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2018. 8
당신을 떠올리게 하는 몇 가지들
가장 쉽게는 당신과 찍은 사진에서부터 떠오르는 기억.
그렇게 시작된 기억은 리듬 앤 블루스를 거쳐, 파란 바다가 내던 윤슬, 가을 즈음 어스름이 알리는 냄새, 겨울에 나오는 귤 내음, 당신이 쓰던 향수. 그런 것들로 다시 부유하지. 내가 나를 외롭게 만들었고, 그 끝도 철저히 외로웠던 최후 기억까지
당신이 뿌린 향수香水와 그리고 내가 느낀 향수鄕愁 간의 우스운 동질감
당신은 내게 고향과 같은 사람이었다. 망향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지독히도 원해서 보고 있어도 늘 그리웠던 사람
그 감정은 조력에 의해 변덕스럽게도 일었고, 감정의 지층이 켜켜이 쌓이고 무뎌져가는가 싶다가도, 올라오는 마음을 휘휘 저어 아주 엉망으로 만들곤 했다
부스러히 오가던 물 속 먼지들이 가라앉고, 떠오르고, 가라앉고, 떠오르고,
나는 그 부유의 흔적을 좇아 많이 방황했고 다시는 애초에 그런 감정 따위를 나누지 않았지
내 잔잔함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였다고, 누군가를 옆에 두고 스스로를 휘젓을 용기를 갖지 못했었다고
이제 당신과의 기억에서 나는 내음들은 희미해졌고
나는 당신과의 시간을 잊어버린 듯했지만
어쩌면 여전히 그때 그 거칠게 일었던 모래와 자갈의 파도에 괴로워 괴로워 괴로워하고 있는 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제 나는 순전히 당신의 향수, 그것의 이름이 궁금하여 걷다가도 문득 그 향을 찾아 헤매지
그래서 그 향수의 이름이 뭐냐고, 들었는데 기억 못 하는 내가 야속해서
망향望鄕: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망忘, 향香: 향수의 이름을 잊어버려 안타까운 마음
갈 곳 없는 망향된 감정뿐이었다. 망향이 마침내 망할, 망, 향이 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