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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금주 Nov 30. 2017

“바다의 영양 그대로, 거문도 해풍쑥”

거문도에서 친환경 해풍쑥을 생산하는 남주현 농부

다도해 최남단, 여수에서 뱃길로 2시간.

여수시 삼산면은 ‘거문도’라 불린다.

바다 깊이가 70~100미터에 이르는 둥근 형태의 만으로 고기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한 곳이자 어업 전진기지였다. 어획량이 줄어들어 고깃배가 100척에서 30척으로 줄어든 지금은 해풍쑥이 거문도의 새로운 명물이 되었다.


거문도에 도착하면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와 함께 마치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듯 해풍쑥의 바다가 펼쳐진다. 거문도에는 약 200여 농가에서 해풍쑥을 재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남주현 농부가 이끄는 거문도해풍쑥 영농조합에서는 약 43 핵타르에서 일 년에 100톤, 5억 원 정도를 생산한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30여 가구가 조합에 소속돼 있다.


겨울에도 좀처럼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따뜻한 지리적 특성을 살려 거문도에서는 1960년대부터 소규모로 쑥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거문도 해풍쑥이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0여 년 전 동네 이장을 맡은 남주현 농부가 조합을 만들어 이듬해부터 친환경으로 쑥을 재배하면서부터다.


“처음엔 동네 주민들이 쑥이 무슨 돈이 되겠냐고 반신반의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워낙 흔하니까, 그 가치를 몰랐던 거죠. 지금은 보물단지가 됐죠. 농약도 안하지, 그냥 놔둬도 쑥쑥 크지...  그런데도 평당 3~4만 원 정도 수확을 하니까 500평만 해도 2천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잖아요. 쑥은 아주 부가가치가 큰 상품이에요.”


거문도 청정지역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해풍쑥은 소금기 머금은 해풍과 해무가 스며들어 각종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또 풍부한 일조량과 화강암계의 건강한 토양을 가진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쑥 고유의 향이 짙고, 먹는 느낌이 부드러워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거문도 해풍쑥은 지난해 7월 지리적 표시 등록(제85호)을 마치면서 믿을 수 있는 식품으로 그 명성과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거문도 해풍쑥은 억센 환경에서 바닷물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생명력이 강해 약리 효과가 높다는 특징이 있어요. 그리고 전남생물연구소에 의뢰해 검사를 했는데 전국 11군데 지역 쑥 가운데 중금속 오염도가 가장 낮게 나왔어요.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깨끗한 상품이라는 의미죠.  또 날씨가 따뜻해 거문도에서는 1월 중순이면 첫 출하를 해요. 전국 노지 쑥 가운데 가장 먼저 밥상에 올라가는 쑥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거문도 해풍쑥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지만 처음 친환경으로 재배하던 10년 전만 해도 판로가 많지 않았다. 그는 거문도 해풍쑥을 알리기 위해 경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서울 백화점은 물론 미국 LA 한인축제도 찾아다니는 등 발품을 팔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거문도 해풍쑥이 오늘날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친환경 농업을 통해 품질 관리를 철저히 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농업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인증받는 게 비교적 쉬웠어요. 그래서 면적이 굉장히 넓었지요. 자격이 안 되는 곳도 더러 있었고요. 품질 좋은 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옥석을 가려낼 필요가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정말로 친환경 농사를 하겠다는 사람만 남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쑥의 품질이 아주 높아졌어요. 처음부터 품질 관리를 해서 깨끗하고 규격이 일정한 쑥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은 거죠.”

거문도 해풍쑥의 대명사가 된 남주현 농부는 도시에서 살다가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결혼과 함께 고향 거문도로 돌아왔다. 어획량이 풍부할 때는 주업으로 고기를 잡고, 쑥은 봄에 잠깐 부업으로 했다. 그러다가 10년 전 동네 이장을 맡으면서 마을에서 많이 생산되는 쑥으로 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고, 영농조합을 만든 것. 영농조합에서는 처음에는 생쑥만 판매하다가 3년 후부터 공장을 지어 삶은 쑥을 냉동 저장해놨다가 겨울에 판매해 수익을 올렸다. 이후에는 단순히 보관만 하는 차원을 넘어 쑥차나 분말 형태로 가공을 했고, 2013년에는 여수에 냉동기 증숙기 라인이 설비된 떡 공장을 지어 직접 캔 쑥으로 송편과 쑥개떡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쑥 사랑에 흠뻑 빠진 남주현 농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작년에는 거문도 해풍쑥 힐링 체험장을 만들어 사업을 다각화했다. 해풍쑥 훈증 체험장, 스파 체험장, 특산품 판매장, 교육시설 등을 운영하며 서비스 산업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 거문도해풍쑥 영농조합은 2016년 6차 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를 수상하기도 했다.


남주현 농부는 앞으로도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한다. 현재는 쑥 오일을 추출해 화장품과 의약품 개발도 한창이다. 그야말로 쑥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효자 상품이다.


“직접 농사를 지으면 소득이 높지만, 제가 직접 하는 건 조금밖에 안돼요. 거문도 농가들을 위해 생산량을 전부 수매해줘야 하기 때문에 저는 가공과 유통의 역할에 치중하고 있어요. 쑥 농가들 중에는 저희처럼 가공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에게 방법을 가르쳐드리고 있는데, 함께 하는 작업이 아주 신나요.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밉니까? 더불어 함께 살아야죠.”






제 86-3-190호


www.enviagro.go.kr

친환경농산물 인증정보를 넣으면

지역에서 생산자 정보까지 한 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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