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언니가 있었다면...

2019.12.22

by 아혜

중1 때 즈음이었을까?

엄마의 저린 손목을 걱정하며 방청소 좀 하라는

언니의 잘근잘근 잔소리에

잔뜩 토라져 이불을 뒤집어 썼다.


엄마는 내 옆으로 슬며시 다가와

이야기 하나를 이불속에 넣어준다.


'네 언니에게도 언니가 있었어.

그런데 세상을 보지 못하고 엄마 뱃속에서... 떠났지 뭐야...'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났다.

언니의 언니가 있었다면

언니도 나같이 철없는 동생 노릇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세 딸 중 맏딸이라는

지난한 삶을 안고 살아가는 언니의 축 처진 뒷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안쓰럽다.


언니의 언니가 있었다면,

언니는 조금은 느릿느릿 철이 들지 않았을까?


언니의 뒷모습을 두 팔 가득 담아

맏딸이라는 무게감을 덜어내 줘야지.

사랑한다. 내 언니야.

작가의 이전글뒷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