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ove Journa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 Feb 08. 2020

익숙해진다는 것

새로움이 익숙함이 되는 과정까지



익숙함.
오래된 남자 친구.
늘 가던 카페와 시키는 음료.
집.
자주 쓰는 가방과 지갑.
소꿉친구.
엄마가 해 준 밥.

새로움.
새로 살게 된 도시.
배울 것.
여행.
새로운 모임.
서점의 신간 도서.
첫 출근.


익숙함과 새로움은 한 끝 차이다. 새로운 무언가가 반복되다 보면 곧 익숙해진다. 새로움과 익숙함의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개받은 어떤 이성을 만날 준비를 한다. 나와는 아주 관련이 없던 사람이다. 그와 나는 전혀 모르고 평생을 살았을 수도 있었다. 그를 만난 순간 새로움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그의 모든 게 새롭다. 나와 다른 성별. 나와 다르게 살아온 삶.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게 되고, 이는 또한 퍽 새로운 일이었다. 그 또한 그렇게 느꼈으리라. 나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애쓰는 듯한 그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별 것 아닌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별 것 아닌 것에 웃었으며, 그 별 것 아닌 무언가에 중독된다. 헤어질 때는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란다. 혹시나 오늘의 감정이 오로지 나만의 것이 아니었나 두렵다.
그가 다음에 만날 시간을 물어보자, 나의 두려움은 기쁘게 시들어 사라진다.

그렇게 새로움은 익숙함에게 자리를 내어줄 준비를 한다.

하루하루 무엇을 했었는지 모든 것이 생생한 처음의 우리.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했는지도 너무나 특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만나는 날들을 일반화하기 시작한다. 우리의 만남의 패턴은 습관처럼 일정해진다.

그의 웃음소리와 검고 깊은 눈동자는 어느새 익숙하다. 나긋한 목소리는 이제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되었다. 그와 살이 맞닿을 때면 떨려서 심장이 두근거리기보다는 그의 온기에 안정됨을 느낀다. 이불속 보다 편안한 익숙함이 그와 나 사이에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보고 누르기도 힘들었던 그의 전화번호는 손의 감각에 의해 외워진 지 오래다. 내 머리가 기억하지 못해도 손이 기억할 것처럼.


더 이상 그가 새롭지 않다. 그는 나에게 가족처럼 편안한 존재가 되었다. 나의 일상을 살다가도 문득, 관성처럼 그의 일상을 궁금해한다.
그 편안함이 참을 수 없이 중요한 것이 되었다.
그는 나에게 공기다.
집이다.

익숙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타인의 세상에 들어가보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