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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경 Jan 14. 2023

열정페이, 라떼는 말이야

"여긴 다 이렇게 받는다구요"

최근 모 연예인의 열정페이 논란이 떠오른다. 신입 스펙은 경력직에 준하는 조건을 내세워놓고 연봉은 2500만 원으로 기재했기 때문인데, 물론 실수에서 비롯된 해프닝이긴 하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무섭게 치솟는 물가, 대출금리에 저축은커녕 생계도 겨우 맞추는 형편이라 다시 한번 투잡을 시도해 봤다. 몇 군데 면접을 보러 다니다 결국 내가 먼저 퇴짜를 놨다.


서울에서 경력을 쌓고 지방으로 내려와 보니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바로 연봉이다.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여긴 다 그래'라는 마법의 말이 통용되는 세계가 여전히 존재하더라.


이것도, 저것도 잘해야 하지만 여전히 최저시급으로 사람을 쓰고 싶은 욕심에 일단 불러놓고 본다. 화려한 언변으로 포장하지만 결국엔 엄청난 잡무에 최저시급을 받으란 소리다. 주휴수당 붙는 것도 아까운지 단 5시간 알차게 착취할 인재를 뽑겠다며 책상을 사이에 두고 지리는 기싸움을 시전 한다. 이 지역은 다 그렇게 받고 산단다.


묘하게 불쾌하고, 화가 나서 운전대를 잡고 한참을 생각했다. 10년 전, 열정페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취업하겠다는 패기가 사라진 걸까, 아니면 아직 돈이 아쉽지 않은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오지랖인 걸까. 내가 아니면 하겠다는 청년들은 많을 테니 그냥 털어버리면 될 일인데 말이다.


밀레니엄 세대인 내가 취업할 당시에도 이 지역은 일자리가 귀했다. 생산직, 서비스직 아니면 공무원이 최고의 선택이었다. 한 지방대 컴공과 출신 친구는 장기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유치원 사무보조로 용돈을 벌며 막막한 현실을 이겨내려 애썼다. 나는 당시 피아노 학원에서 시급 1만 원을 받고 강사로 일했는데, 15년이 훌쩍 넘은 지금 시급을 살펴보니 평균 1만 1천 원이다. 무슨 일인가 싶다.


먹고살기 어려운 지역이라 그렇다고 한다지만, 여전히 청년들이 돈을 벌 만한 양질의 일이 없다는 것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다. 지역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라 함부로 논할 수는 없는 문제이나...


취업시기인 늦둥이 동생 생각도 들고, 라떼 어려웠던 시절도 생각나 한순간 '욱'한 마음일 수도 있겠다. 사업자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한 한 인간의 편협한 생각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열정페이가 당연한가에 대해선 왜 이렇게 반발심이 드는 건지, 불편하기 짝이 없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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