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늦은 밤..그러니까 11월 3일 새벽에 베니스 마르코폴로 공항에 도착했다.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베니스 본섬 가기도 힘들 것 같고, 또 간다해도 운하가 꼬불꼬불하게 있는 그 곳에서 숙소를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베니스 본섬 바로 옆에 있는 내륙(베니스 본섬과 다리로 연결된 곳. 베니스의 산타루치아역과 한 정거장 떨어진 곳이다) 메스트레(Mestre) 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음..그런데 공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놓치면 안되기에 (막차 시간이 12시 10~20분경인듯..) 급한 마음이었는데..계획했던 버스 타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블로그들을 열심히 찾아가며 연습했는데 실전에 닥쳐보니 왜 이렇게 어려운건지..
시간은 가고...
모든 버스를 놓쳐버리기 전에, 그냥 계획되지 않았던 버스가 아닌 다른 것을 탔다. 어차피 길은 연결되어 있겠지...?
음 근데 이 버스는 베니스 본섬으로 가는 거였다. 아 이럴꺼면 베니스 본섬에 숙소를 잡을 것을...하지만 후회를 해서 무엇하랴. 내가 이렇게 될줄 알았나...어쩔 수 없다.
잘 찾아가보는 수 밖에..베니스 본섬 안에 들어왔는데..굳이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하는 이 아이러니..하하
베니스 본섬과 연결된 다리의 종착역은 베니스 산타루치아 역 근처 로마광장이다. 그 곳에 다양한 목적지의 버스들이 있다. 여기서 메스트레 역으로 가는 2번 버스로 갈아타야 했는데, 아....기사아저씨가 기계에서 버스 티켓을 사오라고 하신다. 처음에 탄 버스에서는 기사아저씨한테 티켓을 샀는데...
기계에 가서 시도했으나 쉽게 되지가 않는다..결국 마지막 2번 버스는 떠나버렸다..(일단 베니스는 정해진 버스 시간표대로 딱 움직인다. 12시 40분이 막차였는데..우리가 티켓기계와 5분가량 싸우고 있는 사이, 정말 1분도 지체하지않고 바로 출발했다 ㅜ)
아이고..호텔 가는게 이렇게 힘들어서야..겨우 심야버스를 타고 메스트레 역 근처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N이라고 표시된 것이 심야버스이고..요금도 2배 비싸다. (일반 1.5유로-심야 3유로)
가는 길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버스 노선도 잘 모르겠지...내릴 때마다 방송도 안해주지..(해줘도 잘 몰랐겠지만.....) 겨우 지도에 의존해가며 버스 경로를 추측했다. 이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기에...어디서 내려야하는 것인가...메스트레 역 근처에 가긴 가는 것인가....온갖 생각들로 너무 괴로웠다. 하아..계획된 대로만 움직이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단지 오늘처럼 숙소 가는 버스만이랴. 인생이 다 그렇지..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어 불안하고...
결국 숙소를 찾았고 잘 도착했다...공항에서
출발한지 1시간 30분 정도 지난 후였다..계획대로였다면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였는데....하아
오늘처럼, 많이 돌아갈지라도 혼란스런 가운데 차분히 방법을 찾고, 길을 찾다보면 되는 거겠지? 인생을 정해진 길대로만 사는 사람은(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우리 모두 불확실성 가운데 살고 있으니까. 정해진 공식이 있는 건 아니니까..모두 길을 찾으며 시행착오를 겪고, 그 가운데 소소한 깨달음도 느끼고 그렇게 살아가는 거겠지...
그러다보면 -결국 돌고돌아 목적지를 찾은 것처럼- 찾을 수 있는 거겠지.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히 인생 길을 걸어가보리라 다짐해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나게되는 수많은 불확실성 가운데, 우연처럼 만나는 인생의 기쁨도 함께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