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들은 필요 없어요

육아는 미니멀이 맞다

by Eeun


오늘의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

이 에세이가 엮일 내 브런치북의 제목은 <엄마, 나를 그대로 보아주세요>다. 오늘의 글은, 지금까지 썼던 육아 에세이와는 다소 결이 다른 이야기이지만, ‘나를‘, ‘내 생활’을, 그리고 소중한 ’우리 아이’를 제대로 보기 위해, 그리고 집중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미니멀리즘’에 대하여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옛날부터 ‘먹는 것’은 사라져 버리니 아깝지만, ‘물건‘은 남기 때문에 음식을 사 먹느니, 그 돈으로 무엇이라도 하나 더 사겠다는 주의였다. 결혼 전에는 그런 심리였음에도 딱히 쇼핑을 즐기지는 않았는데, 결혼하고 상황은 바뀌었다. 요즘 치고는 이른 나이에 결혼하자마자 남편을 따라 도착한 먼 타지에서 바쁜 남편을 내조하며, 외로운 날들을 보낼 때 유일했던 나의 즐거움은, 집 주변에 있던 Home Sense 와 Winners 에 들려서 생필품을 사거나 주방용품, 예쁜 인테리어 소품 등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도심형 아울렛이어서 가격은 정가보다 상당히 할인된 가격이었다. 가끔 하자 있는 물건은 거기에 빨간 가격표로 파격적인 할인을 하고 있어서, 하자가 적음에도 매우 저렴한 물건을 만날 때면, 나름의 재미까지 느끼기도 했다. 바람을 쐬러 집 밖에 나가는 날이면, 나는 손에 한두개씩 무엇인가를 사들고 집에 왔다. 남편 외벌이로 월세를 내면서 사는 것만으로도 빠듯했기에, 내 물건은 사지 않았지만, 가족을 위한 물건을 사면서 나의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해소하는 것이니 이 정도의 소비는 괜찮다는 합리화를 하며, 나는 내 헛헛함을 쇼핑으로 채웠다. 돌아와서는 본격적인 두 아이의 육아가 시작되었음으로, 나의 쇼핑 품목은 생활용품에서 아이들의 육아와 관련된 것으로 옮겨갔다.


육아용품(대부분은 장난감이었다)을 사는 것은 무척이나 재밌는 일이었다. 한국은 아이를 꿀잠 자게 해주거나 부모에게 자유 시간을 준다는 효자템이라거나, 없으면 안 되는 육아템, 필수템 등 온갖 아이템들의 천국이었다. 부피가 큰 몇 가지를 빼고는 많이 샀던 것 같다. 아이가 Vtech 자동차 장난감을 잘 갖고 노는 모습을 보면, 며칠 지나지 않아, 집에 비슷한 자동차 장난감이 대여섯 개 더 생겼다. 부모님의 집에 머무를 때도, 아파트 엄마들 대홰방에서 나눔이 있으면 온갖 육아용품들과 장난감을 받아왔다. 직접 구매도 하고 얻기도 하니, 아이의 장난감이며 물건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장난감과 함께하는 육아는 수월한 편이었다. 특히 사운드북에 노출하는 것은 내 목도 아프지 않았고, 아이 귀에도 계속 언어적 자극이 들어가는 것이니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큰 아이는 다양한 장난감들에 둘러싸여서 영유아기를 보냈다. 아이는 내가 옆에 붙어 있지 않아도 혼자 책을 보며 놀았고, 장난감도 잘 갖고 놀았다. 아이가 혼자 잘 노니, 순한 아이라고 생각했고 아무래도 아이가 찾지 않을 때는 나는 굳이 아이 곁에서 말을 많이 걸어준다거나 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는 타고 태어난 성향과 엄마인 내가 만들어준 환경에 힘입어서 더욱 혼자 잘 노는 아이가 되었다. 아이가 느리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학병원 검사 결과를 듣고 나서는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하려고 노력했는데, 아이는 이미 오랜 시간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것이 편했고, 나도 나를 굳이 필요로 하는 것 같지 않은 아이의 놀이에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몰랐다. (성향이 달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과 관심을 요구하는 둘째를 키워보니, 첫째에게 내가 양질의 상호작용과 자극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아마 너무 많고 다양했던 장난감들의 방해도 한몫 했다)


