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해체하면 보이는 것들

by 유진

불안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실체 없는 그림자에 가깝다. 막연한 두려움은 대체로 이름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불안에 사로잡히는 대신, 불안을 분해하기로 했다.

1) 먼저 묻는다. 지금 내 불안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혹시 누군가의 시선일까, 실패의 가능성일까, 아니면 그저 내 머릿속에서 부풀려진 상상일까.

정체를 밝히는 순간, 불안은 추상적인 괴물이 아니라 구체적인 문제로 변한다.

2) 그다음에는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따져본다.

지금 당장 내 앞에 놓인 것은 무엇이고, 단지 내가 예상만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불안은 실제가 아니라 가능성에 불과하다. 가능성은 준비로 다룰 수 있지만, 실체 없는 상상은 다룰 가치가 없다.

3) 그리고 다시 묻는다. 설령 그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것이 내 삶에 미칠 영향은 얼마나 되는가. 무너뜨릴 만큼의 파급력이 있는가, 아니면 지나고 나면 사소한 사건으로 남을 것인가. 이 질문은 불안을 과장된 괴물이 아니라, 크기를 가진 사물로 줄인다.

4) 마지막으로 답한다. 만약 그 일이 현실이 된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 대답은 불안을 소모적인 감정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바꾼다.

나는 이렇게 불안을 다룬다. 불안을 해체하고, 구조화하고, 대응책을 세우는 것. 그 과정에서 막연한 불안은 구체적인 두려움으로, 두려움은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계획이 세워진 순간, 불안은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못한다.

불안은 결국 내가 만든 시뮬레이션이다. 그렇다면 그 시뮬레이션의 시나리오를 쓰는 것도 나다.

내 시스템은 내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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