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le-moi en Français
민호와 지희가 종로2가 Hollys 4층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커피숍 스피커에서 패트릭 브루엘의 "Que Reste-t-Il De Nos Amours"가 낮은 볼륨으로 흘러나왔다. 하얀 셔츠에 올리브색 스웨터를 입은 지희. 민호는 그녀를 바라본 후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오빠가 마침내 스페인을 가긴 가네.” 지희가 말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간이 어느새 그렇게 됐다.”
“그것도 바르셀로나로…” 지희가 말했다.
민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를 마셨다.
“근데 영화 공부하려면 스페인보단 프랑스가 낫지 않아?” 그녀가 물었다.
“당연히 프랑스가 좋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몽블랑 눈을 녹여 만든 에비앙 생수를 얼마나 좋아해? 실은 파리에 있는 영화학교 두 군데에 애플리케이션을 보냈는데, 두 군데 모두 리젝트를 당했어. 그래도 뭐... 불어로 편지를 받으니까 기분은 좋더라.” 그가 곱슬머리를 긁적거린 후 말을 이었다. “스페인은 차선책으로 택한 거야. 프랑스에서 피레네 산맥만 넘으면 스페인이니까. 그 밑이 아프리카이니 일이 잘 안 풀리면 아프리카 가서 나라나 하나 세우려고. 아프리카에선 회사보다 나라 세우기가 더 쉽다고 하더라.”
지희가 그의 말에 깔깔거리며 웃었다.
“넌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 없어? 지난번엔 뉴욕 파픈스에서 패션디자인 공부하고 싶다고 했잖아.” 그가 말했다.
“당연히 가고 싶지. 오빠도 곧 서울을 떠나는데... 근데 유학자금도 모아야 하고, 미국이니까 토플 시험도 쳐야 하고. 아마 260점은 맞아야 할 거야...”
“260점? 너, 영어 잘하잖아? 260 정도는 쉽게 맞을 거야. 걔 누구야, 종철이 알지?”
“오빠친구? 이태원에서 티셔츠 행상하는.”
“그래. 종철이도 지난달 토익을 봤는데 965점 맞았대. 그 녀석은 희한해. 석 달에 한 번 꼴로 토익을 보니 말이야. 토익은 왜 보냐니까 필리핀 여자 꼬시려고 본다더라. 필리핀 여자가 바로 옆에서 액세서리 행상을 하나 봐.”
“웃긴다... 근데 정말 965점 받았대?” 지희가 말했다.
“응. 확인할 순 없지만. 듣기 평가는 다 맞았대. 리스닝 문제가 전부 티셔츠 사이즈를 묻는 거라 껄껄대며 시험보다 경고까지 받았나 봐.”
“그 오빤 운전면허 필기도 떨어졌으면서 붙었다고 했다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 필기시험을 12번이나 떨어졌고. 운전면허 시험장에 부모님이 엿 사 들고 오는 건 종철이 오빠가 유일할 거야.” 지희가 말했다.
“그럼 이 자식, 65점 맞고 965점 맞았다고 사기 치는 거 아니야…” 민호가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 데…” 지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깔깔거렸다.
민호가 몇 초동안 사이를 두었다가 말했다. “지희야, 요 앞 맥도널드에서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코카콜라와 더불어 먹는 거 어때? 그리고 영화 한 편 보고.”
“좋아! 근데 무슨 영화?”
“고다르 특별전이 열리거든. 아트 시네마에서.”
“고달훈 특별전? 고달훈이 누구야?”
“고달훈이 아니라 고다르. 프랑스 영화감독. 네 멋대로 해라, 못 봤어?”
“응. 내 멋대로 살곤 있지만, 아직 그 영환 못 봤어.” 지희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위트에 민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두 사람이 일어나 커피숍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