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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ejuli Oct 01. 2021

와인은줄리랑16_이름이 뭐에요

와인의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와인을 고를 때 라벨을 찬찬히 읽어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어려운 도표가 한눈에 들어올 리가 없으니까. 다들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표정으로, 유사 이래 가장 지적인 포즈인 팔짱 낀 자세로 와인을 살펴보지만, 실상 머릿속은 아수라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읽어보지도 않고 와인을 사란 말이냐고? 그래서야 와인 상식이 늘 리가 없다.

 

라벨에서 와인의 정체를 알아내는 가장 빠른 길, 딱 하나 그 길만 알아두면 된다. 다행히 그 길로 가는 길은 무진장 쉽다. 라벨에 씌어 있는 가장 큰 글씨만 읽으면 대충 어떤 와인인지 감을 잡을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파는 와인의 네이밍 패턴은 대부분 뻔하다. 다음의 경우를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제일 흔한 작명법은 브랜드명이나 포도 품종을 이름처럼 쓰는 경우다. 미국, 칠레, 호주 와인이 대개 그렇다. ‘셰이퍼 카베르네 소비뇽’, ‘베린저 샤르도네’처럼 그 와인의 원료인 포도 품종을 이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리즐링, 샤르도네 등이 화이트 와인의 원료인 포도 이름이고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가 레드 와인의 원료인 포도 이름이니, 이름만 보면 레드 와인인지 화이트 와인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포도 품종 앞에 붙는 이름들이 바로 브랜드명이다. 미국이나 칠레에서 흔히 쓰는 패턴은 브랜드를 만드는 거다. 칠레의 몬테스 알파, 미국의 베린저 같은 와인이 바로 그런 경우다. 메이커를 만들어서 이름으로 쓰기 때문에 디자인이 비슷한 브랜드의 옷처럼 그곳에서 만든 와인의 스타일을 반영한다.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생산지나 포도원 이름을 쓴다. 특히 자그마한 포도원에서 가족끼리 와인을 만드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을 보면 지역 이름을 와인 이름에 그대로 쓴다.


한때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보졸레 누보’를 기억할 것이다. 갓 만든 와인을 뜻하는 ‘보졸레 누보’도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보졸레 지방의 와인이다. 이탈리아 와인 중에 키안티(Chianti) 역시 이탈리아의 지역 이름이다. 


보르도는 그 와인을 만드는 성 이름이나 양조장 이름이 그대로 와인 이름이 된다. 유명한 샤토 마고나 샤토 무통 로칠드는 모두 부유한 영주들이 만든 와인이다. 이 영주들은 자기만의 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성 이름을 와인에 갖다 붙인 것이다.


이탈리아나 독일처럼 와인 역사가 긴 나라에서는 설화 또는 와인을 만들 때 일어난 일을 와인 이름에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가운데 제일 유명한 이야기 하나만 풀어볼까 한다. 이탈리아 나폴리 지방에 ‘라 크리마 크리스티(La Cryma Christi)’라는 와인이 있다. 뜻을 풀이하면 ‘그리스도의 눈물’이다. 


먼 옛날 예수가 나폴리를 지나게 됐단다. 무슨 이유에선가(또 박해를 받으신 게지) 눈물을 흘리며 걸었는데,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어느 날부턴가 포도나무가 자라기 시작한 거다. 그 동네 사람들이 이 진귀한 포도를 그대로 뒀을 리가 없다. 그리하여 예수의 눈물로 빚은 와인이 탄생했으니, ‘라 크리마 크리스티’가 바로 그 와인이다.

 

 

줄리's 꿀팁

와인 이름의 유래는 딱 다섯 가지 

 

포도 품종 = 이름

몬태나 소비뇽 블랑 Montana Sauvignon Blanc

몬태나도 와인 회사 이름이다. 라벨 아래에 크게 씌어 있는 소비뇽 블랑은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마치 이름처럼 쓰였다.


브랜드명 = 이름

테라자스 말벡 Terrazas Malbec

코냑 헤네시로 유명한 모에&샹동사에서 만든 와인이지만 ‘테라자스’라는 브랜드명이 와인 이름으로 통한다.


생산지 = 이름

루이 자도 보졸레 빌라주 Louis Jadot Beaujolais Villages

루이 자도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유명한 와인 농장 이름이다. 보졸레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포도 산지.


양조장, 가문 = 이름

샤토무통 로칠드 Chateau Mouton Rothschild

바롱 필립 로칠드는 가문 이름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금융가이면서 와인 제조로도 유명한 집안이다.


신화, 설화 = 이름

샤토뇌프 뒤 파프 Chateauneuf du Pape

샤토뇌프 뒤 파프는 ‘교황의 궁전’이라는 뜻이다. 14세기에 70여 년간 지금의 아비뇽에 교황청이 이주해 있었는데, 이곳은 당시 교황청에 납품할 포도주를 생산할 목적으로 조성된 포도밭 마을이다. 교황은 이곳에 별장을 짓고 휴가를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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