맥시멀리즘을 추구했던 나는, 여전히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나는, 놀랍게도(?) 어느 포털사이트의 미니멀리즘 카페의 회원이다. 글을 쓰는 권한이 없는데도, 방문을 100회 이상 하면서, 다른 회원들이 미니멀한 일상을 살아가려 물건들을 정리하고 비우며 소비하지 않는 모습들을 사진이나 글로 ,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니, 어느새 카페에 게시글을 쓸 수 있는 ’중수‘ 레벨로 승급이 되었다.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쪽으로 내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려고 노력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많은 물건을 나눔을 하거나 적은 돈을 받고 중고로 정리했다. 여전히 우리 집에는 가구와 물건이 많고, 키즈카페 수준으로 많은 장난감이 있지만, 내 마음은 이전보다 가볍다. 남편도 이전보다 집이 정리된 느낌이라고 말한다. 가랑비에 옷 적시듯 진행되어 온 물건 정리는 나의 평소 기분의 기본값을 긍정적인 쪽으로 바꿔주었고, 시선을 바꿔주었고, 나의 태도를 바꿔주며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미니멀리즘에 처음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이사 온 뒤 두 달이 넘는 유치원 방학기간 동안, 아이를 기관에 보내지 못하고 가정 보육을 하게 되면서였다. 이사 오기 전 집에서 지독하게 우울했던 시기에는 바닥에 온갖 물건들이 늘어놓아져 있어도, 늘 집이 어수선한 상태였어도, 단 한 번도 집이 답답하다는 느낌을 느끼거나 물건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우울함을 어느 정도 이겨낸 뒤의 내 눈에는 어딘가 산만하고 답답한 우리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째와 온종일 붙어있어야 하는데,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도 힘든데, 집 안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는 온갖 물건들이 갑자기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흐트러트리거나 뒤지면, 집은 금세 난장판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전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 일이었는데, 과거에도 내가 물건을 정리하고 비웠다면, 육아 난이도가 상당히 낮아질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아이가 모든 서랍을 열고 내용물을 꺼내며 집을 계속해서 어질렀다) 아이의 방학이 끝나고부터, 나는 미니멀리즘 카페에 가입해서, 사람들이 물건을 비우고 정리하는 과정들을, 미니멀 이전의 집과 이후 집의 변화 사진을, 사람들의 미니멀리즘 에세이를 접했다. 그리고 하루에 조금씩 정리했다. 정리의 대상은 아이의 작아진 옷이기도 하고, 갖고 놀던 장난감이기도 하고, 나의 우울함과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줬던 자잘한 소품이기도 하다. 추억이 담긴 물건을 내놓는 것은 미니멀을 시작한 초반에나 지금이나 여전히 망설여지고 쉽지 않지만, 힘들던 시기에 샀던 물건은 보내주면서 오히려 내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마저 받는다.


아이들의 장난감도 아이들 모르게 조금씩 비우는 중이다(사실 내 물건을 비우는 것보다는 아이 물건을 비우는 것이 더 쉬울 때도 있다). 어린이날이다 생일이다해서 장난감을 비움에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갖고 놀지 않는 장난감들과 아이가 충동적으로 사달라고 한 것들은 아이들이 없을 때, 몰래 상자에 넣어서 다른 곳에 두었다가 아이들이 한동안 찾지 않으면, 중고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사실 많이 비웠는데, 아이들은 모르고 있으며, 그런 모습을 보아하니, 그 장난감들이 지금까지 있었더라도 아이들의 손이 몇 번 스치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여전히 장난감은 많지만, 신기한 것은 이전에는 아이들의 놀이공간이 산만해서인지 아이들이 같은 놀이를 해도 놀이를 잘 못 하는 듯 보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더 자연스럽고 체계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 읽기를 거부하던 첫째가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장난감이 줄었기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아이의 인지능력 향상과 함께 집의 분위기가 정돈되니 자연스럽게 아이의 관심이 장난감에서 책으로 옮겨 간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은 맥시멀리스트의 집에 사는 나지만,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니, 집을 둘러보며 무엇을 들일까 고민하는 시간도 없어졌고, 물건을 검색하는 시간도 없어졌다. 아이들이 등원하면 집을 청소하고 물건을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무엇인가를 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여유가 생긴 공간에 제 있을 곳을 모르고 어수선하게 자리 잡은 채 남아있는 물건들에 제자리를 부여하는 것에 시간을 쓴다. 며칠 전에는 약간의 불필요한 물건들만 보내고, 기존 물건들에 다른 자리를 찾아준 것만으로도 언더베드용 커다란 리빙박스 3개를 처분할 수 있었다. 오늘은 남편 방의 장들 위에 어수선하게 놓여있는 온갖 물건들을 수납장 안으로 정리해서 넣어주었다. 어제도, 오늘도 아이는 집에 와서 15권의 책을 나와 함께 읽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예전에는 아이에게 매여있는 시간, 내가 해야 할 일을 못 하고 아이에게 빼앗기는 시간처럼 느껴졌다면, 이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온전히 내가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 허투루 흘려보내면 안 되는 시간, 값지고 고마운 시간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단순히 미니멀리즘의 힘은 아니겠지만, 미니멀리즘이 가져다주는 삶의 태도와 인식의 변화는 다른 변화를 이끌고 온다는 것에서 의미가 크다.


혹시 집에 너무 많은 장난감이 있다면, 아이가 굳이 엄마를 괴롭히지 않고(?) 혼자서 장난감을 잘 갖고 노는 순한 아이라면, 장난감을 치워보길 바란다. 아이가 엄마를 편하게 해준다면, 오히려 엄마가 아이를 괴롭혀야 한다. 아이는 많은 장난감들이 주는 화려하고 다양한 자극을 통해서가 아니라, 엄마가 옆에 앉아서 맞춰주는 시선과 나긋나긋하게 들려주는 목소리와 애정 어린 스킨십을 영양분으로 자란다. 아이는 낳으면, 알아서 크는 줄 알았던 과거의 부족한 나는 순간의 편안함에 눈이 멀어서, 오랜 기간 더 힘들고,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늦게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지만,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몸과 마음이 바닥을 칠 정도로 힘들었고, 주변 사람들을 살피지 못했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첫째 아이일 것이다. 오늘도 목이 터져라 두 시간 동안 책을 읽어주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제라도 책에 관심을 갖고 계속 읽어달라고 책을 가져와주는 우리 첫째 아이에게 감사하다. 육아는 미니멀이 맞다. 장난감이 없어야, 우리는 더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장난감이 줄 수 있는 그 어떤 교육적이고 학습적인 자극보다 더 강력하고 중요한 자극을 줄 수 있는 힘은 엄마, 아빠인 우리 부모들에게 있다.


이번 회의 추천곡은, 유명한 노래죠. <숫자송>입니다 :) 아이가 요즘 매일 부르는 노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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