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베이징이 건조한 회색 도시라는 인상이 강하다 보니 미술관과 어울리는 도시인가?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로서 북경에 살다 보면 관광지나 맛집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북경을 바라보는 시각이 때로 필요하다는 것을 점차 느끼게 되었다. 숨을 고르고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는, 조금은 신선한 나들이 장소로서의 미술관. 미술 비 전공자에게는 오히려 편안하고 부담 없는 나들이가 될 수 있다. 미술관으로 바라보는 베이징 - 이 도시에 대한 관점과 인상은 바로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특히 COVID-19 기간 동안 전보다 미술관을 더 많이 갔었는데, 한국을 다녀오거나 북경 밖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도심 속 단비 같은 외출을 갈구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내 자유가 침범 당한다고 느낀 힘든 순간에, 그 반대급부로 오히려 짬을 내어 다녀왔다. 때로는 아이들이 온라인러닝 하느라 집에 있는 시간에 내 머리를 식히러 혼자 다녀오는 경우도 있었다. 한 두 시간 정도 다른 세계, 다른 차원 속에 나 자신을 넣었다가 빼면 답답한 코로나 일상을 조금은 더 버틸 수 있는 에너지로 무장하고 나온 기분이 들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는 시니컬 하면서도 직설적인 표현과 넘치는 지적 매력을 평범치 않은 문장으로 나타내는 매력이 있다. 그가 쓴 미술에 대한 에세이집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의 한 구절인 아래 문구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나의 부모님은 문화를 주입하는 일도, 만류하는 일도 없었다... (중략) 예술이라는 관념은 우리집에서 존중 받는 무엇이었다.”
평소 자주 하지 못하지만 일년에 한 두 번 아이들과 함께 전시 감상을 하며 경험과 추억을 공감하려 노력한다. 아주 어릴 때는 미술관에 같이 가면 나도 아이도 집중이 어렵고 내 의도와 기대에 못 미치는 그들을 보며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함께 미술관에 가서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는 것이 최선임을 깨닫고 있다.
우리집 작은애는 피렌체 우피치미술관에서 그림들보다 소화기가 더 궁금했던 7살을 거쳐, 북경 798 현대모터스튜디오의 Robot 전시에서 자기 나름의 재미를 추구하는 방법을 터득 중인 11살을 보내고, 마침내 서울 예술의 전당 뭉크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을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세팅한 13살이 되었다.
여전히 미술관 기념품 매장에서 쇼핑하는 것을 더 즐기지만, 아이들이 꼭 미술과 관련된 전문가의 길을 가지 않더라도 앞으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 미술과 음악 등 예술이 윤활유 역할을 하여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북경 생활에서 나에게 가장 활력이 되는 일은 걷기인데 걷기와 맞닿아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가볍고 부담 없이 충동적으로 방문이 가능한 미술관이어야 하기에, 수많은 미술관 중에 이런 관점으로 골라서 썼다. 물론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내 사적인 취향일테지만 말이다.
북경의 핵심인 천안문광장 동쪽에 위치한 종합 국립박물관인 ‘중국국가박물관’ 중국 내 최대 규모 미술관 중 하나이며 중국 근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 연구, 전시하는 ‘중국미술관’, 그리고 한국에 홍익대학교가 있다면 중국에서 최고 미술전문대학교 지위를 차지하는 ‘중앙미술학원’의 5월 졸업전시회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사전 예약과 계획이 필요한 미술관들이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중국국가박물관 (中国国家博物馆)
National Museum of China
주소 : 北京东城区东长安街16号(天安门广场东侧)
위챗 공식계정 : ichnmuseum
중국미술관 (中国美术馆)
The National Art Museum of China (NAMOC)
주소 : 北京东城区五四大街1号
위챗 공식계정 : namoc2016
http://www.namoc.org/en/about/history/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中央美术学院 美术馆)
CAFA Art Museum (Central Academy of Fine Arts)
주소 : 北京朝阳区花家地南街8号中央美术学院内
위챗 공식계정 : cafaartmuseum
‘언제 떠날지 모르지만 거주하는 동안만이라 나만의 베이징 지도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나의 글쓰기는 아침식사 나들이와 더불어 미술관 방문으로까지 이어졌다. 내가 꾸준히 애정을 갖고 있는 성문에 대해 썼던 글도 다시 다듬어보고 싶고 [브런치북] 북경 지하철 2호선 성문나들이 (brunch.co.kr), 나의 숨통을 틔워주는 후통과 맥주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젠가 주어지길 욕심내 본다.
글씨란 인생 그 자체라고. 나는 아직 이런 글씨밖에 쓰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틀림없는 내 글씨입니다.
- 오가와 이토 <츠바키문구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Thank you for being my r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