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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금주 Jan 03. 2021

명품 미역과 멸치의 본 고장
부산 기장 대변항

기장 어부의 희망, 바다의 풍요


쫄깃한 기장 미역의 매력


항구의 도시 부산은 볼거리 많은 관광의 명소로 유명하지만 내게는 해운대, 광안리 해변만큼 부산하면 떠오르는 미식가의 겨울 명소가 있다. 전국에서 최고라 불리는 명품 기장미역과 기장멸치가 나오는 기장 대변항.

바다 내음이 겨울바람에 실려 코 끝에 닿는다. 항구에 들어서자 노점 좌판마다 제철 맞은 생미역이 싱싱한 윤기 자랑하며 탐스러운 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기장은 동해와 남해가 접하는 곳으로 해안선이 길고 단조로워 해류의 흐름이 많고 플랑크톤이 풍부하고 수온이 10-13도를 유지해 미역이 자라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전국 미역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기장 미역은 쫄쫄이 미역이라 불리기도 하며 맛이 좋고 희소성의 가치를 인정받아 이 지역이 미역, 다시마 특구로 지정되기도.






바다에 2~3M 간격으로 펼쳐져 있는 밧줄. 그 아래 검은 미역이 물살에 따라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기장 미역은 잎이 좁고 꼬들꼬들 씹는 맛이 일품인 쫄쫄이 미역.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 생산되는 잎이 넓은 미역과 확실히 구분된다. 물살이 센 거친 바다에서 자라 미역이 차지다. 생미역이 주는 탱탱하고 차진 식감에 빠지면 제철마다 미역 손질 수고로움 마다하지 않고 주문하게 된다. 


생미역의 떫은맛은 미지근 물에 10분 정도 담갔다 바락바락 문질러 여러 번 헹궈주면 된다. 대변항 바닷 마을에서는 생미역 철 별미로 먹는 음식으로 설치국을 꼽는다. 콩나물 데친 육수에 된장을 풀어 생미역과 콩나물을 넣어 먹는 냉국인데 한겨울에는 미지근하게 먹기도 한다. 콩나물 국의 시원함과 미역의 쫄깃하고 찰진 맛, 된장의 짭조름한 감칠맛이 입안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기장 미역의 명성 

예로부터 미역은 늘 요긴하게 쓰였다. 집안에 아이가 태어나면 삼신할미에게 미역국과 밥으로 상을 차려 올리고 산모는 21일 동안 미역국을 먹었다. 아이가 웬만큼 자랄 때까지는 생일에 미역국과 밥을 삼신할미상과 함께 생일상을 차렸다. 이런 역사가 지금까지도 전해져 오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출산의 기쁨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어머니에 대한 가슴 뭉클한 추억이 담겨 있는 미역국 한 그릇.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이나 미역과 친숙한 나라가 있을까? 


기장 미역은 중국 당나라 유서의 <초학기>에 고래가 새끼를 낳고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미역을 뜯어먹는 것을 본 고려인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게 했다는 기록이 전해져 오며 이때부터 이미 중국에 수출되었다고 한다. 또 곽탕이라고 하여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궁중의 진상품이었다고 <세종실록 지리지>에 기록되어 있다.



바다의 에너지를 가득 담은 멸치의 신선한 맛



'허이 허이 쉭~ 쉭~'

예닐곱 명의 어부가 구령에 맞혀 그물을 털자 은빛 멸치가 항구의 푸른 하늘에 닿았다 가판 위로 와르르 쏟아진다. 기장 대변항의 끝에는 이곳의 또 다른 명물 기장 멸치잡이 배의 멸치 터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기장 대변항은 우리나라 멸치 어획량의 60%를 생산하는 멸치로 손꼽히는 유명 산지. 기장 앞바다는 수심이 깊고 조류가 강하며 먹이가 풍부해 사계절 윤기 나는 멸치를 잡을 수 있다. 기장 멸치의 특징은 유자망 그물을 이용하는 것인데 배를 이용하여 바다에서 멸치의 이동로에 그물을 쳐 잡는 방식이다. 어군 탐지기를 이용해 멸치 이동로에 1.5km의 그물을 쳐, 멸치가 그물코에 걸리게 하여 잡은 후 기계를 이용하여 그물을 감아올린 후 육지에서 그물을 털어 멸치를 얻는다. 어부에게는 멸치 배에서 가장 고된 노동이 바로 그물 털기다. 왼팔 오른팔 구령에 맞춰 힘껏 그물을 털어야 일이 수월하다. 어부의 수고로움이 기장 멸치 액젓 맛의 특별함을 만든다. 그물코에 박힌 멸치를 털 때 머리와 몸통이 터지게 되는데 쓸개가 터진 멸치로 젓갈을 담기에 쓴맛이 덜한 맑고 깊은 감칠맛의 액젓이 만들어진다는 것.  






멸치의 조업 시기는 봄과 가을로 나뉜다. 봄에는 3월부터 6월, 가을에는 10월부터 설날까지로 멸치잡이가 없는 기간은 오징어, 가자미 등을 잡는다. 이곳의 멸치는 대부분 액젓으로 담그는데 겨울 멸치는 15-16cm 길이로 씨알이 굵어 육젓을 만든다.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멸치회, 멸치 찌개는 제철 맞은 미역과 곁들여 먹으면 환상의 하모니를 자랑한다. 




대변항의 멸치잡이 어선은 과거 20~30년 전에는 30~40척에 달했으나, 현재는 10여 척 정도로 줄고 어부들도 외국인 선원들이 대부분이다. 멸치터는 노동요도 옛날 같지만은 않다. 항구의 아이들이 매일 자장가처럼 듣고 자란 기장 멸치 터는 소리였지만 이 역시 언제 가는 사라질 식문화 유산의 현장인 셈. 

무심코 먹었던 멸치 반찬, 멸치 젓갈이 어부의 수고로움이 담긴 진짜 명품 식재료다. 





그물마다 기장 어부의 희망이 바다의 풍요가 가득 차길 바라본다. 






산지 정보 

미역 멸치 현지 생산자 (택배 가능)


언석수산 

기장미역 생산자 

010-6522-6772


안동집 

기장 멸치회, 멸치젓갈, 생갈치 젓갈 

010-6555-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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