없었죠. 일반 지방도로에서 우리 집 올 때 그 길 가까이 아무 집도 없어요. 군부대 하나가 있는데 군부대가 마치 호위 부대 같아요. 군부대가 있으니까 도둑 같은 게 없고, 오히려 군부대가 있는 건 강점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일 어려움은 사람이 안 산다는 거예요. 그동안은 여기가 사람 살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거죠. 첫 번째가 뭐냐 물이 없어요.(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산골에 마을이 생기려면 그냥 떠먹을 만한 물, 샘물이 있어야 되거든요.
Q. 물이 없어 식수원을 직접 개발하셨다고요? 그렇죠. 전기는 요청하면 한전에서 해주니까요. 그다음에 식수원을 찾는 관정을 했는데 1000만 원 정도 들어가요. 생활하려면 물이 필수니까요. 땅을 파서 수질검사를 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물이더군요. 수질이 대한민국 최고예요. 물 성분을 보니까는 석회질 거의 없고, 광물질 약간 있고, 질소 계통은 하나도 없고요. 위에 집에 없고 주위에 소나무가 많으니까요.
Q. 겨울은 추울 것 같기도 해요?
이곳은 겨울에 접근이 어려워요. 그 비디오를 함께 봤잖아요. 이동식 주택을 지난해 10월 말에 완성이 됐는데 그 이후 눈이 계속 왔어요. 집까지 가는 길이 미끄러워가지고 올해 3월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약간 비탈이고 여기가 해발 700미터 고지라서요. 서울에 있는 관악산 연주대보다도 높다 보니 겨울에 차가 접근하기 어려워요. 봄부터 가을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고 텃세 나 그런 것도 없었고 초반에 물 확보할 때 어려움 외엔 크게 없었어요. 터 닦고 정화조부터 묻고 그다음에 이동식 주택 갖다 놓고 주변의 공사를 시작한 거죠.
Q. 겨울의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지난해 겨울을 직접 지내면서 방법을 찾아냈죠. 눈이 내려서 얼지 않고 바로 녹으면 차가 접근 가능해요. 그런데 눈이 두세 번 내리고 얼어버리면 사륜구동인 내차도 못 올라와요. 그럴 때면 그 사륜차가 올라올 수 있는 마을 어귀에 차를 세워두고 도보로 이동합니다. 우리 집에서 300~400m 떨어진 데까지는 차가 올라올 수 있으니까요. 거기에 차를 세워놓고 등산하듯이 산책하듯이 눈길을 올라오는 거죠. 도보로 20분 정도라 운동삼아 걸어 올라갑니다. 겨울에는 일주일 중에 하루 이틀만 있고, 봄에서 가을까지는 일주일어 3~4일을 머물러요.
Q. 썬룸이랑 황토방도 있던데요?
썬룸을 카페처럼 만들고 황토방도 욕심이 났어요. 장작불 때는 황토 찜질방을 만들어 달라 했는데 반쯤은 실패했죠. 그게 불을 때면 연기가 잘 안 빠져서요.(웃음) 그래 가지고 전기온돌로 마무리를 했어요. 장작을 때면 연기가 너무 나서 눈물이 나 가지고요. 난방은 전기로 해도 한 3~40만 원 밖에 안 나와요. 겨울에도 연료 때문에 고생을 안 하죠. 전봇대만 쓰러지지 않으면 난방이 다 되니까요. 귀촌한 사람들은 가스나 유류 난방보다 전기를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한국은 전기 공급이 안정돼 있기 때문에 전기난방을 하면 관리 면에서 훨씬 신경 쓸 게 없어요.
Q. 산장에서 보내는 일상을 소개해 주세요?
주로 사색을 많이 해요. 미래 세상에 대한 사색을 좀 많이 하고 틈틈이 책도 좀 읽고요. 책에 푹 빠지지는 않아요. 책을 두어 페이지 읽고 그걸 기반으로 생각을 더 많이 하죠. 산행도 하고요. 집 주변에 이걸 텃밭이라고 하기보다는 여기를 야생화 정원으로 다 꾸밀 계획이에요. 부지 전체가 2,000평인데요. 이 부지를 어떻게 꾸밀 건가도 늘 궁리하고 있죠. 그 사이에도 많이 바뀌었어요.
야생화 꽃씨도 다 가져다 뿌리고 들국화 코스모스 그다음에 송림 아래 도원을 만들고 있어요. 복숭아나무를 심고.. 그런 것을 계속 구상하는 거죠. 일은 하루에 3시간 이상 안 해요. 일하다가 너무 피곤해지면 안 되니까.. 일도 그냥 운동 삼아 한두 시간 하고 그다음에 그 책도 좀 읽는데 요즘은 책 읽는 것도 눈이 난시가 조금 있어가지고 책을 오래 못 읽어요.
