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로 돌아오는 정거장

미키와 함께 걷는다는 것

by 홍유진

차박을 시작하던 무렵부터 일상을 여행하듯 지내는 지금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차박은 더 이상 나에게 여행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하루를 견디고, 다음을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 되었다.


한 달에 서너 번, 일을 마친 뒤 차에 올라 미키와 함께 걷고 차에서 잠든다.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고,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날들. 이제 나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 부러 준비하지 않는다. 그저 일을 마치면 차에 오르고, 반려견 미키와 함께 잠들 수 있는 곳으로 달려갈 뿐이다. 어디까지 갈지 정해두지 않아도, 오늘이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루가 자연스럽게 저물듯 나의 여행도 일상 속에 스미듯 흐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차박을 잘하는 법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런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담아내며 내가 나로 돌아오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오늘도 그렇게 흘러간, 사소하고도 소중한 보통날의 하루 이야기다.


미키와 함께 걷는다는 것


미키는 내가 멈출 때를 안다. 더 이상 걷고 싶지 않을 때, 굳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될 때를 미키는 늘 먼저 눈으로 말해준다. 여행지의 길 위에서 미키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충분히 냄새를 맡고, 잠시 멈추고, 마음이 괜찮아졌을 때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 다정한 속도가 어느새 나의 속도가 되었다.


우리의 여정에서 미키는 이렇다 할 특별한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앞장서지도, 길을 이끌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곁에서 증명해 줄 뿐이다. 차 안에서 잠들 때면 미키는 늘 같은 자리를 찾는다. 조금 좁아도, 불편해 보여도 그 자리가 ‘함께 자는 자리’라는 걸 미키는 알고 있다. 혼자 떠나오지만 한 번도 혼자인 적은 없었다. 그곳엔 언제나 미키가 있었으니까.


나이가 들수록 말이 적어진다. 괜한 말을 많이 늘어놓는 일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서다. 조용히 내가 해야할 일을 해나가는 편이 나에겐 더 잘 맞는다. 그래서 때때로 적막강산 같은 순간이 찾아와도 그리 외롭거나 불편하지 않다. 그저 같은 공간에 미키가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나의 여정에는 대단한 목적지도, 완벽한 하루도 없다. 그저 걸을 만큼 걷고, 힘들면 쉬어 간다. 어쩌다설령, 십 킬로미터 트레일을 걷기 위해 나선 길이어도 미키가 멈추면 나도 함께 멈추어 선다. 그 자리가 좋아서, 미키가 쉬면 나도 함께 쉬어가는 것이다. 그런 하루가 지나가면 나는 비로소 다시 나로 돌아온다. 미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나는 그 존재만으로 다음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미키와 함께라서 가능했고, 미키와 함께라서 오늘도 나의 떠남은 외롭지 않다. 일도 사랑도, 여행도 인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