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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지금도 ‘발견’을 원할까?

경기침체 속에서 발견 마케팅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by una

'발견형 소비'는 이제 한물 간 개념일까.


필요에 의해 제품을 검색해 구매하는 검색형 소비

vs 우연히 본 콘텐츠 속 제품에 마음이 끌려 구매하게 되는 발견형 소비


이 두 방식으로 소비 패턴을 설명한 지도 꽤나 오래됐다. 광고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감을 그 어느때보다 커졌고,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사람들의 지갑은 더 굳게 닫혔다. 소비를 주도해야 하는 젊은 세대에서는 '무지출 챌린지'와 절약 소비가 유행한다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려는 사람들은 이제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려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더더욱 생필품 위주의 검색형 쇼핑만 살아남고, 쓸데없는 감성적 발견 소비는 줄지 않을까?



맞다. 경기침체 속에서 소비자들은 필연적으로 소비를 줄인다. 하지만 줄이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 결정적으로 ‘무조건 최저가’만을 좇는 소비자와, ‘딱 하나 사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걸 사는 소비자’가 나뉜다. 그리고 당연히, 스몰브랜드에게 중요한 고객은 후자다.


예를 들어, 샴푸는 누군가에겐 소모성 생필품이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자기 관리의 일부이자 나만의 리추얼일 수 있다. 그런 고객은 검색으로 최저가만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인스타에서 본 두피 케어 루틴 콘텐츠를 저장해 두었다가, 샴푸를 사야 할 시점에 다시 떠올려 콘텐츠 속 제품을 구매해 본다. 요즘 스몰브랜드 사이에서 주목받는 팬덤 마케팅,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결국 내 브랜드가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스텝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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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똑똑해지면서 발견형 소비 통하지 않을 거라는 예측은, 발견형 소비는 합리적이지 않은 충동구매라는 전제에서 오기도 한다. 둘 다 계획에 없던 소비라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두 행동의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충동구매는 순간적 자극이라면, 발견형 소비는 단순한 ‘지르기’가 아니다. 내가 몰랐던 니즈를 알아채고, 마음에 들었던 콘텐츠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한 순간에 브랜드로 돌아오는 것까지 포함한다. 충동구매는 후회와 죄책감이 따르지만, 발견형 소비는 ‘내가 원했던 바로 그것’을 운명처럼 만난 느낌에 가깝다. 잘 짜인 발견형 소비는 합리적인 소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늘 강조하지만, 스몰브랜드에게 검색 쇼핑만큼 위험한 전쟁터는 없다. 명확한 필요와 구매 목적에서 시작하는 검색형 소비는 자연스럽게 가격비교로 넘어간다. 대량생산으로 가격과 퀄리티를 꽉 잡고, 검색 노출과 유통 상위권을 꽉 잡고 있는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스몰브랜드가 얼마나 될까? 대기업들과 최저가 경쟁을 할 게 아니라, 접근법을 바꾸는 일이 더 현실성 있지 않을까.



우리는 여전히 우연히, 어떤 브랜드를 만나고 있다. 단지 예전보다 그 ‘우연’이 덜 자극적이고, 조금 더 개인화됐을 뿐이다.


우리가 보는 모든 콘텐츠는 발견의 장이다. 반드시 구매페이지나 광고 그 자체만 구매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여름철 화장실 제거 꿀팁’ 영상에서 본 제품에 흥미를 가지고, 청소 전문 인플루언서 브이로그에서 본 제품을 구매한다. 광고와 광고가 아닌 것의 분류는 거의 사라졌다. 자극적인 광고와 낚시성 상품 소개에 지친 소비자들은, AI와 알고리즘이 내 취향에 맞게 선별해 보여주는 콘텐츠를 더 자연스럽게 소비하고 신뢰한다.


오늘의집.png 오늘의 집은 플랫폼에서 발견 콘텐츠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소비로 연결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발견형 소비를 이용하는 구조로 점점 바뀌고 있다. 검색형 쇼핑에 집중해 왔던 네이버나 쿠팡 같은 플랫폼들도, 피드형 UI나 AI 추천 기술을 통해 발견형 소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출처 토스). 심지어 넷플릭스에서는 영상을 보다가 5초 이상 일시정지하면 주요 상품 이미지와 쇼핑 연결 링크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소비자는 여전히 발견을 원한다. 내 취향을 저격하는 브랜드가 나를 발견해 주기를.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브랜드를 발견하기를. 괜히 샀다는 후회만 남는 제품이 아니라, 나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발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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