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이란 무엇인가
시간이 흘러 변하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 번창했던 장소가 시간이 지나면서 쇠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바뀌는데 공간이 그대로라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시간에 따른 공간의 변화를 관리하는 방법은 꽤나 단순했다. 쇠퇴한 동네에서는 재개발이 이뤄졌다. 어려운 시절의 기억이 담긴 지저분한 물리적 양태를 불도저로 싹 밀어버리고, 새로 시작하고자 하는 욕망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높은 빌딩을 지어 올려왔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 건물이 지어져 백화점을 비롯한 상권이 들어서면서 사람이 북적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재개발과 개발, 그것이 지금까지의 공간운영 방식이었다.
개발과 재개발이 어려워진 뉴 노멀 시대, 쇠퇴 원인과 수요자 취향에 해답 있어
그러나 저성장과 인구 감소라는 ‘뉴 노멀(New Normal)’을 맞닥뜨린 지금, 개발과 재개발은 더 이상 쉽지 않다. 서울을 예로 들어보면 새로 개발할 빈 땅은 이제 없다.손쉽게 싼 가격으로 빌딩을 올릴 수 있는 재료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원래 있던 쇠퇴한 동네를 손봐 재개발을 해야 하지만, 저성장에 막혀버렸다. 쇠퇴한 동네를 불도저로 밀지 않고 되살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도시재생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다.필자가 정의하는 도시재생이란 원래의 용도가 다한 동네에서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고,그 용도에 맞게 건물과 동네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이다.
도시재생을 하기 위해서는 쇠퇴의 원인을 살펴야 한다. 왜 인구가 빠져나갔을까, 그리고 어떻게 인구를 다시 끌어들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을 푸는 첫 단추는 바뀐 용도를 찾아내는 일이다. ‘밀레니얼(Millenials;1980~2000년대에 걸쳐 태어난 인구집단으로 인터넷이 늘 연결된 환경에서 성장해 어떤 정보든 온라인으로 접속하고 활용이 가능한 세대)’이라는 용어로 알려진 요즘 젊은이들은 다양한 어메니티(amenity)를 즐길 수 있는 도시 중심에서 일하고, 식사하며, 사람과 만나고, 술을 마시며, 같은 공간의 집에서 쉬고 싶어 한다. 직주근접을 추구하는 ‘뉴어버니즘(New Urbanism)’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젊은이들이 몰리는 도시의 중심지 같은 곳에는 1~2인 가구들을 위한 주택 수요가 늘어나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여건이 각광을 받으며, 카페와 같은 근린생활시설이 적절히 조합된 동네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요즘 사람들의 취향을 잘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동이 빠르게 진행되며 도시에 언제나 공간이 부족했던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 살 집이 없었고, 상가 자리가 부족했고, 공장도 늘려야 했던 때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용적률뿐이었다. 디자인 등과 같은 가치를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오로지 육면체의 공간만을 늘려야 하는 때, 건축은 당연히 최대한 공간을 늘리는 데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빌라 같은 다세대주택이 무수히 등장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건물은 짓고 나면 얼마든지 팔렸고, 곧바로 사람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그때는 공간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특정 공간을 제외하면, 공간은 남아돈다. 그러니 달라야 한다. 어떤 공간이든 아름다운 디자인과 적절한 기능을 바탕으로 다른 공간과 경쟁해야만 한다. 수요자가 우위에 선 시장이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도시재생의 시대…자원·인구 고려해 적절한 목표를
세 번째로 눈여겨봐야 하는 점은 비용 측면에서 재생건축이 중요해진 것이다. 인건비나 폐기물 처리비용, 건축재료비 등이 크게 올랐다. 요즘 도시재생의 대명사처럼 흔하게 등장하는 건축기법인 ‘재생건축’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저 “옛것은 보존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아니다. 기존의 건물 뼈대를 최대한 살려 건축비를 최소화하는 재생건축은 과거와 달리 급등한 비용을 극복하기 위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물론 옛것 속에서 매력을 찾아낼 수 있게 된 대중의 등장과 맞물려 재생건축을 도입한 건축물의 가치가 극대화된 점도 크다. 이제 사람들은 그저 그런 네모난 공간을 소비하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디자인의 가치를 알아보고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젊은 사람들은 재생건축에 담겨 있는 오래된 재료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반면 개발시대에 공장식으로 찍어낸 네모난 공간은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재생의 시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떤 쇠퇴한 동네를 되살려 놓는다면, 다른 동네는 그만큼 인구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지 않는 한, 특정 공간에 사람이 몰리면 다른 공간은 그만큼 사람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입할 수 있는 자원, 인구 등을 고려해 적절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포기해야 하는 동네도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를 민감하게 살펴봐야 하고, 움직이는 도시를 이해해야 하며, 미래를 만드는 수많은 동인들에 대해 촉수를 뻗고 있어야만 한다. 도시재생의 시대에 모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헷갈려 하고 힘들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각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그 공간을 찾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수요를 잘 분석해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최대한 아름답게 꾸미는 수밖에 없다. 도시재생은 이 어려운 질문의 답을 찾는 일이다.
음성원 도시건축전문작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는 잡지 '나라경제'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링크: http://eiec.kdi.re.kr/publish/nara/now/view.jsp?idx=11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