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강의 효율충인 줄 알았던 나인데
흑연과 지우개가루 휘날리며 핸드드로잉을 하고 있다
광인모드로 그린 첫 이모티콘이 (당연히) 미승인되고 이상하게도 아직 그림 낙서를 때려치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 져서 미술학원에 등록하는 패기를 보인다. 정신 차려보니 4B 연필을 쥐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도구로 하면 1초도 안 걸릴 직선을
굳이 프리핸드로 똑바로 그리겠다고 온정신을 집중한다. 그렇게 무념무상, 점선면의 세계로 다이브. 2주간 핸드드로잉을 하고 나는 생애최초의 부항을 떴다.
한의사는 무림고수의 면모를 뽐내며 5분 정도 나를 혼내더니 방심하는 사이 뒤에서 내 목을 우두득 비틀었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추나의 충격이 채가시지 않아 털레털레 베드로 이동하니, 거침없는 장침이 나의 굳은 근육을 파고들었다. 윽- 소리조차 지를 새 없이 침들을 꽂은 무림고수는 ‘피 좀 뽑겠습니다’ 하고 상냥하고 나긋하게 읊조린 후, 두두두두 자비 없이 사혈부항을 뜬다.
조금만 움직여도 침 자리가 지옥처럼 욱신거렸기 때문에 꼼짝없이 엎드려 10분간의 전침 고문을 마저 받았다. 마무리로는 옷을 해 입어도 될법한 대왕파스를 목어깨에 붙여준 후 뒤집으라고 한다. 5분간의 마무리 온찜질이 끝나고 일어나니 베개에 깐 수건에 핏자국이 선명하다. 하악. 비틀비틀 치료실을 나왔다. 고문비용은 31,000원. 다정하게 내일 또 오라고 하신다.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