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와 백스트리트 보이즈

크리에이터에게 콘텐츠는 무엇으로 살아 남는가?

by 포텐셜아이즈

2026년 1월, CES가 열리고 있는 여기 라스베이거스에는 두 개의 공연 콘텐츠가 스피어(shpere)에서 공연되고 있었다. 그 하나는 주인공 도로시와 그를 돕는 세 명의 친구들, 지능을 얻고자 하는 허수아비와 심장을 원하는 양철 나뭇꾼, 그리고 용기를 가지고 싶어하는 겁장이 사자가 아직도 기억 속에 또렸한, 1939년에 첫 영화로 만들어진 <오즈의 마법사(The Wonderful Wizard of Oz)>이고, 다른 하나는 20세기말 최강의 아이돌그룹으로 전세계 여심을 사로잡았던, 데뷔한 지 올해로 30년이 된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의 공연이다.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스피어에서의 이 두개의 공연 콘텐츠, 하나는 80년이 넘은 고전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1990년대–2000년대의 팝 아이돌이다. 이 두 공연은 공통의 질문을 나에게 던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왜 이 오래된 이야기를,

늙은 아이돌의 음악을,

지금 다시 돈을 내고 보러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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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 질문은, CES <Creator Space>세션에서 오간 AI와 크리에이터에 관한 메시지에 메아리 처럼 하나의 질문을 되돌아 남게 된다. CES에 참가한 20대의 창업자는 스피어에서 <오즈의 마법사>를 관람하고 나서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스피어의 초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화려한 영상과 공간에 압도당했어요. 정말 놀라웠어요. 그런데 초반 20분은 강열했지만 이후에는 더이사의 흥미를 못 갖게 되러라구요. 좀 아쉬었어요'. 그리고 잘 알고 지내는 시애틀에 사는 70년대생인 40대 후반의 여성은 A는 3개월 전에 예매한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공연을 고대하고 기다리리는 모습에는 여전히 영원한 소녀 팬의 설레임이 묻어 있었다.



살아남는 콘텐츠란 무엇인가.

오즈의마법사와 백스트리트보이즈의 스피어 공연이 달리 보인 이유는 CES <Creator Space>세션에서 한 크리에이터의 던진 짧은 메시지 때문이었다. 그는 콘텐츠는 취향으로 남는다며, “구독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나이를 먹는다.”라고 하며 우리 인간이 '취향'과 '시간'을 이야기 했다.


처음엔 상식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말은 크리에이터에세 콘텐츠의 의미과 방향을 완전히 바꾼다. AI 덕분에 우리는 무엇이든,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말은 ‘새로운 세대’를 쫓으라는 조언이 아니라, 콘텐츠는 사람들의 시간에 어떻게 남겨두어야 하는가를 묻는다. 이 지점에서 반복해서 확인된 콘텐츠의 생명력을 갖게되는 이유는 바로 이것, '인간의 취향'이었다.


Volume does not equal value.- 양은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남는 것은 우리의 ‘취향’이고, 그 취향은 시간과 함께 남는다.


여기 CES <Creator Space>에서 만난 크리에이터들 역시 AI가 가저온 풍요를 부정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편집, 자막, 썸네일, 워크플로우 등, 이제 생성형 AI는 이미 기본 도구이고 인프라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해지는 느낌이다. AI는 속도와 양를 만들어 내지만, 인간의 '취향'을 만들진 못한다.



오즈의 마법사: 기술은 바뀌어도 이야기는 늙지 않는다

이번 라스베가스에서의 <오즈의 마법사> 는 스피어라는 미디어가 뿝어내는 ‘최신 기술 데모’에 가깝다. 86년전 제작된 이 영화는 소위, 스피어 경험으로 재해석된다. 초고해상도 스크린, 몰입형 사운드, 시야를 감싸는 공간 연출, 모든 것이 최첨단이다. 하지만 관객이 반응하는 지점은 기술만이 아니다.

노란 벽돌길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도로시의 마음

“이미 네 안에 답을 갖고 보는”는 이야기 구조

스피어에서 이 콘텐츠를 선택하게된 이유는 정확히는 몰라도, 아마도 이야기의 새로움으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왜냐면 관객은 영화를 ‘처음’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 어느 날의 자기 자신의 기억을 다시 만난게 된다. 이것이 콘텐츠가 시간을 통과하는 방식이다. 이야기는 늙지 않았고, 관객만 나이를 먹었을 뿐이다. 그리고 함께 관람하는 어린 아이에게는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그 아이의 취향은 미래에 어떤 선택을 하는데 작용할 것이다.



백스트리트 보이즈: 팬은 사라지지 않고, 같이 늙을 뿐.

같은 스피어 공간에서의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공연은 또 다른 '취향'의 생명력을 잘 보여준다. 대부분의 관람객은 10대가 아니었다. 40-50대, 그리고 어떤 이들은 어린 자녀와 함께였다. 이 공연의 힘은 신곡에 있지 않았다. 첫 소절이 나오기도 전에 환호가 터진다. 가사는 이미 관람객 모두의 몸에 저장돼 있다.


이 장면은 <Creator Space>에서의 그 메시지-'그들, 팬들은 나이를 먹지만 취향은 사라지지 않는다'-을 그대로 증명한다.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새로운 팬을 ‘양산’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시간을 건너온 사람들과 다시 만나는 무대를 만든다. 스피어의 최첨단의 기술은 관람객이 이미 알고 있는 음악과 그들만의 스토리를 한 세대를 관통하는 경험으로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기술은 바뀌고 있느게 아니라, 시간이 바뀌어도 '취향'은 유지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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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개의 공연 콘텐츠는 어떻게 긴 시간을 견뎌왔는가?

이 두 콘텐츠는 장르도, 형식도 다르다. 하지만 콘텐츠를 읽는 구조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스피어는 계속해서 더 화려한 무대를 만들 수 있다. 이 공간은 “이 콘텐츠가 얼마나 오래 살아남았는가”를 증폭시키는 장치에 가깝다. 하지만 스피어는 이 공연의 주인공이 아니다. 아무 이야기나, 아무 음악이나 이 공간을 채울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공간에 모인 사람들은 <백스트리트 보이즈>를 신뢰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취향'을 시간이 더 흐를 수록 갈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CES <Creator Space>에서 AI 시대에서 새로운 의도를 설계해야만 하는 크리에이터에게 남는 질문과 스피어의 두 공연이 공통으로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콘텐츠는 취향으로 남고

취향은 신뢰를 만들며

신뢰는 시간을 견딘다


오즈의 마법사는 세대를 건너온 이야기의 취향이고 백스트리트보이즈는 함께 늙어온 팬과의 신뢰다.AI 시대에 살아남는 크리에이터는 가장 빠른 사람이 아니라, 가장 오래 견딜 수 있는 취향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그 콘텐츠의 관객은, 어린이였다가, 청소년이 되었다가, 어른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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