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잘됐으면 좋겠다
남편이 드디어 승진을 했다.
남편이 오랫동안 바라 왔던 일이기 때문에 무척 기쁘다기보다는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남편은 승진 발표를 며칠 앞두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안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엄청 예민해져 있었고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는 나조차도 염려가 전염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승진이 되었다는 소식에 휴 이제 그 스트레스에서 나도 벗어날 수 있겠구나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동갑인 남편과 나는 오랫동안 친구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하다 결혼을 했고 나는 임신을 핑계로 회사를 박차고 나갔다.
내 커리어는 거기에서 중단이 되었고 남편은 회사에 들어간 지 이제 3년 차 정도 되었던 시점이라 누구보다 열심히 직장생활을 할 때였다.
비슷한 시기에 공부를 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어엿한 직장인으로 살던 모습에서 어느 날 문득 나와 남편의 모습이 달라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엄마로 작은 생명체를 부여잡고 좌충우돌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이 집 안에서 맴돌고 있는데 남편은 언제나 회사 일 회식 등으로 바빴다.
게다가 의욕이 넘쳤던 남편은 자격증 시험까지 보겠다며 주말까지 나가는 일이 잦았다. 오랫동안 공부해서 (자그마치 6년) 자격증을 땄고 또 승진을 했고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다.
그렇게 남편은 사회에서 잘 나가고 있는데 나는 뭔가 싶었다.
나도 대학을 나왔고 직장 생활을 했었고 열심히 살았는데 남편이 매번 승진을 할 때마다 나는 어쩌면 남편을 질투하며 열등감을 느꼈던 것 같다.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나는 알 수 없는 우울감을 느꼈다.
나는 사회에서 끈이 떨어진 경력 단절된 여자, 집에서 애나 보는 주부로 남편과 나를 비교하며 자존감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남편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내가 보기에도 성실한 직장인으로 인정받아 마땅하며 승진을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정말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오롯이 남편의 성장이지 나의 성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잘되는 것, 내 아이가 잘 되는 것은 그들이 열심히 살아온 결과이지 내가 그들에게 뭔가를 해준 것이 없기에 내가 축하나 칭찬을 받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들의 성과를 나눠 갖게 되고 그것은 기쁜 일이지만 나는 내가 잘됐으면 좋겠다.
내가 잘 나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의 아내로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들의 성공에 나를 희생하고 싶지 않다.
내 이름으로 내가 성장하기를 바란다.
내 노력으로 뭔가를 성취하고 이뤄나가길 바란다.
그것은 오롯이 나의 것이 될 것이다.
남편의 승진이 나에게 감흥이 없는 이유인 것 같다.
또한 이제 더 이상 남편에게 열등감이나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
남편과 아이들은 그들만의 길이 있고 그 길을 잘 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 독서지도사인 나에게도 나만의 길이 있고 나만의 길을 잘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서로의 길 위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각자 빛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