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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나래 Feb 05. 2024

무화과나무 아래

무화과나무 아래는…

나다나엘이 예수님의 초림을 기다리며 오실 그분을 맞이하기 위해 연구하고 기도하던 장소였다. 무화과나무 아래, 무성한 잎으로 가려진 이 격리된 장소에서 종종 빌립과 나다나엘은 메시아에 관한 예언을 연구했다. 무화과나무 아래의 구별된 그 시간들은 예수님이 부르셨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순종하게 만들었다. 부르심에 즉시 응할 수 있는 삶은 저마다의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드린 기도를 통해서이다.

우리는 누구나 메시아를 만나기 위한 무화과나무 아래의 갈등과 고민이 있다. 주를 만나기 위해 깨우침을 받고자 하는 간절함이 무화과나무 아래의 경험이고, 희망의 빛줄기를 잡으려고 몸부림치는 순간이 무화과나무 아래의 경험이다.

신앙의 날 수가 많아져도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느낌, 하나님을 만난 간증을 들려주는 주위 사람들의 경험은 그저 ‘님의 것’일 뿐 나와는 상관없는 신앙의 소외감이 밀려온다.

바로 그때 우리는 각자의 무화과나무 아래로 가야 한다. 가서 씨름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무화과나무 아래서 고뇌하고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중이다. 외로운 인생의 씨름 한판이다. 

그러나 무화과나무 아래서 홀로 씨름하는 우리를 그분은 보신다. 우리의 눈물로 드린 기도를 그분은 알아주신다. 하나님은 성령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보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무화과나무 아래서 너를 보았노라.”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나다나엘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스스로 연구하고 성령의 깨우쳐 주심을 위하여 기도해야 한다. 무화과나무 아래 있던 나다나엘을 보신 분은 은밀한 곳에서 기도하고 있는 우리도 보실 것이다 (DA, 141).

이 말씀은 나를 안위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느껴지는 말씀이다. 신앙을 시작한 지 오랜 만큼 말씀을 읽어온 시간도 함께 늘어가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다. 때로 하나님을 만난 것도 같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하나님을 만났다는 확신이 사라진다. 내 속에서 양심의 소리가 들려온다.

읽히는 수많은 말씀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한다. 이웃과 형제와 다투면 해가 지기 전에 용서하고 용서를 빌라는 말씀, 형제와 이웃과의 관계에 대한 말씀이지만 아직도 나는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밉다. 그래서 괴롭다.

사랑? 도저히 사랑할 수가 없다.

용서? 아직 미움이 남아 있어 별로 마음 내키지 않는다.

이것이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나의 딜레마이다. 아마도 아직 하나님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우울한 증거이지 싶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시는데 나는 내 몸처럼 사랑할 이웃을 여전히 고르고 있다. 아무나 내 이웃이 되지 않는다. 냄새나는 노숙인? 아직 내 이웃이 아니다. 내게 손해를 끼치는 사람? 아직 내 이웃이 아니다. 특히, 미운 사람? 결코 내 이웃이 될 수 없다. 여전히 내 이웃은 나에게 유익이 되는, 그래서 현재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나의 딜레마는 또 있다.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가진 게 없으면서도 여전히 그 보잘것없는 내 것을 움켜쥐고 살아가고 있다. 나중에 더 많이 주시면 그때, 내가 투자해 놓은 것이 두 배 세 배 늘어나면 그때, 그때가 오지 않으면 나는 부자 법관이었던 그 청년처럼 되는데도 말이다. 

이 두 가지를 보면 아직 나는 하나님 나라의 언저리에 있는 듯하다. 내가 하나님 주위를 맴도는 건지, 하나님께서 내 주위를 맴도시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내 주위를 맴도실 테지. 

나는 이런 나의 딜레마를 가지고 무화과나무 아래로 간다. 무화과나무 아래서 나는 하나님이 아니시면 결코 해결이 안 되는 나의 이 딜레마를 두고 씨름할 것이다. 사랑하는 하나님은 이런 나를 보실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내가 무화과나무 아래서 너를 보았노라.” 

오늘 하나님을 만나기 위한 간절함과 하나님께 가져갈 소원이 있는 나, 무화과나무 아래로 간다. 거기서 메시아를 만나면 나도 즉시 따라나설 것이다. 빌립과 나다나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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