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네가 뭔데 내 인생을 망치는 거니?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알고리즘, 나의 도파민.
스무 살이 넘어 처음으로 생겼던 스마트폰은 신세계였다.
이전에 썼던 핸드폰들은 방향키의 가운데에 OK버튼과 함께 인터넷 버튼이 있었는데,
실수로라도 인터넷 버튼을 누르게 되면 황급하게 종료를 연타하며 안도의 한숨의 내쉬었었다.
갑자기 나타난 스마트폰은 나를 이곳저곳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게,
친구들과 문자를 할 때면 띄어쓰기를 줄여서라도 한건의 문자에 보낼 수 있게 노력했던 나의 과거를 금방 잊게 만들었다.
스마트폰을 쓰게 된 지 수년이 지나자 유튜브라는 어플과 인스타그램이라는 어플이 내 인생에 등장했고 나는 그 세상에 쉽고 또 아주 빠르게 빠져버렸다.
내가 친구들과 나눈 얘기를 담은 영상이나 상품을 추천해 주고, 어떠한 영상에 오래 머물면 비슷한 영상을 추천해 주고 내 인생에 아주 친숙하면서도 빠르고 깊게 침투한 나의 알고리즘.
알고리즘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 인생에 아주 깊고 지독하게 얽혀있었다.
특히 1년 전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라는 짧은 플랫폼이 등장한 후엔 내 인생은 더더욱 알고리즘에 얽혀버렸다.
집과 회사를 오가는 시간 동안 책도 읽고 업무정리를 하기 위해 구매한 스마트패드로 유튜브를 틀어두고, 손에 핸드폰을 쥐고 인스타그램을 슥슥 넘기는 나를 보며 갑자기 머리를 둥-하고 맞은 것 같았다.
'아니, 공부하겠다고, 책 읽겠다고 산 스마트패드로 영상을 틀어두고 또 손으로 딴짓을 해? 이게 맞아?'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빠른 판단을 했다.
내 스마트 폰 속 정보로는 하루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22번 접속하고, 하루평균 5시간을 접속했다고 했다.
믿을 수 없었다, 하루에 9시간을 회사에 있고 매일 1시간 이상의 운동을 하고 주말부부로 딸아이를 독점육아 하는 내가 하루에 5시간을 볼 시간이 있었다고?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였던 알고리즘. 더 이상 네가 내 인생을 망치게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손 놓고 바라볼 순 없다. 이젠 정신을 차릴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