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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미 Aug 01. 2024

합격한 포트폴리오 제작기(1탄)

시작이 어려운 분들에게

출근이
행복한 요즘

원하던 회사로 출근하는 시간은 피곤함보다 즐거움이 크다. 강남의 작은 사무실로 출근하다가, 판교의 기획자로 일한다는 사실은 스스로를 더욱 부지런하게 만든다.



특히 친구들의 안부 연락에 회사 이름을 말하는 순간, 모두에게 축하받는 기분은 나만 알기 아까운 감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나처럼 원하는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누군가, 이 글을 통해 나와 같은 기쁨을 누릴 수 있길 바라며 포트폴리오 제작 과정을 기록하기로 했다. 이직 성공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와 같은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보러 가기






시작은 누구나
막막한 글쓰기

포트폴리오 제작 당시 프로젝트에 대한 '글'을 먼저 써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렇다 싶은 성과가 없던 나에게 글로 정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직을 위해 작성하는 양식 같은 것도 인터넷에 돌아다녔는데, 그 양식을 채우는 것도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해왔던 일들은 많지만 이름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도 아니었고, 수치적으로 성공한 프로젝트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 줄이라도 내용을 작성해 보려고 컴퓨터를 열면 다른 사람의 포트폴리오 예시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핀터레스트나 노트폴리오를 보며 디자인에 집중하게 되었고, 남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며 나다운 포트폴리오는 하나도 작성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었다.


이후 현타 오듯이 깨달은 건, 다른 사람의 포트폴리오는 그 사람의 이야기일 뿐, 내 포트폴리오를 만들려면 '나'를 둘러봐야 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진행한 프로젝트로 제작한 포트폴리오는 나와 상관없음을 깨달았다.
- 이전 편에서 언급했던 내용 중






글 대신
마인드맵으로

포트폴리오 작성이 어려웠던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처음부터 잘 쓰려고 했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결과물을 빨리 완성해서 하나라도 더 지원하고 싶었으니까. 이직이 간절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나와 같은 마음으로 시작이 막막한 사람들에게 마인드맵을 추천한다.


다른 사람의 포트폴리오 보는 일을 멈추고, 마인드맵으로 '나'를 파헤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지원한 곳에 대부분 합격하면서 깨달은 건, 채용자는 단기간에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회사에 '이런 사람이 다니면 좋겠다'라는 각자의 기준이 있다. 그래서 어떤 경험들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통해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나에 대해 알려준다는 생각으로 접근해 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피그마(Figma)의 피그잼(Figjam)에서 마인드맵을 작성했다.







마인드맵
작성 팁

사람의 뇌는 연상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특정 키워드에 대해 여러 연관된 생각들을 떠올리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대학교'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대학생활 때 인상 깊었던 사건들을 마구 떠올리는 것이다. '공모전', '팀플 많았음', '이 학과를 왜 선택했더라', '팀플 할 때 이 주제가 가장 기억에 남았어' 등등.


어떠한 형식이나 의식에 구애받지 않고, 일단 자유롭게 써보면 좋겠다. 이 단계에서 업무 이력이나 성과 중심으로 작성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나에 대한 정보를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해왔던 일들의 의미를 스스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구난방이어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고, 굵직한 사건들은 글자를 키워보기


일반 마인드맵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연상되는 것들을 선으로 연결하지 않고 생각의 흐름대로 가까운 위치에 배치하기만 했다. 선으로 연결하면, '이게 서로 연관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에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생각이 멈추게 되서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에 대해, 내가 지나온 경험들에 대해 자유롭게 떠오르는 것을 적어보길 추천한다. 처음부터 완성하기보다는 하루하루 떠오를 때마다 추가해 나가는 식으로.


+ 감정적으로 느꼈던 부분들도 자유롭게 적어두었다. 나중에 이 감정들을 살펴보면 스스로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를 더 잘 알 수 있어서 유용했다.







여러 기준으로
묶어보기

기획에서는 이것을 그루핑(Grouping)이라고도 하고, 구조화 작업이라고도 한다. 어떠한 아이디어나 생각들을 자유롭게 나열한 뒤에 연관되는 것들을 묶어보는 것이다. 생각나는 자신의 경험들을 나열했다면, 여러 기준을 하나의 덩어리로 생각하며 다양하게 묶어주면 된다. 팁이 있다면, 처음에는 아주 큰 범위로 다양하게 나누는 것이다.


시간 - 연도순(2021년, 2022년..), 연차순(1년 차, 2년 차..)

