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으니 Jul 16. 2020

어머니, 내일까지 선물 꼭 보내주세요


어머니 내일 ㅇㅇ생일파티 있어요. 선물 내일까지 꼭 챙겨 보내주세요


깜빡한 걸까, ‘남편이 챙기겠지’하고 넘겨버린 걸까.

누군가에게 의지한다는 건 위험할 때가 있다. 서로 상대방만 믿다가 누구도 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남편의 육아휴직은 나의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내가 모든 집안 일과 아이들을 챙기며 회사도 다닐 때는 정말 매 순간이 긴장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뭐 하나는 늘 빠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이 생각나면 바로 휴대폰 캘린더에 알람을 걸어두었다.

 

지금은? 남편에게 카톡을 보낸다.

첫째 선생님의 준비물 챙기라는 문자, 둘째 유치원의 생일파티 안내 문자, 여름방학 안내 문자 심지어 새벽 배송 가방의 반납 상태까지도 노룩패스다. 일단 던져놓고 물어보면 그제야 나도 자세히 읽어본다


내가 주로 챙겨야 했던 시기에는 선생님들의 연락도 내가 받고 준비물이나 숙제도 내가 직접 챙기니 남편에게 모든 걸 보낼 일이 없었다. 가끔 알고 있으라고 보내준 참고용 메시지를 보며 남편은 “오케이”정도의 간단한 답변으로 응했다. 남편의 의견이 필요한 경우 내가 의견을 달라고 이야기해야 했다. 당시 남편은 아이들 챙기는 일은 전적으로 지금의 나처럼 상대방에게 의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과연 남편은 알고 있었을까? 내가 그동안 챙겨 온 자잘한 아이들 케어가 그렇게 많았다는 걸.


매거진의 이전글 절대로 3층 집은 살지 않으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