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많을 때는 숨이 막힌다.
하루 종일 쫓기듯 움직이고,
일을 하는 와중에도 다음 일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퇴근하고 나면 아무 생각도 아무 것도 하기 싫다.
극한에 몰릴 때는 유투브 쇼츠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아, 진짜 이것만 빨리 지나갔으면.."하는 마음 뿐이다.
어릴 때는 친구와의 약속을 기다리거나
여름휴가 계획을 꿈꾸며 버틴다거나
위시리스트 쇼핑을 하면서 이 시기를 넘겼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일이 조금 줄어들면
이번엔 또 다른 종류의 우울이 찾아온다.
바빠서 정신없을 때 못느꼈던 생각들이
하나 둘씩 갑자기 몰려온다.
'그래서 나는 뭐지?'
'일 말고는 남은 게 있나?'
소소한 약속, 휴가, 쇼핑들이
잠깐의 진통제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란 걸 알아버렸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문제는 일이 많고 적음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일 말고 나를 지탱해 주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일에 파묻혀 있을 때는
그나마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일이 조금 사라지면
그 아래에 있던 공허함이 그래도 드러난다.
그래서 요즘은
'일을 줄여야 하나'보다
'일 바깥에서 나를 조금이라도 채우는 방법'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한다.
아주 거창한 계획은 없다.
글을 쓰고
운전 연습을 하고
하루를 기록한다.
소비하고 시간을 즐겁게 흘려보내는 것도 좋지만
무언가 생산하고 창조하고 배워가는 것들을 찾는다.
인생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일이 전부인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은 든다.
회사를 제외하고도 무언가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일이 많아도 힘들고
일이 없어도 불안한 사람들.
그게 게으름도,
능력 부족도 아니라는 것을
요즘에서야 깨닫고 있다.
일과 삶을 분리하기는 어렵고
이미 내 삶의 많은 부분이 일에 먹혔다.
이제는 다시 나를 채우는 시간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