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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Dec 20. 2021

'지금'의 '나'의 생각을 묻는다는 것

김규리 개인전 <스물네살의꽃>


문 옆에 위치한 꽃 작품 하나가 관객을 반기며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이 꽃은 실제 자연물이지만 진짜 꽃이 아니다. 열매를 지켜주고 곧 시들어버리는 헛꽃이다.


작가는 '헛꽃'과 '참꽃'에 모티브를 얻어, 결국 참과 헛의 구별의 기준점이 '자신의 잣대'임을 말하고 있다. 그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쓰러질 때도 있고, 일어설 때도 있지만 자기 자신이 그 무엇이라도 좋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둔다. 이는 작품에서도 드러나는데, 그가 그리고자 하는 것과 대상을 바라보는 기준, 즉 시선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의 색은 일관되게 자연의 빛을 띤다. 그의 캔버스는 백지가 아니다. 마치 자연 속에서 편안해하고 영감을 받는 그를 투영한 듯하다. 마냥 희고 매끈하지 않다. 질감이 드러나고, 시간이 지나며 바랜 종이의 색을 띤다. 쌍화 등의 약재와 커피, 밀가루, 불 등 자연재료가 물감을 만나 시간이 지나며 변화해가는 모습에 사회 속 '자신'을 투영한다. 이렇듯 작가는 생분해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를 통해 자신을 대변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한약재인 쌍화를 캔버스 밖으로 덧붙인다.


 그의 세계는 캔버스 안에만 있지 않다. 캔버스 밖에 그림을 그리는 시도를 한다. 이는 입체적 시각뿐 아니라 후각과 촉각으로 다차원적인 감각을 선사한다. 작품에서는 작가의 소신인 '예술과 자연의 공존'과 '새로운 시도와 실험'에 대한 태도가 직관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존재>, 530*670mm, Natural media on canvas 2021


나뭇가지가 찌르는 듯 투박한 캔버스 위에 솟아나와 있다. 심장을 그리자 해서 시작한 나뭇가지는 혈관으로도 보이지만 가시로도 볼 수 있다. 존재하는 것이 '아픔'을 내포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가시는 오직 아픔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가시는 가능할 때 '가', 시각의 '시'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볼 수 있는 것, 즉 시간이 흐르고 기억이 정서로 녹아들어 남아 있는 흔적이다. 이는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시련을 겪어낸 존재의 모습은 더 이상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단단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작품의 오른쪽 밑 부분은 고의적으로 휘어져있는데, 아픔은 머물러있기도 하지만 넘길 수도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스물네살의꽃> '지금' 작가 '자신' 생각을 대변한다. 경험들은 그저 흘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정서로 기억되는지도 모른다. 어떤 시점에서 겪은 경험과 시도들이 정서로 녹아들어 감각으로 형상화되면, 이는 자신만의 소신(所信) 된다. 소망(所望)하게 하며 열정(熱情) 일으킨다. 그렇기에 '지금' 시점에서의 '' 생각을 묻는 일은 평생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과정은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왔을 것이며,  미래의 자신을 만들어갈 것이다.



김규리 작가 포트폴리오 홈페이지: http://kyuritrace.creatorlink.net/

김규리 작가 인스타그램: @kyuriw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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