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파스머프 Apr 15. 2024

'경청'은 최고의 '선물'이다.

그날 이후, 나는 그 회사의 투자자가 되었다.

 그 동안 스타트업과의 수많은 코칭 대화 나누면서 가장 어려운 대화 기술 중 하나, '경청'. 그러나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 '경청'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일반적인 견해와 달리 듣기는 수동적인 행동이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다.' - 크리스 보스

 FBI의 전설적인협상전문가 크리스 보스(Chris Voss)의 책,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Never Split The Difference)]에 알 수 있듯이, 가장 긴박하고 생사가 오가는 인질극의 상황에서도 가장 강력한 협상의 기술로써 '경청'의 위대함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인질범도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에게만 집중해 주는 누군가에게는 솔직한 마음을 열게 만드는 힘이 '경청'에 있음을 크리스 보스의 성공적인 인질협상경험이 증명해주고 있다.  

 간혹 '기가 빨렸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그런 날은 상대방과의 교감이 없이 단절됨이 힘들게 만드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경청'은 더욱 적극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그 때 소모되는 정신적 신체적인 에너지의 양은 '말하기'의 수십 배는 더 크다고 한다. 기능적으로도 상대방의 충분한 이해를 목적으로 할 때, '말하기'는 '듣기'에 비해 제한적인 기능임에 틀림이 없다. 






 2년 전에 코칭으로 인연이 된 젊은 창업자는 그날 나의 질문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나의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살짝 당황한 듯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나의 경청이 준비되었음을 확인하고는 거의 한 시간을 쉬지 않고 이야기를 쏟아 냈다. 그는 이제 막 창업 2년차로, 창업 초기에는 국내 대기업의 사내벤처로 최고의 기술과 인프라를 제공 받는 인큐베이팅과 모기업으로 부터의 투자도 받아 왔지만, 실제 창업현장에 내놓인 이 후 부터는 급격한 자금위기가 찾아 왔고 뭔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다른 사업모델로의 피봇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었다. 


‘그날의 나의 질문은,
 '그럼에도 끝까지 붙잡고 놓고 싶지 않은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 해주실래요?'         


 물론 경청은 좋은 질문에서 비롯된다. 호기심을 가득 담아, '나는 당신을 정말로 많이 알고 싶습니다'를 한 두 개의 질문에 담아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그의 감정상태는 '미련', '망설임',  '잘 될 거야, 문제없어', '믿을 사람은 오직 나뿐이지' 라는 자기체면의 닫힌 상태였는지도 모른다. 결국 나의 질문은 그에게 '누가 내 맘을 알겠어', '얘기한들 알지 못할 거야'와 같은 닫힌 생각을 깨버린 것이다.


 그 날 나의 질문, 지금 이 상황이 더 악화되고 큰 변화를 겪게 될 때, 무엇인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 '그래도 끝까지 붙잡고 놓고 싶지 않은 단 한 가지'에 대해 그는 수많은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 하는 동안의 그에 대한 나의 집중력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 준다는 느낌이 들 때, 보다 안정적이고 솔직해지면서 아주 쉽게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되돌아보면 잘 준비되고 맥락이 잘 잡힌 개방형 질문 한 두개는 적극적인 경청의 시작이었다. 수많은 코칭 중에 상대방을 충분하게 만족했던 대부분의 경우는 '말하기'보다는 '듣기'덕분이었다. 


결국 그가 찾은 답(어쩌면 스스로 이미 알고 있는)은
바로 '고객'이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창업 이후 가장 보람된 경험은 스스로 고객을 만들어낸 희열이었다고 고백했다. 자신과 팀이 밤잠을 설치면 만들어낸 서비스를 사용해주는 고객이 하나 둘 늘어 날 때 마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했다고 했다. 그 날의 경청 덕분에 나는 그 젊은 창업자의 고백을 듣게 되었고, 때문에 답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코칭 내내 나는 그의 눈을 마주하면 듣기에 최대한 집중했다. 그의 말이 멈추는 순간순간 끼어 들고 싶은 본능적 반응을 억제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만 '경청'은 가장 힘든 대화의 기술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격려하라. - 데일 카네기


 그날 이야기가 마무리가 될 즘에 그는 나와 약속을 하게 된다. 고객을 만나는 일이었다. 그리고는 강력한 조언을 해주었다. 고객을 이해하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그리고 그 방법은 다름 아닌 '경청'이었다. 


그날의 '경청'은
나를 이 회사의 투자자로 이끌었다.


 고객으로 만난 이 창업자와의 대화로 나는 이 창업자의 조력자로 서로 의미있는 성장을 강하게 기대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경청'은 나에게, 오롯이 이 창업자의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했고, 좋은 투자처를 찾게 된 '선물'과도 같았다. 현재 그의 창업 아이템은 지난 해 하반기 글로벌 론칭 이후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오롯이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던 당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그 때 당신은 어떤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해 보자. 




https://brunch.co.kr/@eugenekimpsah/25



매거진의 이전글 스토리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