신분 - 대학생 vs. 직장인, 팀원 vs. 팀장..

조직 - 대학교, 대외활동, A 회사, B회사..

프로젝트 - 공모전, 팀플 주제, 업무 단위..

특징 - 리더 경험이 많음, 팀플에 익숙, 도구를 잘 이용함(피그마, 일러스트, 오렌지 툴 등), 조사한 자료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많이 해봄, 체계 없이 진행한 경험이 많음,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특징을 정리할 때는 처음부터 키워드로 정의하지 않았다. 하나의 단어를 정의하고 시작하면 생각이 거기에 매몰되기 쉽다. 그래서 마치 내가 다른 사람의 성격을 분석한다는 생각으로 피드백을 남기는 식으로 작성했다. 키워드라는 것은 나를 표현하는 단어이므로, 스스로에 대한 분석이 끝난 후에 자연스럽게 근거 있는 키워드가 보일 것이다.







큰 덩어리와
작은 덩어리

어느 정도 큰 범위로 그루핑이 되었다면, 큰 범위 안에 나열된 주제를 작은 범위로 한번 더 묶어준다. 이미 크게 나누었기 때문에 한번 더 쪼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해가 쉽도록 큰 범위 = 큰 덩어리, 작은 범위 = 작은 덩어리)



큰 덩어리로 구분된 내용을 작은 덩어리로 나눠주는 과정에서, 큰 덩어리가 바뀌기도 한다. 두 번째 예시와 세 번째 예시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근무 경험이 짧거나 프로젝트에서 활동한 업무 단위가 크지 않은 경우는 [회사]가 큰 덩어리가 될 수 있다. 반면, 근무 경험이 길거나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우 [프로젝트]가 큰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하나씩
구체화하기

이처럼 그루핑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의 경험들이 정리되기 시작한다. 스스로 그루핑 한 내용들을 보았을 때 덩어리가 잘 쪼개어졌는지 확인하면 된다. 그 이후에는 작은 덩어리 주변에 적혀있는 내용들을 영화의 줄거리처럼 나열해 보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당신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과 같다.



일을 하다 보면 회사에서 시키니까 하는 업무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쓰기가 막막하다. 시장 조사를 하거나 어떠한 근거로 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개만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대표님 : 최타미씨 내일까지 인스타처럼 사진 업로드하는 기능 기획해 와!
나 : 어..(우리 서비스는 짧은 감정글만 남기는 컨셉인데) 넵


나는 이런 업무들은 처음에 배경은 비워두고 채울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작성했다. 만약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체계적으로 일한 경험이 아니어도 스스로가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는 거니까. 내가 한 모든 경험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최선을 다해 적어보길 바란다. 어떤 경험이든 당신의 성장에 쓸모없는 것은 없으니까.


포트폴리오 구성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나의 모든 경험을 모두 정리한다는 것에만 집중하면 좋겠다.







1탄을
마무리하며

포트폴리오와 관련된 글들을 보면, 이성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은 항상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기 힘든 법이다. 위에서 말했듯, 포트폴리오를 보는 사람은 채용하는 사람, 다시 말해 인간이다. 인간은 로봇이 아니며 채용하는 사람은 포트폴리오를 통해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논리의 영역이 아니다. 인상 깊은 사람은 '인간'이라는 감정의 영역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수치적인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했음에도 불합격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왜 떨어졌을까? 운이 안 좋아서 그런 걸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자면, '자신이 얼마나 능력 있는지만 주구장창 소개하는 사람 = 데이트하는 내내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자랑만 하는 상대방' 같아서가 아닐까.


 <돈의 심리학>의 저자 모건 하우절이 최근에 쓴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불변의 법칙>
뛰어난 스토리가 승리한다. 130p
-
이 세상이 사실과 객관적 정보를 토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훌륭한 아이디어나 가장 큰 숫자, 맞는 답이 승리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뛰어난 스토리가 영향력을 지닌다는 사실이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울 것이다. (중략) 완벽한 세상에서라면 정보의 중요성이 그 정보 전달자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사람들은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인내심이 부족하며, 감정에 쉽게 지배당하고, 복잡한 정보가 마치 스토리의 한 장면처럼 이해하기 쉬워지기를 원한다.


채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당신의 경험을 스토리의 한 장면처럼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는 관점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논리와 이성에 집중하여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당신만의 이야기로 상대방의 기억에 남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차별화되기를!


남들 같은 성과가 없어서 포트폴리오로 괴로웠던 내가, 나만의 이야기로 합격한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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