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은 더 행복한 내가 되길 바라며
주변을 둘러보면 바쁜 와중에도 운동을 꾸준히 하며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는 ‘의지 괴물’들이 있다. 그들은 매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자기가 맡은 일을 빈틈없이 해낼 뿐만 아니라, 매 순간을 열정 넘치게 사는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이런 사람들을 엄친아, 엄친딸로 부른다. 나는 늘 엄친딸이 되고 싶었다. 늘 자기 관리에 철두철미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200%로 활용하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인생을 사는 사람.
하지만, 현실 속의 나는 “퇴근 후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통해 누군가의 삶을 보며 소소한 행복과 대리만족을 느끼고 나도 한 번쯤 유튜브를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그런 사람이다.
29살의 나는 누구일까.
29살 생일. 혼자 회사 카페에 앉아 “내가 퇴사를 해야 하는 이유, 계속 다녀야 하는 이유”를 하나씩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간 머릿속으로 그려만 왔던 “퇴사”를 합리화하고 좋게 포장할 나름의 이유를 찾기 위해서였다.
종이에 써 내려간 이유를 하나씩 보다 보니, 회사에 대한 불만보다 나에 대한 확신이 없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삶의 목적과 가치를 가지고 있고,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더라. 유튜브와 SNS 세상 속의 타인을 보며 늘 부러워했던 나는 단 한 번도 나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29살의 나는 누구인가? 돌이켜보면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 나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글을 쓸 때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공허하고 진부한 언어로 채우려 했었다.
20대 후반, 직장인 n년 차에 나는 극심한 사춘기를 겪고 있었고, 그 원인은 “나도 모르는 나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짐작할 수도 없는 미래” 였던 것 같다. 그날 후로, 시중에 나와있는 여러 자기 계발서를 읽었고, 스스로에 대한 물음을 하나씩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몰라서 노트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 질문을 구체화해 묻기 시작했더니 나름 답을 빨리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색상은”이라는 포괄적인 질문 대신 “내가 좋아하는 옷 색깔은, 핸드폰을 바꾸게 된다면 무슨 색을, 검정 혹은 빨강, 유채색 혹은 무채색 등” 질문을 구체화해서 만들다 보니 내가 어떤 색감을 좋아하고 선호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2020 삶을 재정비할 시간이다.
내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면의 불안함과 생활 속 문제를 만든 습관들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것들을 지금 당장 멈추는 일이지 않을까. 퇴근 후 침대에 누워 한 번에 몇 시간씩 보던 유튜브를 끊는다면 지금보다 더 생산적인 저녁을 만들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정답은 간단하고 이론은 늘 빠삭하지만, 왜 실천은 늘 어려운 것일까.
의지력과 부단함은 삶을 재정비하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누구나 매 연말이면 새로운 다이어리를 사고 새해에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50% 이상 이룬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보면, 나는 29살까지 매 새해에 작성한 다짐들을 거의 실천하지 못했고, 연말이 다가올수록 의지박약인 자신을 자책했었다.
30대를 바라보는 지금, 나는 변화하고 싶다. 또 다른 핑계로 나 자신을 합리화하지 않고, 내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지고 싶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나는 작은 습관들부터 고쳐나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내가 늘 고치고 싶었던 아주 사소한 습관부터 이런저런 핑계로 잠시 미뤄두었던 숙원 사업들을 리스트하고 하나씩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 이불 정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을 달고 살면서도 하루에 2-3잔씩 마시던 커피를 끊었고, 점심시간을 쪼개어 30분 독서를 하고 있다. 돈이 많이 생기면 후원하겠다던 생각을 바꿔, 얼마 전부터 월급의 5-10%를 기부해 결손가정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나는 불확실성과 실패가 두려워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선택에 대해서만 베팅을 거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늘 “내가 돈이 많아지면..”, “내가 건강해지면..”, “여유가 생기면...” 과 같이 늘 조건부 다짐을 하며 미뤄만 왔다. 이제는 하고 싶고, 생각나는 것은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을 키우려고 한다. 하루하루 이런 소소한 행동들을 매 순간 책임 있게 이행하다 보면, 내가 원하던 진짜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2020년. 내 인생에도, 당신의 삶에도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