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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성원 Nov 29. 2018

팝업시티 구축하기

공유도시를 만드는 방법

http://www.yes24.com/24/goods/67079076


1980~2000년에 태어난 세대로, ‘밀레니얼’이라 분류되는 젊은이들은 교외가 아닌 도심 안에 거주하면서 일하기를 원하고 있고, 리무트 워크와 같은 문화가 확산되면서 재택근무도 늘고 있다. 아울러 원하는 지역에서 ‘한 달 살기'와 같은 수요가 나타나며 관광과 거주의 개념이 혼용되고 있는가 하면, 3D프린터 기술 등으로 인해 하드웨어 생산까지도 도심 내에서 가능한 사회로 조금씩 진입하고 있다. 용도의 혼합이 거세게 나타나고 있는데, 현행 도시계획 체계는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받아낼 수 있을까?


르 코르뷔지에가 펼쳐놓은 모더니즘의 시대를 지나 한국도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접어들고 있다. 건축물에 대한 기호학적 시선이 재조명되기 시작했고, 건물은 단순한 “살기 위한 기계”가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는 기제로도 쓰이게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개발시대를 거치며 뒤늦게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한국은 아파트와 같은 사각의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핫 플레이스'라는 1970~80년대 작은 건물이 즐비한 동네를 통해 드디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는 시대가 품고 있는 다양한 건축양식을 즐길 수 있는 밀레니얼의 감성을 잡아낸다. 밀레니얼 만큼 문화적인 혜택을 충분히 받고 자란 세대가 지금껏 없었기 때문에 이제야 시작된 흐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박공 지붕이 있는 전통적인 주택의 형태와 함께 좁은 골목길이 만들어 내는 ‘휴먼 스케일의 공간’은 노스탤지아를 자극하고, 동시에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며 용도의 구분을 강제해 온 모더니즘과 반대로 용도의 혼합의 장점에 대해 조명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 등지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뉴 어바니즘’의 트렌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란 책으로 뉴 어바니즘의 문을 연 제인 제이콥스는 이렇게 말했다. “도시 구역들은 2가지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여서 밤낮으로 상이한 시간에 상이한 목적의 사람들을 끌어와야 한다."


용도의 혼합은 예컨대 주택을 개조해 일부 공간을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 해 주택과 상점이 동시에 존재하는 건물을 늘리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팝업 매장처럼 특정 기간 동안만 용도가 바뀌는 것까지 포함한다. 자꾸 도심 속으로, 한정된 공간 속으로 파고드는 밀레니얼 입장에서는 용도의 혼합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 지루한 풍경 대신 역동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인의 취향을 잡을 수 있는 새로움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공간의 활용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도 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눈여겨 보지 않던 ‘소비하던 공간'을 ‘생산하는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스위트스팟 같은 플랫폼은 건물 중 일부, 잘 쓰지 않던 공간을 팝업매장을 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줘 일시적으로 판매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에어비앤비는 주거공간을 일시적으로 숙박용으로, 스페이스 클라우드 같은 플랫폼은 역시 주거공간을 파티룸으로 잠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처럼 용도가 일시적으로 변화하며 다양한 용도가 혼합되는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만 할까? 주거와 생산, 업무, 관광 등이 같은 공간에서 한꺼번에 이뤄지는 세상, 이 같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기존의 고정된 용도지역 체계가 받아줄 수 있을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0월1일 “도심 업무빌딩 일부에 공공임대주택이나 분양주택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서울시는 업무와 주거의 적극적인 혼합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 같은 용도의 혼합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도시계획 체계, 이른바 ‘팝업시티'가 새로이 도입되어야 한다. 팝업시티는 한 공간에서 용도가 얼마든지 혼합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도시계획 체계를 세우는 개념이다.


팝업시티는 공유경제가 작동하도록 만들어 주는 밑바탕이기도 하다. 공유경제를 유휴자산을 이용한 서비스를 플랫폼을 통해 그 서비스를 원하는 이들과 연결해 부가가치를 얻어내는 산업이라 정의한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유휴자산의 용도는 바꾸기 쉬울 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자명할 것이다. 아무래도 소비자의 니즈는 변화할 수밖에 없고,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 수록 유휴자산 활용의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팝업시티의 철학은 도시의 유연성을 강화한다. 다시 말해 팝업시티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떠오르고 있는 개념인 ‘회복탄력성 높은 도시(Resilient City)’를 만들 수 있다. 예컨대 2012년 7월 도입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호텔 용적률 특례' 제도는 갑자기 몰려 들어오던 중국인 관광객을 대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였지만, 건축에 소요되는 시간 탓에 정작 몰려오던 수요에 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2017년 ‘사드 논란'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끊자 특혜를 받고 지어진 호텔들이 공실에 시달리는 상황을 불러 일으켰다.

