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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경 Nov 13. 2023

슬픈 건 나인데 왜 그러세요



아직 49제를 보내지도 않았는데.

엄마, 나, 동생은 막내가 쓰던 방을 정리했다.

사진 몇 장, 아끼던 물건, 휴대폰은 남겨뒀다.

사치하지 않고 멋도 낼 줄 모르는 아이였지만

그래도 유품을 정리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더라.


잘 어울리냐며 입어보인 티셔츠,

사놓고 쓰지 못한 새 물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차,

소중히 담아둔 여자친구 선물,


무엇하나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슬픔으로 가득했지만

우린 약속이나 한 듯 분주하게 정리했다.


처음 겪어본 일이니까...

우리만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 우릴 두고 별별 훈수가 이어진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일인데.


"방 정리하지 말지 그랬어"
"책상에 음식 놓아주면 안 돼"
"천도재를 지내줘야 하는 거 아닐까"


야속하기도 하지. 어린 사람이 세상을 등지니 미신이나 종교 이야기가 쏟아진다.


매일 눈물바람이란다. 밥도 잘 못 먹는단다. 되려 실컷 위로를 받고서는 이내 이것저것 훈수를 둔다. 정작 막내 납골당엔 발도 딛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혹여나 한 맺힌 영혼에 해라도 입을 성 싶나 보다.


나보다 더 구슬프게 울기도 한다. 막내와는 연락 한 번 않던 사람이다.

본인의 힘든 사정 탓에 잘못된 생각을 하기도 했단다. 래서 우리 막내의 죽음이 더 슬프게 다가왔단다.

결국엔 그의 고민으로 1시간을 꼬박 채운다.

전화를 끊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사람은 결국 이기적인 존재라.

이렇게 여겨야만 개의치 않고 넘어갈 텐데 말이다.

가슴은 답답하고 머리는 차가워진다.

세상이.. 미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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