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은하게 Feb 02. 2021

9. 취미로 정말 돈을 벌 수 있을까?

원데이 클래스 플라워 강사 하기

지금까지 1~8번 글에서 소개한 건 모두 '알바'였다면, 원데이 클래스는 제가 퇴사까지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처음의 '일'이었어요. 앞서 했던 모든 일들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지금까지 제 인생에 있어서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일입니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어요. 앞서 했던 일들은 거의 제가 직접 '어떤 투잡을 해볼까?'라는 마인드로 시작한 거였다면, 원데이 클래스는 오히려 정말 우연한 계기로,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어요.


2017년 여름,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아마도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랑 조만간 결혼을 하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던 때에,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맑은티엔'에서 커플 스냅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이벤트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열심히 제 피드에 공유도 하고, 사연을 구구절절 써서 응모했는데 결과는 탈락. 하지만 덕분에 이런저런 스냅 이벤트가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또 마침 다른 이벤트가 있어서 응모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응모한 이벤트의 작가님은 신인 작가님이었는데, 웨딩 스냅을 새롭게 찍게 되시면서 드레스 업체에서 협찬을 받아서, 무료로 드레스를 빌려주고, 야외 스냅을 찍을 수 있는 이벤트였어요. 이번에도 결과는 탈락이었는데, 아쉬워하셨던 작가님이 탈락자 대상으로 무려 4만 원에 스냅을 찍어주신다고 해서 '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격'적인 웨딩 스냅도 아니었고, 4만 원 내고 사진 찍는데 부케, 드레스에 거금을 쓰기가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드레스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18,000원인가 20,000원인가 짜리를 사고 (오랜만에 추억 여행하려고 네이버페이 갔는데 최근 2년 구매 목록만 조회 가능하다네요 ㅠ ㅎㅎ), 부케는 제가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네이버에 열심히 검색을 한 결과, 고속터미널 조화 시장에 가면 조화가 엄청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셀프로 부케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쉬운 거예요! 그래서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후, 제 결혼식 때는 생화로 셀프로 부케를 만들게 되었고, 취미로 꽃을 조금씩 하게 되었어요.


처음 만든 라벤더 부케


지금 생각하면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는데, 부케 두 개를 만들고 자신감 만땅이 된 저는, 네이버 스토어를 열어서 부케를 10만 원에 만들어준다고까지 올렸었어요. '설마 누가 나한테 부케를 주문하겠어...'하면서 아무 기대 안 했는데, 정말 신기하게 연락 오시는 분들이 계셨고 (제가 '절 뭘 믿고 맡기시나요ㅠㅠ'라고 했더니 본인은 모험을 좋아하신다는 신부님!), 얼떨결에 초보 주제에 운 좋게 부케 2개나 주문 제작받은 경력까지도 생겼고요. 


그때 또 마침 '탈잉'이라는 플랫폼이 뜨고 있었고,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꽃이 생각보다 엄청 쉬운 취미라는 걸 깨닫게 된 김에, 제 작은 노하우들을 이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그냥 제가 당시 꽃을 좀 좋아했는데, 단순히 취미가 아닌, 뭔가 생산적으로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던 거 같기도 해요. (전 세상 게으른데, '생산성'이라는 단어는 또 엄청 좋아해요. 생산적으로 살고 싶어라...)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쉽게 생각했고, 수업 장소도 제 신혼집으로 정해서 수업을 개설했는데, 플랫폼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집에서는 수업을 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장소도 구하고, 수업을 드디어 오픈했어요. 제 첫 수업에 신청해준 감사한 수강생은 2명이었는데, 한 분은 날짜를 착각했다고 안 오셨고, 결국 장소 대여비랑 꽃값으로 마이너스 한 5만 원 내면서 일대일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핳


초보가 왕초보를 알려주는 식의 수업이었지만, 오히려 이 포인트를 장점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을 한 결과, 지금 2년 가까이 수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중 1년 8개월 동안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수업을 했었고요! (주 1회, 3시간씩, 토요일마다 수업했었어요!) 꾸준함의 비결은... 돈? 생각보다 원데이 클래스의 수입이 정말 쏠쏠합니다 여러분!!!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땐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였는데, 그나마 수업을 하면서 저도 배워보고 싶어서, 중간에 4개월 학원을 다녔어요. 그리고 하고 있던 수업을 본격적으로 업그레이드했죠. 그래서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정말 뭐든지 일단 시작해보세요!!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거 너무 잘 알지만...ㅠㅠ)


원데이 클래스가 엄청 큰 시장이고, 상위 강사님들은 아마 클래스로 연봉 1억은 가뿐하게 찍고 계실 거에 비해서, 저는 사실 정말 소소하게 용돈벌이 느낌으로 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너무 좋은 게, 우선은 취미로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에요. 토요일 아침 일찍 꽃시장 가는 일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닌데, 저는 수업에 필요한 수업 재료 사는 겸, 집에 꽂아둘 꽃 사는 겸 즐겁게 갈 수 있으니깐요. 두 번째 장점은 다양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서, 작년부터는 글을 쓰게 되었고, 또 공간 대여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프리랜서 생활의 기반이 되어 줬다고 할까?


코로나 때문인지, 수업 날짜랑 시간 때문인지 (저보다 빠른 고객님들 덕분에 운영하고 있는 공간 2월 토요일 오후 시간이 다 차 버렸어요 ㅠㅠ 그래서 수업 시간이 무려 일요일 오전 10시 반...ㅠㅠ), 요즘 수업 신청이 조금 주춤하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지치지 않는 한, 당분간 오프라인에서의 수업을 이어가 보려고 해요. (유튜브도 얼른....)


https://taling.me/Talent/Detail/15043


쓰자면 정말 끝도 없이 쓸 수 있는 주제였는데, 덤덤히 쓰다 보니 생각보다 마무리가 빨랐네요. 그럼 저는 다음 글, 글쓰기 관련 아티클로 돌아오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8. 퇴근 후, 술집에서 일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