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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선 Dec 04. 2022

바람직한 어려움을 찾아서

'자동성의 함정'을 회피하는 방법

혹시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고 있음에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만족스러운 노력 외에 어려움을 추구했었는지, 자신의 수준을 올리려는 충분한 노력이 있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연습에 대한 만족도 또는 몰입과는 상관없이 연습의 난이도(수준)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UCLA의 로버트 비요크 교수는 새로운 스킬을 익히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실제로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y)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No Pain, No Gain


체육학에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더 높은 체력 수준을 달성하려면 평소보다 더 강한 운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로 '과부하의 원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마찬가지로 교육학에서는 학생이 성장하기 위한 모델로 '바람직한 어려움'을 제시하며, IT업계에서는 빠르게 실패하고 재시도한다는 뜻에서 '애자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전부 '고통 없이 얻는 것 없다'는 단순한 원칙을 가리키고 있다. 이는 자신이 속한 레벨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에 비추어봤을때 혹시 자신이 충분히 연습을 하고 있지만 연습 중에 어떠한 스트레스나 압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자동성의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고려해보아야 한다.



자동성과 바람직한 어려움은 구분되어야 한다.


많은 연습량으로 인해 특정 행동을 빠르게 자동 수행하게 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자동성(Automaticity)이라고 한다. 자동성은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뇌를 덜 쓰고도 특정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자동성 때문일 확률이 높다. 야구선수는 타격 연습에, 마트 캐셔(Cashier)는 돈을 계산하는 행위에, 속기사는 타자를 치는 행위를 뇌를 덜 쓰고도 남들보다 더 많이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자동성으로 인해 우리는 항상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자동성으로 인한 '편안함'과 '안락함'으로 인해 새로운 도전을 점점 주저하게 되기 때문이다.  역설계(Decoding Greatness)의 저자인 프리드먼도 자동성이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있다고 말한다. 


타격 연습을 하는 야구 선수를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매일 직구로 오는 공을 20개씩 타격을 한다. 이 타자는 처음에는 매우 힘겹게 20개를 쳐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한다. 바람직한 어려움이 자동성으로 전환된 것이다. 직구에 대한 타격이 익숙해지고 나면, 연습으로 인한 성장은 점점 힘들어지게 된다. 이런 경우 직구와 변화구를 섞어 연습하면 또다시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이러면 다시 성장의 기회를 열 수 있게 된다.


바람직한 어려움이란 이러한 것이다.

우리는 종종 자동성을 놓고 많은 연습을 했다며 바람직한 어려움으로 착각하곤 한다. 어떤 연습을 할 때 오랜 기간 동안 몰입했다고 생각되었다면, 그것이 자동성은 아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전문가는 단순 반복만으로 고수의 경지에 오르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특정한 분야의 연습이 끝나고 익숙해지고 나면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공략해 개선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간다. 그래야만 성과를 낼 수 있고 자동성의 지배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과한 어려움은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바람직한 어려움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과한 어려움은 또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바람직한 어려움은 이를테면 백신의 원리와 유사하다.

백신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 의도적인(치료를 목적으로) 특정 질병 혹은 병원체를 부여하는 의약품이다. 의도적으로 어려움을 낳는 것이다. 


이러한 백신의 병원체가 과투여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몸은 이를 이기지 못하고 질병에 점령될 것이다. 우리가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한 분야의 대가가 되고 싶다고 해서 한 번에 과도한 어려움을 의도적으로 연습하는 것은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본인에게 알맞은 적절한 스트레스가 주어지는 난이도의 연습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개인에게 최적인 연습 난이도와 분량은 학습자마다 다른데 스포츠/의료 분야에서는 개인에게 적합한 최적의 도전 지점을 찾기 위해 CPF(Challenge Point Framework)라는 모델을 활용하기도 한다. 똑같은 야구선수라 할지라도 타격 능력, 송구 능력, 수비 능력 등 세세한 분야별로 들어가면 선수마다 능력치가 제각각이므로 세분화된 최적의 난이도를 찾아서 연습해야 하는 것이다.


출처 : Challenge Point Framework and Efficient Learning of Golf M. Guadagnoli, K. Lindquist(2007)



마치며


전문가로 인정받은 모든 사람들은 이미 익숙해져 버린 작업을 단순히 반복하는 행위로는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과하지 않은 선에서) 적당한 스트레스를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작업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한다.


바람직한 어려움을 추구하는 일에는 거의 대부분 무능함이 따른다. 부족함을 느끼고, 좌절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숙련된 나를 다시 한번 흔들어 깨우는 유일한 방법은 변화를 주고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이다. 즉, '바람직한 어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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