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책 만들기 : 독립출판의 모든 것> 프롤로그
나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루다
오랜만에 연락이 된 후배를 만 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만든 책인 <보통날의 여행>에 진지한 관심을 보이며 한숨 쉬듯 한마디 툭 내 뱉었다. “아, 선배는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계시네요. 부러워요. 제 버킷리스트에도 나만의 책 만들기가 있었거든요.” 그녀가 버킷리스트라 말한 일은 시작도 하지 않고 벌써 실패한 과거가 되어 있었다. 후배의 사정은 이랬다. 여행을 좋아하고 자주 다닌 터라 그간 모아 놓은 콘텐츠를 가지고 출판사에 문을 두드렸지만 출판사에서 원하는 것과 그녀가 원하는 것이 달랐다. 처음에는 조율을 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출판사에서 원하는 모든 것들을 그녀가 혼자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조율 과정에서 애초에 기획했던 출간 방향과도 상당히 맞지 않게 되자, 결국 그녀는 출간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출간 좌절의 경험 때문에, 당시 그녀는 독립출판 강좌를 등록해 둔 상태였음에도 강좌가 끝난 후 실제로 자신의 책이 나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앞 선 좌절의 경험으로 의기소침해진 상태에서 자신의 버킷리스트 실현을 위한 마지막 도전쯤으로 생각했으리라.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 막연한 시작점에 놓인 그녀로선 어쩌면 당연한 마음이었을 테다.
실제로 이런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본다. 독립출판 강좌를 진행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나만의 책 만들기를 버킷리스트로 갖고 있었다고 말한다. 일상을 기록하는 일상기록가, 사진이 취미인 사진가, SNS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SNS 작가, 여행으로 소통하고 싶은 여행가, 엄마와의 추억을 기록하고 싶은 선생님, 서먹해진 아빠와 정서를 나누고 싶은 그림 작가 등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이런 나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후배처럼 적극적으로 출판사에 도전해본 경우도 있고, 마음속에만 담아두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각기 다른 생김새만큼 이나 다양한 모양의 버킷리스트 ‘나만의 책 만들기’는 그들의 삶 속에 자의든 타의든 이제껏 일단 유보되어 왔다.
놀라운 진실은 그것을 유보해야 할 만큼 책 만드는 일이 어렵거나 힘들지 않다는데 있다. 실제로 내 강의를 들었던 많은 수강생들이 직접 ‘책’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었고, 이제는 같은 독립 출판인으로서 크고 작은 행사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한 번 만들고 나서 그치는 사람도 있지만 후속 작업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 번 시작하기가 어렵지 하고 나면 별 것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책은 나홀로 “나만의 책 만들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독립출판 강의를 해 오면서 얻은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가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도록 노력했다. 머리 속에서 맴돌았던 나만의 책을 노트나 컴퓨터로 끌어내 출간 기획을 시각화하고, 책을 디자인해 인쇄와 제본까지 스스로 마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책을 제작한 이후 판매를 위한 서점 유통과 홍보 방법까지 다루고 있으며 독자들이 실제로 가장 궁금해할 항목들을 추려 나만의 책 만들기 Q & A로 정리해 한눈에 보기 쉽게 도왔다.
덕분에 나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루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거기에 동봉된 엽서에 적힌 지난 수강생의 진심 어린 메모였다. 덕분에 나는 용기를 냈고 그와 같은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자 <나만의 책 만들기 : 독립출판의 모든 것> 집필을 시작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의 버킷리스트 하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여러분의 일상에 소소하고 즐거운 변화가 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15년 9월
홍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