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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하는 아빠 Nov 26. 2021

아들이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

내 말좀 들어줘!

어제 집에 오니 와이프가 둘째 아들이 학원에서 써온 글을 보여줍니다.  


자녀와 부모는 모두 퇴근 후 무언가를 함께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녀는 보통 놀고 싶어 하지만, 부모는 보통 얌전하게 뭔가를 자녀가 하는 것을 원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PC 게임을 하자는 데 찬성한 부모는 0명이었고, 뽀뽀를 하자는데 찬성한 자녀도 0명이었다. 
자녀의 생각은 퇴근 후 부모랑 있는 시간이 적으니까 뭔가 같이 놀고 싶어 하는 거고, 부모는 자녀랑 같이 있는 시간이 적으니까 숙제를 봐주거나, 대화하는 것처럼 평화롭게 있길 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녀가 원하는 것이랑 부모가 원하는 것은 180도 다르다.


둘째는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썼네요.  아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어떤 모습인지 이 글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둘째가 쓴 글대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보다, 이야기하기를 원했었습니다. 집에 오면 책을 보고 글을 쓰니까 아이들도 얌전히 있게 됩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보고 있기보다는, 뭔가를 집중하며 앉아 있으니 저도 은근히 좋더군요. 말로 표현한 적은 없었는데, 둘째는 바로 알아 버렸습니다. 


자녀와 부모는 모두 퇴근 후 무언가를 함께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녀는 보통 놀고 싶어 하지만, 부모는 보통 얌전하게 뭔가를 자녀가 하는 것을 원한다.


저와 놀고 싶어 하는 것은 알았지만, 제가 미처 몰랐던 제 속마음까지 둘째 아들은 알고 있었네요어리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글로 팩폭을 하다니요. 둘째가 피아노를 치고 있기에 옆에 가서 칭찬을 해줬습니다. 심드렁하게 알았다면서 피아노를 계속 칩니다. 칭찬하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별로 기뻐하지 않는 것 같아 서운했습니다. 30분이 지나고 나서 저는 글을 쓰고 있었고, 둘째가 앞에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둘째가 슬쩍 물어봅니다.


"나 글 잘 썼어?"

"엄청 잘 썼지, 대단해 아들!!"


둘째는 츤데레입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아들들의 마음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의 속마음이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부모의 욕심이라는 필터를 걷어 내려고 합니다.     


둘째는 3개월 전에 영어학원을 그만 두었습니다. 영어 학원을 다니기 싫다고 계속 말해왔는데, 그 말이 정말 안 들리더군요. 둘째에게 영어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어떻게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있냐고, 꾸준히 하다 보면 좋아하게 되고, 성실함도 배울 수 있다고 말하면서 계속 다니라고 하였습니다. 


아들이 말하는 '영어학원이 재미없다. 선생님이 이상하다'라는 말이, 저에게는 '놀고 싶어 하니 가기 싫어하는구나, 선생님이 공부를 많이 시키는구나'로 들렸습니다. 둘째는 영어학원이 싫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영어 공부를 못하게 하는 학원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둘째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글도 쓰고 싶어 했고, 책도 읽고 싶어 했습니다. 학원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기가 싫었던 거죠. 둘째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어"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이 말이 안 들렸습니다. 둘째와 논의하여 영어학원을 그만 다니게 하였습니다. 집에서 공부하면서, 다른 영어학원을 알아보자고 했습니다. 둘째는 좋다고 하지만, 와이프는 불안해합니다. 둘째가 영어에 대한 공부 정서가 더 나빠지기 전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영어학원을 찾아서 다니고 있습니다. 둘째의 의견을 반영한 곳입니다. 영어 학원이 싫다는 말은 안 합니다. 아들이 원하는 자유도는 높아졌지만, 우리는 공부를 덜 시키는 곳 같아 보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면 되는데, 부모의 욕심이라는 필터 때문에 둘째의 마음이 자꾸만 다르게 보입니다.  


요즘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보고만 있어도 좋습니다. 예전 생각도 나더군요. 숨만 쉬면서 자고 있어도 우리를 즐겁게 해 주던 그때 모습들이요. 제 욕심을 내려놓으니 아이들만 보고 있어도 좋습니다. 아이들을 믿으면 잘 클 텐데 뭐가 그리 불안해서 이거 하라 저거 하라 그랬을까요. 아이들의 마음이 보일까 봐 가뜩이나 작은 눈을 실눈을 떠가면서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옆에 있는 와이프가 한마디 합니다. 자기도 그런 눈으로 봐달라고요. 

저는 말하죠. "싫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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