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너무 빠르게 회복된 여성 인권, 그리고 음모론.

회복이라는 말은 누가 정의하는가?

by 은이영


얼마 전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과 영화가 큰 이슈였다.
많은 이들이 공감했고,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5,000년의 역사 중 여성이 가장 행복한 시대라고 말해진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원하는 직장을 갖고,
내가 선택한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어떤 종교를 믿어도 제약을 받지 않는다.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그렇다.



여신 신화의 제거는 기원전 3,000년 무렵 시작되었고,
그 이후 약 5,000년간 아버지신 중심의 구조가 지속되었다.
그런데 최근 100~200년 사이,
이 구조는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여성 인권이 회복되고 있다.
혹은 회복되고 있다고 말해진다.
5,000년 동안 흐르던 질서의 방향이
불과 100년 만에 바뀌었다.
50:1.
역사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속도다.


이 회복이 왜 낯설게 느껴질까?
가부장적 질서는 단순한 관습이 아니었다.
종교로 정당화되었고,
법으로 고정되었으며,
교육을 통해 세뇌되었고,
경제 구조에 종속되었으며,
때로는 폭력으로 유지되었다.
종교는 “신의 뜻”이라 말했고
법은 “남자가 가장”이라 명시했으며
교육은 “여자는 집”이라 가르쳤다.
경제는 “남자가 벌어온다”라고 설계되었고
의학은 “여자는 히스테리적”이라 진단했으며
과학은 “남자가 우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구조는 전방위적이었고
탈출구는 없어 보였다.



변화의 시작은 산업혁명이었다.
노동력이 필요해졌고 여성도 노동자가 되었다.
집 안에만 있던 구조에 균열이 생겼다.
세계대전은 이 균열을 가속했다.
남성들이 전장으로 끌려가며
여성들은 공장, 병원, 농장으로 나갔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여성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1960년대에는 피임약이 등장했다.
임신은 통제 불가능한 사건이 아니라 선택이 되었다.
교육 접근성이 높아졌고
전문직 여성들이 등장했으며
법적 권리 또한 변화했다.
여성은 법적으로 ‘인격’이 되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역시 속도다.
1900년대에는 투표권조차 없었지만
2000년대에는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물론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여성이 투표하면 사회가 무너질 것이라 했고
피임약은 도덕을 붕괴시킨다 했으며
여성 CEO는 회사를 망친다고 했다.
이 반발의 핵심에는
기득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여성 권리가 올라가면서
남성 권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감각,
그리고 남성 정체성에 대한 위협.
이 불안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여성 인권 회복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아직 취약하다.
경제적 평등도,
사회적 존중도,
안전도 완성되지 않았다.
언제든 후퇴할 수 있다.
그만큼 불안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급격한 변화에 대해 불편한 질문은 계속 제기된다.
이 회복은 정말 자연스러운 진화일까?



여기서부터는 가설이다.
자본의 관점에서 보면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은 노동력을 두 배로 늘리고 임금 경쟁을 유도하며
소비자를 확대한다.
가족 단위 소비는 약화되지만 개인 단위 소비는 폭증한다.
자본 이익은 극대화된다.
1960년대 페미니즘 운동을
대기업 재단이 지원했다는 기록도 있다.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결과는 분명히 경제 구조를 바꿨다.
국가의 관점에서도 해석은 가능하다.
가족은 독립적인 단위다.
강한 가족은 통제하기 어렵다.
가족이 약화되고 개인이 고립될수록 국가 의존도는 높아진다.
양육은 외주화 되고
교육과 복지는 국가화되었으며
개인과 국가는 직접 연결되었다.


또 다른 가설도 있다.
분열은 통치를 쉽게 만든다.
성별 갈등, 세대 갈등, 계층 갈등은
단합을 방해하고
시선을 분산시킨다.
미디어는 갈등을 증폭시키고 선정성으로 소비된다.
이 모든 해석이 진실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전부 허황된 이야기라고도 단정할 수 없다.



분명한 사실도 있다.
여성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경제활동이 늘어날수록 출산율은 낮아진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여성 인권 회복은 필연이었고 음모가 아니라
현실에 맞춘 진화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저출산과 가족 변화,
성 갈등은 그저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묻고 싶다.
이토록 빠른 회복은 왜 이렇게 깔끔한 서사를 가질까?
우리는 곧 2026년을 맞는다.
지난 100~200년 사이 해체된 가족과 공동체, 개인주의는 또 다른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어떤 구조가 등장할까.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의 방향을
정말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 걸까?





"다음 편에서는
어머니신과 아버지신 이후,
AI가 차지하는 자리와
초월적 권위의 이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편: 사라진 어머니신, 신은 왜 남자로 남았을까?
여신 신화의 삭제와 가부장 구조의 형성

https://brunch.co.kr/@eun-e-young/23


2편: 너무 빠르게 회복된 여성 인권, 그리고 음모론

회복이라는 말은 누가 정의하는가?

https://brunch.co.kr/@eun-e-young/25


3편: 초월적 권위의 이동, 새로운 '신'의 등장. AI

어머니신과 아버지신 이후, AI가 차지하는 자리

https://brunch.co.kr/@eun-e-young/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