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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금주 Mar 24. 2019

  "청도의 봄은 한재 미나리를 타고~"

청도군 한재 미나리, 김성기 농부



 “한재마을은 옛날부터 물이 풍부하고 맛이 좋기로 유명했습니다. 한재로 시집오면 발바닥에 털이 난다는 속담도 있어요. 다들 디딜방아로 곡식을 찧을 때 한재에서는 물레방아로 찧었거든요. 여자들이 발질을 안 해도 물레방아가 알아서 다 찧어주니까. 얼마나 편했으면 발바닥에 털이 난다고 했겠어요?”


                      


한재는 청도읍과 풍각면, 각남면을 가르는 큰 고개를 말한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에는 이곳에서 산을 넘으면 다른 지역으로 빨리 이동할 수 있어 교통의 요지로 꼽혔다. 현재는 청도읍 소재 초현리와 음지리, 평양리, 상리 일대가 여기에 속한다.



한재마을에는 140여 가구가 거의 친환경으로 미나리를 재배하고 있다. 태어나고 자란 음지리에서 20년 동안 친환경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는 김성기 농부는 10여 가구가 속한 한고을영농조합의 대표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낙농업으로 농사를 시작했지만 서울에 사는 동생의 결혼식에도 못 갈 정도로 품이 많이 들어 15년 후에는 지역 특산물인 미나리 농사로 바꾸었다. 무엇보다 마을의 자랑인 한재미나리를 더 발전시키고 싶은 바람이 컸다.




예로부터 물맛이 좋고 가뭄과 홍수에도 부침 없이 물이 흐르던 곳. 지금은 풋풋한 미나리 향을 쫓아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게 하는 곳. 900여 고지의 산새에도 예나 지금이나 이방인을 끌어 모은다는 한재.


미나리는 언제부터 한재의 명물이 됐을까?


”우리는 여기 미나리만 먹으니까 다른 지역 미나리와 차이점을 몰랐죠. 그런데 경제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외식을 하게 됐잖아요. 이곳에 관광 온 사람들이 한재 미나리를 먹어보고 감탄을 하는 겁니다. 작년에 왔던 사람들이 올해 또 오고 내년에도 또 오고 그러더라고요.

이곳은 춥고 골짜기가 많다 보니 벼농사가 잘 안 돼요.

다들 먹고살기 힘들던 차에 미나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 거죠.”



한재미나리는 워낙 향이 짙고 아삭한 식감이 좋아 청도 사람들은 쌈으로 먹었다. 이것을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알리기 위해 한재마을 사람들은 가까운 대구부터 시작해 막걸리를 대접하며 시식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지금은 없어서 못 파는 한재미나리에도 이런 시절이 있었단다.


한재미나리는 보통 200평을 기준으로 1톤, 김성기 농부 역시 4천 평에서 20톤을 수확한다. 부침이 별로 없고 꾸준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미나리 농사의 장점이다. 그래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한재미나리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단다. 김성기 농부도 전국을 다니며 미나리 재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은 그 지역 자연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농산물과 똑같은 품질을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나리는 잎자루를 수확하는 밭미나리와 겨울에 뿌리째 생산하는 물미나리가 있어요. 한재미나리는 물을 대기도 하고 때기도 하여 수성 식물의 특징을 살리면서 뿌리호흡을 잘할 수 있어 땅의 영양분을 흡수해 향이 강하고 줄기가 꽉 차 있어요. 한재의 좋은 물과 좋은 공기를 먹고 자란 미나리는 아삭아삭하여 식감이 좋죠.”


그렇다면 김성기 농부는 미나리를 어떻게 재배하고 있을까?



”밤에는 물맛 좋은 자연수나 지하수를 밭에 대고 낮에는 빼요. 2시간이면 물이 다 빠지거든요. 그 작업을 매일매일 반복해요. 그러면 향은 더 강해지고 줄기의 질은 연하면서 아삭아삭 해지죠. 그게 바로 타 지역과 다른 한재미나리만의 특징입니다.”



8월에 파종해 가을부터 봄까지 수확이 가능한 한재미나리는 3~4월이면 입 안 가득 퍼지는 짙은 향과 풍미가 최고조에 이른다. 그래서 제철인 매년 봄이 되면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마을 도로는 전국에서 온 관광차로 만석. 자리 펴고 전화 한 통이면 돼지고기가 순식간에 배달된다.  마을은 미나리 맛에 빠진 미식가들로 인산인해 축제장을 이룬다.



청도의 봄은 한재 미나리를 타고~

향긋한 미나리 위에 고기 한점 얹어 입안 가득 채우면 봄놀이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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