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아무리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도, 우리는 언젠가 다시 누군가의 곁으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요즘 그 사이의 공백에 있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말의 속도를 늦추고, 관계를 최소화한 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 이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요즘 내가 자주 생각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사람들은 나를 만나고 나서 어떤 기분으로 돌아갈까.
우리는 흔히 매력적인 사람, 유능한 사람,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경험상, 사람을 다시 만나게 만드는 이유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고 나서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면, 숨이 덜 가빠졌다면, 그 사람은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가 나를 만나고 나서, 자신을 조금 덜 방어해도 되는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증명이나 경쟁이 아니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그렇다면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요즘 나는 그 답이 무언가를 더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덜어내는 일에 가깝다.
더 똑똑해 보이려는 말, 더 특별해 보이려는 태도, 인정받고 싶어서 길어지는 설명들. 이런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을수록 사람은 더 편안해진다.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은 상대를 설득하지 않는다.
상대의 감정을 정리해주려고 들지 않고, 자신의 불안을 상대에게 맡기지도 않는다. 그저 상대가 자기 자신으로 있어도 되는 공간을 남겨둔다. 말이 끊겨도 괜히 채우려 하지 않고, 침묵이 와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런 사람들은 늘 비슷한 신호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말을 빼앗지 않고, 감정을 교정하지 않고, 나를 고쳐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들과 헤어지고 나면 머리가 아니라 몸이 편해진다. 설명할 수 없지만, 숨이 깊어진다.
그래서 결국 나는 이 결론에 도달했다.
좋은 사람을 찾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 안의 소음을 줄이고, 인정받고 싶어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고, 외로움을 아무 관계로나 메우지 않는 것. 그 상태가 되면, 비슷한 온도의 사람들만 자연스럽게 남는다.
지금 나는 잠시 혼자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때 나는 눈에 띄는 사람이기보다는, 필요로 증명되는 사람이기보다는, 그저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