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화장실 청소 담당은 아들들이다.
가족의 일원임을 느끼게 하기 위해
집안일을 아이들에게도 분담시켰다.
시키기 전에는 불안하지만,
일을 마치고 난 모습을 보면 뿌듯해진다.
지난주 일요일 화장실 청소를 하는 날이다.
타일에 때도 끼고 냄새도 난다.
욕실 용품을 다 빼고 대 청소를 해야 할 때다.
큰아들은 오후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고 나간다.
나와 둘째가 해야 한다.
큰아들은 큰아들 맛이 있다.
듬직하고 일을 잘한다.
둘째는 둘째의 맛이 있다.
귀엽고 하나하나 챙겨줘야 한다.
역시나 화장실 청소를 하러 간 둘째,
솔을 든 채 물어본다.
"아빠, 나 뭐 해야 해?"
"응. 유리 벽 빡빡 닦고, 바닥도 잘 문질러."
10분쯤 청소를 한 둘째.
솔을 든 채 다시 물어본다.
"아빠, 나 뭐 해야 해?"
"응, 요기 작은 솔로 타일에 있는 때 깨끗이 닦아."
20분 동안 구석구석 청소를 한다.
솔질하는 아들을 보니 귀엽고도 불안하다.
청소 후에 물도 자기가 뿌리겠다던 아들.
불 위에 올려 논 등갈비찜을 보러 간 사이에
다 했다고 한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드래곤볼의 크리링이 태양권을 쓴 듯이
화장실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타일 안의 때도, 벽 뒤에 묻어 있던 물자국 들도
모두 깨끗이 닦여 있다.
못 미더웠던 아들인데, 이렇게 청소를 잘했다니.
내가 한 것보다 더 깨끗했다.
둘째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고,
등도 마구 두드려주면서 칭찬해 줬다.
둘째라서 늘 지켜봐 주고, 도와줘야만 할 것 같았는데.
자기 몫은 늘 잘해왔다. 잊고 있었다.
믿으면 이렇게 잘하는 걸.
마지막 욕실 정리를 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둘째가 쓴 솔은 마지막으로 솔질한
화장실 바닥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아,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