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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드림 May 15. 2022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환상

엄마라는 이상 vs 죄책감


 결혼  지루하고 신물 나는 직장에서 시원하게 퇴사를 했다. 결혼   얼마  되어서 직장을 때려치운다니 남편은 적잖이 당황했고 나의 선택을 말렸다


하고 싶은 것은 하고, 하기 싫은 것은 죽어도 못하는 성격인데 생계 때문에 억지로 다녔던 회 사였다.

믿는 구석이 있다는 이유로 내 마음대로 퇴사를 결정하고 경력단절 여성이 되었다.

마침 찾아온 임신 소식은 모든 비난으로부터 나를 구해주었다.


소중한  아이를 가진 임산모로 집안 식구들 모두 나의 평안을 걱정했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태교에 힘쓰기로 했다. 임신 출산에 관한 책을 사들이고 열심히 공부했다. 불행하게도 주변 친구들보다 일찍 결혼과 임신을 하게  나는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해 들은 바도 경험자와의 소통도 없던 지라 오로지 책으로만 육아를 배웠다.


누구보다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열심히 해서 이루어 냈던  맘대로  여자는 아이도 그렇게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자신감 하나로  키울  있을  알았다. 다양한 책과 강의를 찾아서 들으며 준비된 엄마가 되었다고 착각했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작은 생명체 앞에서 나는 무력했다.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열심히라는 나의 최후의 수단도 통하지 않았다.

 임신 출산 책에는 육아가 이렇게 힘든 것인지, 우울한 것인지 알려주지 않았을까

왜 우리 엄마조차도 고달픈 일이라는 것을 미리 경고해주지 않았을까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분노가 치밀었다. 아무것도 모른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만 같았다.


내가 글로 배운 지식은 하나도 통하지 않았고 잘 먹지도 잘 자지도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면서 나의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있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나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난다는 것을 몰랐다. 나도 새로 태어나 걸음마부터 시작해야 되는 것이 맞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저절로 엄마로 변신하는   알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배워야 하는 것인데 나는 책으로 인터넷으로  배웠다고 자만하고 있었다.


 아이에게 생겨야 하는 모성도 저절로 생길  알았다. 모든 어머니들이 아이를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표정,  가는 아이를 보며 짓는 행복한 표정은 나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는 아이를 보는  표정은 우울함  자체였다.  엄마가 되었으면서  아이를 보며 웃지를 못하는지,  아이를 사랑스럽게 대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괴로웠다.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것은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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