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었다. 어제까지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고 오늘은 하루 쉬고 싶었다. 휴가를 냈다.
나는 휴가를 내며 남편과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빠르게 궁리했다. 마침 첫째는 주 1회 학교 등교하는 날이고, 둘째는 유치원에 가서 3시에 오기에 우리에겐 오전에 시간이 있었다. 정말 이렇게 둘만 있는 시간은 일부러 내기가 힘든데 마침 이렇게 시간이 났으니 얼마나 좋은가!
남편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
"나 휴가 냈어! 우리 오전에 뭐하지? 뭐 할까?"
"우와, 정말? 우리 오늘 뭐할까?"라는 반응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 돌아온 반응은 "그래?... 그래. 뭐 할지 생각해보자."라는 차분한 반응이었다.
드라이브를 하러 갈까 제안했지만 지금은 하고 싶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브런치를 먹으러 갈까 제안했지만 아침밥을 든든히 먹어서 배부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진작 말하지, 아침밥을 괜히 먹었네."
"진작 말하지, 평소보다 빨리 씻고 설거지도 다 끝냈는데."
"진작 말하지, 애들 보내가 내가 뭐 할지 다 계획을 세워뒀는데..."
아... 그제야 남편의 진심을 알았다. 나랑 시간을 같이 보내자고 한 것은 나만의 일방적인 생각이었다. 남편은 1주일에 한 번 유일하게 갖는 혼자만의 꿀맛 같은 3~4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미리 모든 집안일을 마무리해놓은 것이었다. 그렇게 내가 그 계획에 끼어들게 된 것이다.
우리는 멀리 가는 것 대신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며 책을 읽기로 나름의 합의를 했다. 카페 가는 길에 미용실에 예약을 걸어두고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딱 1시간 30분 동안 깔끔하게 책을 읽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코로나 19 이후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매일 누군가는 집에서 아이를 돌봐줘야 한다.
첫째 아이는 주 1회 학교를 가고 그것도 4~5교시만 하고 집에 돌아온다. 학원도 다니지 않는다.
둘째는 3시에 하원 한다. 남편은 매일 아침, 점심, 저녁을 차리고 치우기를 반복하고 아이들 숙제도 봐줘야 한다.
예전 같으면 매일 오전은 아이가 학교에 가고 방과 후를 하거나 아이들과 놀고 들어오거나 학원을 다녀오면 아이를 돌보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시간이 확보가 되었다.
지금은 그 최소한의 시간이 정말 최소한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