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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으니 Jul 10. 2020

절대로 3층 집은 살지 않으리!

경험해본 후 그녀의 로망은 깨졌다.

딸의 로망은 마당 있는 2층 집이다. TV를 틀면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마당 넓은 주택이 나온다. 그런 집을 두고 지금 우리 집에 살고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는 그녀다. 우리 아파트 가격을 얼추 알고 있는 그녀는 늘 이야기한다. 그 가격이면 마당 딸린 2층 집에 살겠노라고.


남편의 육아휴직 덕에 제주에 15일을 머물렀다. 마침 숙소도 3층 다락방이 있는 숙소만으로 옮겨 다녔다. 그렇게 15일간 2층도 아닌 3층 집에 머물며 충분히 경험한 후 그녀의 로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2층 집엔 살고 싶지 않단다. 가장 불편한 점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다. 또 다른 불편함은 주택이라 오는 불편함이다. 벌레가 많다는 것. 그건 정말 못 참겠다고 한다.


남편도 옆에서 거든다. 절대로 아파트에 살겠노라고. 원래도 아파트가 좋았지만 굳이 인프라가 갖춰진 곳의 아파트를 두고 한적한 주택은 살지 않겠노라고 말이다.


나는 오히려 반대다. 예전엔 ‘나이 들수록 지하철역과 병원 가까운 주상복합에 살겠다’ 던 생각뿐었다면, 이번 경험으로 ‘이렇게 시는 것도 괜찮네’라는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내 생각을 바꿔놓은 결정적 요소는 의외로 공간의 분리였다. 방 문으로만 개인 혹은 가족 공간이 구분되는 아파트와 달리 층으로 구분되어 훨씬 공간 활용이 명확하다. 이 점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래 봐야 0%에서 10% 정도 열린 것이지만 절대 살아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경험이다.


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은 경험이다. 생각의 변화던 행동의 변화던 경험을 통해 그것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고 더 나아가 발전시킬 수 있다.


남편은 육아휴직 후 하루 세 끼 차리고 치우는 것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건지 알게 되고, 해도 해도 티 안나는 게 집안일이라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다. 주말에 집을 떠나는 것 만으로 얻는 해방감도 알게 되었다.


경험을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경험해보면 알게 되고 변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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