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받지 못한 이해: 나를 소모시키는 관계에 대하여

by 유진

나는 어떤 사이에서든,

나를 꽤 많이 건네는 사람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힘든 일이 생기면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한다.

꼭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아도 생각나면 연락하고,

문득 떠오르면 작은 선물도 준비한다.

그게 내 방식이었고, 그걸로 마음을 전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다.

내가 건네는 이 많은 것들이

‘고마움’이 아닌 ‘당연함’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생겼다.

서서히 알게 된다.

한없이 들어주는 사람 곁엔 점점 더 쏟아내는 사람이 생긴다는 걸.

마음의 무게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어떤 관계든 결국 지쳐가기 마련이라는 걸.

서운함은 고마움이 사라진 자리에 생긴다.

그리고 나는 한 번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계속 이해하고, 들어주고, 버텨왔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닫는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당연함이 자리 잡기 쉬운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관계든 내가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면

그건 멈춰야 할 신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제는 내 마음을 너무 쉽게 덜어내지 않기로 한다.

주고 싶을 때 주되,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아는 사람에게,

함께 자라나는 관계 안에서만.

작가의 이전글질문은 답보다 더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