만약 팝업시티의 전략에 맞게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공유로 대응했다면 몰려오는 관광객의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테고, 수요가 끊기더라도 원래의 기능인 주거용으로 되돌리면 충격이 덜해 회복탄력성이 높은 도시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영국의 사례 중에는 업무용 빌딩 일부를 일시적으로 주거용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의 회사 로위 가디언(Lowe Guardian)은 공실로 남아 있는 업무용 빌딩 일부 공간에 거주를 위한 작은 집을 조립해 넣는 방식의 ‘셰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물주 입장에서 공실로 두는 것보다 적더라도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 좋고, 이용자 입장에서도 일반적인 임대료보다 훨씬 적은 수준을 지불하면 돼 서로 간에 이익을 줄 수 있는 방식이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 제안한 것처럼 도심 업무용 빌딩에 거주공간을 집어 넣는 방식으로도 검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팝업시티의 철학에 따라 각종 제도가 전환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영국 셰드 프로젝트 첫 입주자 마크 (사진: 셰드)

만약 팝업시티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공실이 많은 호텔은 청년들을 위한 셰어하우스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화장실 딸린 작은 개인공간과 커다랗고 화려한 공유공간이라는 구조 측면에서 보면 호텔과 셰어하우스는 완벽하게 일치한다. 반대로 서울 도심지에 공실로 남아 있는 많은 오피스는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면 굳이 새로운 건축물을 짓지 않고 기존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고, 무엇보다 도시의 쇠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재생의 효과도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이미 주거용 시설에 잠시 숙박용 시설을 툭 튀어나오게(팝업) 만들어 작동하게 만드는 모델이다. 소비재로서만 기능하는 주거용 시설을 생산재로 바꿔 부수입을 올릴 수 있게 만들어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이끄는 모델이다.


도시재생이란 원래의 용도가 다 한 동네에서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고, 그 용도에 맞게 건물과 동네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이다. 잘 활용되지 않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바로 팝업시티라는 점에서 팝업시티는 도시재생의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수요를 쉽게 찾아내기 어려운 쇠퇴한 동네에서 다양한 종류의 기능을 ‘팝업'시켜 실험을 할 수 있고, 사람들의 취향이 바뀌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공간을 소비하는 도시인들에게 얼마든지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저성장 시대,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프라 투자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투자되어야 할 것이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프라를 분산시키는 것보다 ‘콤팩트 시티' 전략으로 인구를 한 데 모아 인프라 투자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점점 각광을 받고 있다. ‘콤팩트' 시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좀 더 좁은 공간에서 수많은 용도를 유연하게 등장시키는 팝업시티의 전략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모더니즘의 도시계획 체계에서 볼 때는 팝업시티가 거칠고 혼란스러우며 규칙적이지 않다며 불안한 시선을 던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밀레니얼이라는 새로운 인류는 이전과 다르게 도시를 소비하고 있다. 집에서 근무를 하며 오피스에서 주거를 한다. 여행을 떠나더라도 ‘현지인처럼 살아보기(live like a local)'를 위해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고, 외곽으로 벗어났던 제조업은 3D 프린터의 발전과 함께 점점 다시 도심 속으로 재진입하게 될 것이다. 작은 도시공간 안에서 좀 더 밀집해 모여 살면서 사람들 사이의 교류는 활발해지고, 그것은 저절로 혁신의 토대가 될 것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교류하면서 얻는 ‘유레카'의 순간이 모여 혁신을 가속시킬 것이다. 밀레니얼에 장착된 새로운 ‘감각기관'인 스마트폰은 그들의 눈과 귀가 되어 트렌드를 빠르게 확산시킬 것이며, 밀집도가 높은 곳에서 좀 더 쉽게 작동하는 공유경제의 이용을 촉진시킬 것이다. 공유경제는 팝업시티의 철학에서 숨 쉬고, 확산될 수 있다.


음성원 도시건축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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