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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선 Jun 05. 2023

소프트웨어 개발자처럼 생각하기

Digitalization이라는 변화에 살아남기

예전에는 은행 업무를 보려면 반드시 지점에 방문해야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주 먼 과거처럼 들리겠지만 고작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해당됐었던 이야기다. 

당시의 은행업의 경쟁력을 차별화하는 지표는 오프라인 중심이었다. 지점이 깨끗한가? 직원은 친절한가? 등등..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은행에 방문하지 않고 모바일 앱을 연다. 그러다 보니 은행도 이에 맞춰 소프트웨어 기술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이번엔 영업직원의 이야기다.

과거에 영업을 하던 사람들은 종이와 펜을 들고 다녔다. 고객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서다. 그리고 제품 설명을 위해 프린트된 종이 뭉치를 가방에 넣고 다녔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가? 대부분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넣고 다닌다. 어느 고객, 어떤 제품을 설계하더라도 다시 지점에 가서 새로 프린트를 할 필요가 없다. 소프트웨어가 그 일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대신 영업사원은 능숙하게 그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고객은 어떤가? 고객조차 과거에 비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마인드를 (어떻게 보면) 강요받는다. 요즘엔 어디를 가던 매장에는 키오스크가 있고 어떤 서비스건 소프트웨어를 통한 셀프서비스가 대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알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소외되고 도태된다. 과거 10년 전만 하더라도 그런 사고방식은 IT업계에서나 해당되는 얘기라고 반쯤 치부해 버렸을 일이다. 


소프트웨어 파워가 지닌 또 다른 장점을 살펴보자. 테슬라라는 전기차 기업을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013년 테슬라 차주가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사고 잔해물 위를 지나면서 배터리에 구멍을 냈고 결국 폭발했다.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이었다면 테슬라 모델 S의 바닥에 깔린 배터리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지만 만약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아마도 대규모 리콜을 통해 부품을 교체하고 고객은 엄청난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고속 주행 시 차체를 1인치 높이도록 서스펜션을 조정하는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소프트웨어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바로 이것이 소프트웨어 사고방식이다.


나는 이것이 시대의 큰 흐름이며 이 흐름은 당분간 지속되는 것도 모자라 지속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도 모르게 서서히 디지털화는 진행 중이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디지털 친화적이고 개발자와 같은 사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개발자처럼 사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앞서 기술한 테슬라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배터리 폭발을 막기 위해 소프트웨어 기술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대답이 '고속 주행 시 서스펜션 조정'하는 방법이었다. 이런 식으로 문제가 있으면 이를 해결하는 방식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상상할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개발자들에게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러 이렇게 하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Ask your developer'의 저자 제프 로슨은 물리적 실체를 디지털화한 다음 문제해결에 소프트웨어적 사고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존의 마그네틱 리더기와 달리 최소한의 플라스틱만 남겨놓고 나머지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채워놓은 '스퀘어'나, 물리적 키보드를 제거해 버린 '아이폰'처럼, 어떤 부분을 물리적 실체로 남기고 어떤 부분은 소프트웨어로 전환할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비율을 계속해서 조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우리 세상엔 아직도 디지털화할 아날로그적 요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속해서 고민하고 창의력을 발휘하고 스스로에게 되묻는 법을 연습해 보자. 꼭 기술을 잘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문제 해결능력은 기술이 아니라 사고방식의 차원이기 때문이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도, 가장 두뇌가 뛰어난 종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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