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겨울과 마치는 겨울
내게는 두 개의 겨울이 있다. 한 해의 마지막에 맞는 겨울과 한해의 시작에 있는 겨울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예전에 사진이든 글이든 적힌 ‘겨울’이란 기록에 이것이 그해였는지 그 전해의 겨울이었는지 헷갈리는 적이 많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한국의 계절의 특성에 기반한다. 한해의 겨울이 한 11월 말에 시작해서 그다음 해 2월 끝에 끝나는 현상 때문에 발생한다. 봄, 여름 가을과 달리 겨울은 두 해가 겹친다. 요즘엔 그 겨울이 3월까지 가는 기현상에 놓이기도 하고, 이것이 추위를 워낙 많이 타는 나의 특성에 기인할 수도 있다.
어쨌든 그 해의 겨울은 마치는 겨울이고 새해의 겨울은 시작의 겨울이라는 점에서 겨울에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내게 마치는 겨울은 보통 가을로 여겨진다. 9월부터 11월까지 가을로 치거나 10월부터 12월까지 늦가을처럼 여겨지다 크리스마스 즘에 겨울이구나 싶어 하는 듯하다. 마치는 겨울은 내게 늘 스산했다. 한해의 결과가 엄청나게 좋았을까? 무엇을 이루었을까 싶은가 하면 실질적으로 무엇을 만들었고 했어도 보통 내 바람보다 뭔가 월등히 이루어낸 것이 없는 것이 보편적 삶이다 보니 맺는 겨울은 슬프고, 그저 숫자가 바뀌었을 뿐인데 새 겨울처럼 새해의 겨울은 별다른 새해가 아닌 것을 알아 새해 뭐 특별하겠어하는 쿨한 척하면서도 막연한 희망은 지닌 겨울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겨울을 좋아하진 않는다. 왜 인간은 동면이 없는가를 매해 부르짖을 만큼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행동이 굼떠지고 밖에 나가는 것이 꺼려지는 겨울을, 생산력이 떨어지는 기온, 추위를 막기 위해 걸친 갖가지 옷의 무게에 눌리는 겨울을 나는 사랑하지 않는다.
그보다 겨울은 맺고 맞이하는 시점에 만나는 계절이어서 더욱 내게 무게를 실어주는 것은 아닌가 한다. 똑같은 날들 중 그저 겨울에 있을 뿐인데 뭔가 의미가 부여되고, 뭔가 새로워야 할 것 같은 시작에서 싸늘한 겨울은 그 의미를 더 강조시키는 것은 아닐까?
ㅡㅡ한참 스키를 타곤 할 때는 그나마 스키 타러 가는 맛에 겨울이 아주 잠깐 반가왔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스키 타는 맛보다 추위가 싫어서 스키도 타러 가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