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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샤 Jan 30. 2024

나를 알아가는 즐거움

아토피는 매력점이야. 그건 너의 단점이 아니야

"아토피는 매력점이야. 그건 너의 단점이 아니야."


아토피는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누군가 말해줬다. 나는 이게 나아야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안고 살아왔다.


3년 전 완치 되었다고 외쳤는데 다시 그를 만났다. 말한 순간부터 다시 악순환이 반복되었던 것 같다. 또다시 찾아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삼 년 동안 무수히 많은 일들을 겪었고 지금에 와서 이 상황을 보니 풀어야 할 숙제를 알려주려고 이 고통을 주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주었구나' 과거형으로 표현하는 지금은 한결 편안해진 마음상태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피부는 매일 가려웠고, 진물이 나고 숙면을 취하는 게 어려웠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의 옷은 무겁고 밖은 건조하고 춥다. 게다가 실내 공간의 히터는 피부의 숨이 턱턱 막히게 했다. 하지만 이 고통보다 참기 어려웠던 건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나는 건강을 알리는 사람'인데 건강함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상태가 악화되었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싫었다. 감추고 싶은 나의 못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마다 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가 쉬고 싶다는 충동이 마음에서 일어났다.


모두의 시선이 나의 피부를 보는 거 같았고 걱정 염려가 아니라 힐책으로 느껴졌다. "피부 괜찮아요?, 많이 피곤해 보여요." 말 한마디였는데 그게 나에게는 불편했던 거다.

나는 왜 그 말이 불편하게 느껴졌을까?

나는 왜 건강한 사람으로 보이려고 노력했을까?


아토피는 수술해서 낫는 병이 아니고, 약을 발라서 바로 치료가 되는 병이 아니었다. 큰 병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작은 병도 아니었으며 어떤 원인으로 왔는지 알 수 없었고, 어떤 치료를 해야 한다는 정확한 치료제도 없었다. 매일 먹는 음식도 살펴야 하고 잠자는 습관, 입고 있는 옷, 덮고 자는 이불, 마시는 공기, 집안의 습도도 살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긴장하고 있는 마음상태도 점검해봐야 했다.

이쯤이면 되었겠지 하다가도 다시 일어났고, 이제 끝났으려나 하다가도 다시 반복되었다. 어디가 막혔을까, 무엇이 문제일까를 관찰하는 동시에 지금 괴로움을 일으키는 가려움을 가라앉히는 진정제도 필요했다. 도망가려 해도 피할 수가 없었고 계속 자극이 들어왔고 다시 이 자리에서 똑바로 사실을 볼 수밖에 없도록 해줬다. 아이를 낳고 시작이었으니까, 이제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거 같다.


수행처를 찾아갔던 날, 스님은 처음 나를 보시고는 아토피부터 살펴보셨다. 아토피를 직접적으로 물어보고 살펴보시는 모습이 나에게는 어색하고 부담스러웠고, 사람들 앞에서 꺼내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는데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 부분에 큰 관심을 보이셨다. 그러고는 질문하시길, 좋아하는 과일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인지, 지금 머리스타일은 내가 좋아하는 건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내가 좋아하는 건지 등을 물어보셨다. 대답을 하려고 했는데 진짜 바로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말문이 탁 막혀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라는 질문이 가슴에 들어오니 큰 바위가 꽉 막아버린 것처럼 막혔다. 그리고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던 것 같다. 그동안의 세월 동안 내가 좋아하는 걸 물어보지도 못하고 알아보지도 않고 살아왔던 나에게 미안함의 눈물이었다. 어떤 모습이 더 좋아 보이는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나를 떠올리며 의식하고 살아온 나를 떠올리니 마음이 슬퍼져서 눈물을 쏟은 듯하다. 그때가 나를 다시 살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내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했던 날이기도 했다.


이 병은 나에게 살아온 삶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내 안에 보기 싫었던 모습을 계속 회피하려고 했지만 세상의 흐름은 결코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내면을 볼 수밖에 없는 조건을 계속 만들어주었다. 다행이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나의 아토피 완치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그만큼의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내가 죄를 지어서 지금의 병이 찾아온 게 아니다

이 병은 나의 단점이 아니고 매력점이다

나는 아토피가 아니다


꽉 잡고 있었던 묵직했던 내 관념들이 부서졌다. 이 생각들이 쉬어지고 나니 무척 가벼웠다. 바깥에 좋은 모습만을 보이려고 애썼던 '나'가 사라졌다. 가끔은 사람들과 차담시간에 나의 아픔. 상처도 꺼낸다. 요가원에서 선생이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내가 해야 하는 건 위로. 응원. 이야기 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부족하고 인정하기 싫은 꼬라지를 고백하는 것도 추가하였다.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한다. 그런다고 내 이야기가 메인이 되지는 않지만 이렇게 마음먹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좋다. 잘 보일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었다. 그대로의 나를 느끼고 존재하고 있으면 되는 거였다.


요즘 느낌은 나만 편한 게 아니라 다 같이 편해진 느낌이다. 오늘은 집중수련반 성실학생 예빈님의 연락이 왔다. 아토피에게 어떤 건 피하는 게 좋고 나도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 오겠다는 연락이었다. 고백하니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 생긴다.


하여,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나의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내고자 용기를 내어 써보는 글이다. 아토피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낸 것도 맞다. 그런데 아토피 덕분에 나는 감사한 인연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이 꿀맛을 좀 더 즐겨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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