그래서 YouTube를 통해서 공부를 해요. YouTube를 통해서 음악도 듣고요. 그동안 내가 궁금해했던 거, 바쁘기 때문에 못 읽었던 책, 너무 어려워서 접근하기 어려웠던 거, YouTube에 단계별로 다 있으니까요. 나같이 이공계 사람들한테 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문학 소개도 즐겨 들어요. 그다음에 책을 읽어줄 경우도 있어요. 잠자고 싶을 땐 그 책 읽어주는 걸 들으면 10분 내에 잠이 들어요. 그렇게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죠.
Q. 서울과 인제를 오가면서 살고 계시군요?
서울 집은 그대로 두고 2시 거리라서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신선처럼 살고 싶은 게 꿈이었는데 그래도 또 꿈을 꾸니까 되긴 하더군요. 지금은 2,000평 농지 중에 200평은 대지로 바꿨고, 현재 건물은 약 35평이에요. 이곳을 더 최적화된 공간으로 가꾸는 것이 새로운 꿈이 되어 4도 3촌(4일은 도시에서 3일은 시골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Q. 옥상에 항아리가 있던데요?
여기 물과 공기로 된장과 간장을 담그면 전국에서 최고의 된장과 간장이 나올 거다 했더니 전문가들이 와주셨어요. 이곳에는 두 종류의 간장과 된장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선재스님과 함께 사찰음식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전문가분이 담가주셨어요. 그리고 두 번째 장류는 저와 가까운 지인 부부가 있는데요. 그 부부가 와서 강릉식 간장, 된장을 만들어줬어요. 사찰식과 강릉식의 차이는 뭐냐면은 사찰음식은 그냥 콩하고 소금 좋은 거 외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아요. 강릉식은 장을 담글 때 명태하고 다시마가 들어가요. 1박 2일 하면 그걸 맛봐야 되는데 이번엔 내가 소개도 못해 아쉽네요.
Q. 귀촌 결정에 무엇이 중요한가요?
첫째, 건강에 우려가 있으면 신중하게 해라.
지병이 있으면 병원을 자주 다녀야 되잖아요. 그러면 와서 오래 못 버텨요. 건강 면에서 자신감이 있어야 되고, 자신이 없으면 양평 정도로 하고 자신이 있으면 3시간 정도 거리까지 가도 되죠.
둘째, 미리 경험해 봐라.
일주일 살아보기 한 달 살아보기 등 경험이 정말 중요해요. 이제 농막법 규제가 완화돼서 농촌 체류형 쉼터를 만들 수 있어요. 환경이 예전보다는 좋아졌으니까요. 그래서 200~300 평 사놓고 해 봐도 괜찮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결정을 하기 전에 살아보기를 권해요. 내가 내 땅에다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지만 사실은 그것보다는 먼저 렌트해서 살아볼 수 있는 곳은 사실 많거든요. 사전 경험이 엄청 중요해요. 뱀 만 봐도 깜짝 놀라고 거미만 봐도 깜짝 놀라면.. 농촌살이 어려우니까요. 1억 이상 투자가 필요한 것이 귀촌이니 돈을 투자하기 전에 충분히 경험해 봐야 해요.
셋째, 이웃에 사는 사람을 꼭 만나봐라.
장소를 정하기 전에 이미 와있는 사람들을 꼭 만나보고 상담을 해봐야 해요. 이웃이 될 사람들을 사전에 만나봐야 합니다. 이웃이 서로 약간의 안 맞다 보면 그다음에 서로 다투는 정도까지 갈 수 있어요. 그럼 정나미가 딱 떨어지거든요. 이곳은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이웃들이 살고 있는데 다행히 좋은 분들입니다. 저처럼 귀촌한 가구도 있고 원주민도 있어요. 미리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계신 분들을 존중해 주면 살기가 편해져요. 특히 마을 끝에 위치한 한적한 집을 원한다면 가구 수가 많은 동네의 안쪽에 있는 집은 피해야 해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공간을 만나서 스며들 듯이 잘 정착하는 귀촌의 꿈 이루시길 바랍니다.
$ 주거로운 로컬생활 with 유진
이 매거진은 편집자의 순수한 취재 기록물입니다. 귀촌을 꿈꾸는 도시민들이 주거를 염두에 두고 지역을 탐색할 때 필요한 정보로 실제 귀촌 사례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또한 여가의 활용이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슬기로운 여가생활'에도 관심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자연과 만남이 가장 좋은 여가의 시작이라 도시민들과 지역의 연결을 촉진하는 다양한 컨설팅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주는 매력을 넘어 그 공간을 살뜰하게 운영하는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 편집자 노유진 주요 약력
-現 전직지원 강사/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
-現 컨설턴트/ 농촌 체험 관광상품 개발 컨설팅
-前 노는법 운영팀 팀장/ (주)바바그라운드
-前 중장년 관광일자리 PM/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 사장 표창장 (2020년)
-'모두의 팀장', '모두가 플레이어' 공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