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먼저 도착하는 곳 살랑살랑 봄바람에 향긋한 쑥향이 코 끝에 닿는다.
다도해 최남단, 여수에서 뱃길로 2시간 반. 여수시 삼산면은 ‘거문도’라 불린다. 동도 서도 고도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위에서 보면 말발굽 구조로 거대한 만 구조를 하고 있다. 서도 동도가 바람막이가 되어 안쪽은 잔잔한 호수 같다.
바다 깊이가 70~100미터에 이르는 둥근 형태의 만으로 한 때는 고기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한 곳이자 어업 전진기지였다. 어획량이 줄어들어 고깃배가 100척에서 30척으로 줄어든 지금은 해풍쑥이 거문도의 새로운 명물이 되었다. 거문도에 도착하면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와 함께 마치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듯 해풍쑥의 바다가 펼쳐진다.
거문도에는 약 200여 농가에서 해풍쑥을 재배하고 있다. 약 43ha (13만평)에 이르는 밭에서 쑥이 자란다고 하니 산과 집이 들어선 자리를 빼면 거문도는 대부분 쑥밭이 셈이다 겨울에도 좀처럼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따뜻한 지리적 특성을 살려 거문도에서는 1960년대부터 소규모로 쑥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거문도 해풍쑥이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0여 년 전 동네 이장을 맡은 남주현 대표가 조합을 만들어 이듬해부터 친환경으로 쑥을 재배하면서부터다.
거문도 청정지역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해풍쑥은 소금기 머금은 해풍과 해무가 스며들어 각종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또 풍부한 일조량과 화강암계의 건강한 토양을 가진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쑥 고유의 향이 짙고, 먹는 느낌이 부드러워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알카리성 식품의 대표 식재료 쑥은 동의보감에 “쑥은 독이 없고 모든 만성병을 다스리며, 특히 부인병에 좋고 자식을 낳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살균 항균 작용에 몸을 따뜻하게 하며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매우 기특한 제철 식재료다.
섬 전체가 다도해국립해상공원으로 청정한 해산물이 넘쳐나는 곳. 거문도 여행은 여유있는 일정으로 최소 2박 3일은 있어야 바다, 섬, 산, 미식,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해녀들의 물질을 구경하는 것도 거문도 바다를 구경하는 묘미. 대부분이 거문도가 고향인 해녀들은 바다에 한 번 들어가면 기본 3시간은 물속에서 부지런히 해산물을 건져 올린다. 청정 해역에서 잡아 올린 소라, 멍게, 성게, 해삼은 싱싱한 바다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오염 없는 자연산 다시마와 바다이끼 등 청정 해조류 먹이가 풍부하니 속도 꽉차있다. 해녀들이 건져 올린 자연산 전복은 어른 손바닥만큼 크고 찰진 식감을 자랑한다.
거문도 연안에는 학꽁치가 지천이다. 지루할 틈 없이 그물만 드리웠다면 30-100여 마리가 올라온다.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를 가진 거문도가 학꽁치의 서식 환경으로 최적지기 때문. 잡은 학꽁치는 크기별로 선별하여 구이로 조림으로 거문도 주민의 1년치 식량이 된다. 거문도 식당은 모두 맛 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날그날 잡아 올린 자연산 돔과 은갈치, 제철 해산물로 차린 진수성찬 바다의 진미를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
조용히 자연과 교감하며 심신을 치유하고 싶은 리트릿여행객에게 거문도 산행을 추천한다. 제주도 둘래길, 금오도 비렁길이 있다면 거문도에는 몰랑길이 있다. 거문도 사람들은 산마루를 몰랑이라 부르는데 ‘기와집몰랑’으로 가는 코스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불탄봉에서 보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초록의 생명이 꿈틀대고 옆으로 보이는 푸른바다 해안풍경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빽빽하게 들어 선 동백나무 숲에 들어서면 봄의 전령사 붉은 동백꽃의 고고한 자태에 반하고 만다. 기와집몰랑으로 가는 길은 거문도 자연의 아름다움에 미혹되어 바다를 걷듯 구름을 타듯 걷는 곳이다.
천혜의 자연이 품은 근대의 흔적
이러한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곳이기에 포트해밀턴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불린적이 있다. 19세기 말 강대국들은 거문도에 건물을 짓고 영국군은 2년동안 거문도를 점령했다. 당시 이미 당구장, 전깃불, 전화 등 육지에서도 구경하기 힘들었던 근대화의 물결이 상륙했으며 1905년엔 근대학교인 낙영학교가 설립될 정도로 당시 거문도의 문화흡수는 혁신적이었다. 거문도에 가면 근대 역사의 흔적을 보는 재미가 있다.
거문도에서 여수항구로 나오는 길
봄의 항구는 제철 맞은 싱싱한 물고기 반, 오가는 사람 반으로 붐비고 있었다. 다도해에서 방금까지 헤엄쳤을 큼직한 삼치는 상자 안에 다 들어가지 못해 꼬리를 내밀고 있다. 그 꼬리 하나에도 봄 맛이 담겨 있는 듯 보였다.
여행정보
1. 거문도 해풍쑥 영농조합법인
해풍쑥 가공품 구입처
2. 거문도 해풍쑥 힐링 체험장
여수시 녹산등대길 24
061-665-8359
3. 강동횟집
여수시 삼산면 삼호교길 29
061-666-0034
4. 섬마을 횟집
여수시 삼산면 거문길 84
061-666-8111
글 I 안은금주
한국 농촌 자원과 식문화를 발굴하고 가치를 높이는 로컬 콘텐츠 기획자로 CJ푸드빌 계절밥상, 도심 속 로컬 레스토랑 '하베스트 남산', 평창 로컬푸드마켓 ‘바우파머스몰’, 농촌형 코워킹 스페이스 ‘안동 스페이스 마’, 군산 '미식의 도시' 음식관광 설계, '임실엔치즈 하우스'를 기획했다. @eungeumju.an
사진 I 빅팜컴퍼니 외 www.big-f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