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끊임없이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
나는 86학번이다. 일요일마다 아침 6시 빗자루를 들고 동네 거리청소로 새마을운동에 직접 참여했었던 세대이며, 그 가난한 시절 88 올림픽으로 우리나라 외에 세상을 본세대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데모를 하던 안 하던 고등학교, 대학교 내내 최후탄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학교를 다녀야 했고, 데모에 가담하지 않았던 친구가 길 가다 경찰서에 끌려가 밤새 시달리다 겨우 풀려나오겠을 봐야 했고, 학교 동료가 최후탄에 종아리가 찢겨 병원에 실려가는 현장을 보아야 했던 세대이다. 학교대자보를 보기 전에 광주민주화운동이 광주사태로 알 수밖에 없던 닫힌 세상에 살았고, 공산당이 싫어요를 매년 반공포스터를 그려가면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왔던 세대이다. 쿠데타가 얼마나 무섭고 계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한 세대이다. 지난 12.3 일 계엄이 발표되었을 때 그때의 긴장상태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기억한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의 입으로 전해 들었던 그 세대의 기억들을. 나의 부모님은 1938년생, 1940년생이셨다. 광복되기 전에 태어났으니 일제강점기 시절의 끝머리의 세상을 그들의 부모로부터 들었을 터이고, 1950년 6.25 전쟁을 겼은 세대이다. 전쟁 때 폭탄이 터지면 주변 사람들의 살점이 주변 건물에 붙는 장면을 보았다고 하셨다. 그 장면을 생생히 전하셨고, 북한 공산당이 내려왔을 때 나의 어머니의 오빠들을 숨기기 위해 집안 벽과 장롱 뒤편에 20cm 공간에 아들을 숨기고 수색 나온 사람들을 맞았던 가슴 떨린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랐다. 공사당들의 총알을 아끼느라 죽창으로 사람들을 찔러 죽인 이야기를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라, 유튜브의 다큐가 아니라 직접 나의 부모님, 외할머니를 통해서 들었다. 그런 공산당을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접으로 이나라르 구해주었다. 생각하는 경험한 세대인 것이다. 그것이 소련과 미국의 땅따먹기 싸움에 우리나라가 새우등이 터진 것을 그들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공산당은 무서운 기억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혀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북한으로 양분되어 있고, 이 휴전상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휴전국의 비애는 상황의 판단을 왜곡하기 쉽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우리 윗 세대의 기억의 트라우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도구로 쓰인다.
12.3 계엄사태로 또다시 이나라는 두 개로 분열되었다. 특히나 나이 드신 분들의 공산당에 대한 위험수위를 누가 불을 질렀을까? 일부에서는 그들이 돈을 받고 그 거리에 나가 데모를 한다고들 전한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부모님을 기억해 보면 그중에 또 많은 분들은 자신들의 기억의 트라우마로 공산당으로부터 이나라는 지킨다는 마음으로 나오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도달했다. 이제 은퇴하고 시간이 여유로운데 아니 그 무서운 공산당이 이나라는 집어삼킨다고? 하니 구국의 마음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들이 왜 성조기를 들고 나올까? 의문이 들었는데 그들의 기억에는 그 공산당으로부터 미국이 구해줬다는 경험의 기억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는 먹고살기 힘들어서 참여 못했는데, 이제라도 나의 후손을 위해 내한몸 받쳐 지키시겠다고. 나는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려 드리고 싶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그분들은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역사가 왜곡되어 왔는지 공부하셨어야 했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 자신을 확신을 위해 검증하셨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아픈 기억의 트라우마를 사리사욕을 이위해 악용하는 이들을 알아보셔야 한다.
이제는 북한 공산당을 넘어, 중국 공산당까지 등장시켰다. 나는 학교에서 중국학생들도 직접 많이 만났고, 병원에서 인턴으로 온 중국학생들도 많이 봤다. 그들에게 중국이라는 국가주의인 나라는 명확히 존재해도 우리가 아는 막연한 공산주의가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공산주의, 사회주의란 정치적 시스템의 한 모습일 뿐이다. 12.3 계엄이후 주사파가 등장도 했다. 백골단도 등장했다. 망령들을 다 불러들인 것이다. 언제쩍 주사파냐 싶었다. 80년대 학번에게도 기억에서 없어진 주사파. 그리고 요즘 세대들에게 공산주의가 왠말이냐고? 발생하지 말았어야 할 계엄에 대통령 탄핵이 필요하다 외쳤던 이들은 다 공산주의에 물든 탓이란 말인가?
나라가 전복될까봐 두려워하는 그 공산주의, 소련과 중국이 표방한는 것들이 공산주의여서 일까? 두나라에 이미 자본주의가 더 깊이 뿌리내렸고, 그들에게 남아있는 건 그냥 제국주의에 가깝다. 최근 미국이 보이는 행보도 제국주의일 뿐이다. 사회주의냐 민주주의냐가 아니라 힘가진 나라와 힘가지지 못한 나라의 전쟁터일 뿐이다.
이렇듯 자신이 경험한 것은 무서우리만큼 중요한 판단을 지배한다. 더욱이 나이가 들면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자신이 깊게 매몰될 수밖에 없던 선택적 기억을 하기 쉽다. 콘클라베에서 나온 말이 있다. 확신이 가장 위험하다고. 나이가 들어보니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너무 와닿았다. 그렇기에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시대의 상황에 대해 자신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더 공부해야 한다. 한번 잘못된 판단은 너무나도 오래 또다시 세대를 내리 아프게 한다. 역사는 그것을 말해준다. 힘을 가졌던 자들이 쓴 역사 말고 진짜 알아야 한 역사말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의식의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그 공부와 의식의 바탕에는 존엄성에 대한 따뜻한 이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던 동물이던 존중하고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