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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콩 Sep 09. 2023

국제개발 교육, 유펜에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펜에서 국제개발교육 석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 선정에 있어서 긴 시간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학비가 너무 비싼 게 가장 큰 이유였다. 1만 2천 불을 받았음에도 학비를 충당하기엔 터무니없는 금액이었다. 그럼에도 유펜을 선택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나는 정말 다양한 교육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초, 중 공립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는 실업계고교를 진학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울에선 경희대 호텔관광대학을 나왔다. 한국은 찾아보면 무료로 배울 수 있는 리소스들이 많다. 십여 년 전인 그때도 인천광역시 혹은 경기도 광역시 등에서 시범적으로 시작된 온라인 무료 강좌들이 있었고 EBS나 교육청 관련 홈페이지를 보면 무료 영어학습사이트 등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사교육비를 많이 쓰지 않은 편에 속한다. 중학교 때 잠깐 수학, 과학 과외를 받았고 그때 수학과외, 수학 학원을 4-5개월 정도 병행하며 수학에 대한 이해도를 올렸다. 수학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순간 별도로 과외나 학원은 필요하지 않았다. 반복학습만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여하튼, 하고자 하는 말은 또래 친구들에 비해 사교육비를 많이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비리그 학교를 합격했을 때, ”그간 쓰지 않은 사교육비를 여기에 쏟아붓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였다. 두 번째로 빚이 없고 학교를 가면서 빚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대출을 받거나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서 이야기하는 최고 교육이라는 ’ 아이비리그‘라는 게 궁금했다. 대체 어떻게 다르길래 최고라고 부르고, 어떤 교육을 제공하는지, 어떻게 다른지가 궁금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일반교육, 실업계, 한국에서 중상위권의 대학을 나왔다. 또 다른 교육 수준을 맛보고 싶었다.


 2주 차. 이 교육들에 익숙해지기 전에 새로움을 느끼는 것들을 몇 가지 적어 내려볼까 한다. 학교, 교수진, 학과별로 모두 다르겠지만 비싼 돈 내고 오길 잘했단 생각을 매일 하는 중이다. 수업 방식은 수업 밖에서 미리 공부를 다 해와야 한다. 교수들이 사전에 페이퍼와 영상 등을 미리 제공하여 읽고 스스로 생각을 정립해가야 한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쉼 없는 토론으로 이루어진다. 정립해 온 생각을 비판하고 비판받으며 이상적인 사고를 도출해 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일 힘든 것은 읽어야 할 페이퍼가 너무 많은 것이다. 나는 이번 학기에 총 3과목을 듣는데, 지난 2주간 18개의 페이퍼를 읽고 8개의 글쓰기 과제가 있었다. 말하는 것이 두려워 소외되는 자조차도 없다. 그 이유는 시스템이 그렇게 구성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규모 그룹으로 1차 토론을 마치는데 소규모 토론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혹여나 페이퍼를 읽지 않고 간다면 방황하기 쉽다.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학제에 있어 근본적인 것에 접근하고 여러 가지 원인을 발견하는 방식의 수업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지난주 식민주의, 제국주의를 배웠고 그 시대에 교육이 어떻게 이용되어 왔고 현재 우리가 배우고 있는 교육 시스템이 식민주의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아 구성되었는지를 토론한다. 또,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같이 분석하여 우리가 어떤 사고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교육 정책에 따라 시민들의 사고 방향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탐색할 수 있었다. 동아시아 출신 친구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는데, 동아시아 교육방식은 대체로 수동적이고, 매우 낮은 비판적 사고 수업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교육 방식은 좋은 근로자를 생산해 내기에 좋은 것이다. 서양의 방식과 비교했을 때 물론 문화적 차이도 있겠지만 동양인들이 토론, 비판, 사회 및 정치에 대한 사고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 또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고 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교육 적인 부분을 철학적, 역사적, 민족지학적 측면에서 토론을 하고 나면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것도 배우게 된다. 각자의 프로젝트 혹은 프로그램을 가상으로 만들어내 로직모델을 만들어보고 발표하고 또 분석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다. 나는 M&E(Monitoring & Evaluation) 수업도 듣는데 실제 실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내용들로 수업이 구성되어 있는 것이 매우 마음에 든다. 스스로 사업을 만들어보고 해체해 보고 분석, 비판함으로써 실무에서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타 학교에 비해 유펜은 매우 실무적인 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난 2주간 수업에 참여해 본 결과, 정말 실무적이면서 근본적인 것들에 접근한 흐름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행동, 구성, 문제점들을 원인과 결과에 추론해 내는 교육방식이 마음에 든다.


지난 2주간 과제 일부 예시:

1. Development의 정의를 해보시오. (검색이나 타인의 도움없이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쓰고, 학기말 수업이 끝나고 생각을 비교해볼 것)

2. Schooling과 Education의 차이점?

3. Knowledge와 learning의 차이점?

4. Poverty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페이퍼 읽기 전 미리 쓸 것)

5. 교육이 Development측면에서 어떤 모양이어야 하는지?

6. 교육관련 기사를 읽고 비판적 사고를 하는 기사를 쓸 것. (블로그 만들어 함께 공유)

7. 가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Logic model을 만들어 볼 것

8. 국제교육개발을 오기까지의 행보- 자서전 쓰기


 작년 12월 급하게 준비한 석사였어서 장학금 등에 있어선 많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매우 비싼 학비를 내면서 배우고 있지만 시간을 돌이킨다면 풀브라이트 등을 미리 준비해서 경제적인 부분을 도움 받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 돌아와 과제와 페이퍼들을 읽으며 알렉스랑 배운 것들을 토대로 2차전 토론을 치르고 나면 숨 돌릴 틈이 없다. 비영어권자로 어휘의 한계에 매일매일 부딪히고 있는 요즘이다. 근육을 만들 때 근육통이 오듯 매일 두뇌의 근육을 키우고 있는 기분이다. 앞으로의 석사 시간 동안 얼마나 성장할지 상상되지도 않고 매일매일 성장하는 내 모습에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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