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과 노동조합 사이 전쟁 같은 하루들

2026년 02월 23일 ~ 03월 01일 주간기록

by 기록하는노동자
차량 고장, 이동사무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노동의 시간

어느덧 2월의 마지막 주다.
복직 후 사업장에 다시 배치되어 영업 업무와 노동조합 활동을 병행한 지도 두 달이 지났다.
아직도 균형점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


현장은 돌아다니지만 실적은 쉽게 따라오지 않고
노동조합의 일상 업무는 하루도 쉬지 않는다.
어느 날은 차량 고장 하나로 하루 일정이 무너지고
어느 날은 아무도 만나지 못한 이동사무실에서 씁쓸하게 돌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록은 멈추지 않는다.
기록하는 동안 나는 다시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월 23일, 다시 시작된 균형 잡기

어느덧 2월 마지막 주다.


사업장에 다시 배치되어 영업 업무와 근로시간면제를 병행하기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균형점을 잡기는 쉽지 않다.


담당하는 현장은 3월에야 본격적인 물량이 시작되고
개인이나 중소건설사 현장은 아무리 돌아다녀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영업에 대한 감도 다시 찾아야 하고
노동조합의 일상 업무도 밀려서는 안 된다.


부진한 실적이 조금씩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영업하는 날은 영업에 집중해야 한다.


종일 운전대를 잡고 현장을 돌아다녔지만
오늘도 영업 실적은 제자리걸음이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
내일도 다시 돌아야 한다.

2월 24일, 관리의 이름으로 남겨지는 것들

복직하고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본사의 관리형 증빙 서류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오늘은 사업장 BI(Business Intelligence) 교육이 있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사무실로 복귀했다.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데이터 기반으로 현장을 분석하고 업무를 개선하는 시도라면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 과정에서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다 같이 모여 수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관리팀에서 사진을 찍는다.

약 40분짜리 교육이었다.

이럴 바에는 줌으로 화상교육을 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손익분기점 정도의 기본 정보는 알려주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웨비나가 자연스러운 시대에 이런 집합 교육을 하는 이유가
혹시 ‘증빙’을 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분명 좋은 취지로 시작된 제도일 것이다.
하지만 관리 지침 속에서 그 취지가 흐려지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BI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업무 개선 토론을 하는 자리가 더 의미 있지 않을까?

2월 25일, 차량 하나로 무너진 하루

오늘은 일정이 빽빽했다.

10시 화학연맹 서울본부 월례회의, 13시 한국노총 대의원대회,
저녁에는 의정부로 조합 차량을 전달해야 했다.


아침에 렌터카 회사가 차량 정기점검을 하고 갔다.

그때도 스마트키로 시동이 걸리지 않아 스마트폰 디지털키로 시동을 걸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스마트폰 키 문제인 줄 알고 키를 삭제했다가 다시 설치하려 했다.


그 행동 하나가 모든 재앙의 시작이었다.

차량이 스마트키를 인식하지 못했고 시동이 완전히 걸리지 않았다.

긴급출동을 불렀다.

처음에는 금방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긴급출동은 견인차 호출로 이어졌고 차량은 서비스센터로 옮겨졌다.

차는 바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결국 서울본부 월례회의는 포기했다.
한국노총 대의원대회라도 가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포기했다.


저녁에 조합원에게 차량을 전달해야 했다.

그 약속만은 지켜야 했다.

조합원 복지 시스템이 고장 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고장 난 스마트키 인식 모듈을 교체했다.

하지만 타이어 공기압 경고 알람이 1분마다 울렸다.

이 상태로는 차량을 전달할 수 없었다.

급하게 다른 서비스센터를 찾았고 업무 종료 직전에 겨우 도착했다.

사정사정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의정부로 향했다.


차를 전달하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니 밤 9시였다.

하루가 전쟁 같았다.

대외 연대도 중요하지만 조합원이 먼저다.

하루를 통해 나 스스로 다시 확인했다.

그래, 이게 맞는 거다.

2월 26일, 외면과 안타까움 사이

동서울공장에서 이동사무실을 진행했다.

이 사업장은 자격정지자가 많다.

간식을 들고 부서를 돌면 환영하는 사람과
애써 외면하는 사람이 함께 보인다.


그래도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애써 외면하는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졌다.

노동조합 초창기 회사와 극렬하게 대립하던 시기에는 함께 버텨주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후 보이지 않는 압박 속에서 잡았던 손을 놓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그들도 집단 효용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동조합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결국 점심시간 식당에서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동서울공장은 늘 그랬다.

그래도 외부에 있는 직원들과 전화로라도 소통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더 좋은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2월 27일, 소식지를 만드는 이유

매월 마지막 근무일에는 노동조합 소식지가 발행된다.

이번 2월 소식지에는 중요한 변화가 하나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신규 가입자가 7명이었는데

2026년 1~2월 두 달 동안 이미 6명의 신규 조합원이 가입했다.

격려금 지급 관련 팩트 안내, 2026년 승진 인사 분석, 노동조합 복지 시스템 홍보도 함께 담았다.


우리 소식지 평균 구독률은 약 50% 수준이다.

꽤 높은 수치다.

하지만 노동조합 소식이 모든 조합원에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예전에 홍보팀에 있을 때 상품을 걸어도 참여율이 30% 정도였던 기억이 난다.

그때보다 관심은 높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각 공장에 대의원을 세우고 그들을 통해 소식을 전달하는 구조가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하지만 조직을 만드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이상은 높고 현실은 느리다.

그래도 오늘도 전진한다.

노동조합이 성장해야 조합원이 효용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2월 28일, 시간이 너무 빠르다

2월의 마지막 날이다.

묘한 기분이 든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3월이 다가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다.

3월부터는 2026년 임금교섭 준비가 시작된다.

조용한 토요일이지만 마음은 무겁다.

3월 1일, 3·1 운동인가 3·1 혁명인가?

3·1 운동과 3·1 혁명의 차이를 다시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 국사를 가르치던 담임선생님 덕분에 식민사관과 민족사관의 차이를 알게 됐다.


노동절이 근로자의 날이 되었다가 다시 노동절로 돌아온 것처럼

3·1 혁명도 언젠가 다시 그렇게 불리게 될까?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들끓는 하루였다.


출근 대신 기록하는 노동자의 주간일지 브런치북을 마치며
2025년 9월부터 2026년 2월까지

2025년 9월부터 시작한 「출근 대신 기록하는 노동자의 주간일지」가 어느덧 30편까지 왔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록이었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노동조합의 일상, 현장의 작은 사건들,
때로는 감정이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순간들.


하지만 기록을 이어가다 보니 이 글은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시간과 현실을 남기는 기록이 되었다.

기록을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했고
노동조합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었다.


늘 글을 읽어주시고 구독해 주시고 하트를 눌러주시는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덕분에 이 기록은 계속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기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 주에도 나는 여전히 출근하고 노동조합 일을 하고 또 기록을 남길 것이다.


노동자의 삶은 계속되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삶을 나는 계속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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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록은 노동존중사회를 위한 노동자의 기록이며, 모든 연대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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